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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월애 Dec 18. 2020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오신다네

올해는 조금은 다르게 그리고 특별하게...  

2020년 지루한 한 해도 저물어가고 있다. 하지만 마무리하는 2020년이 아쉽지도 새로운 2021년이 희망차지도 않다.

예상치 못한 팬데믹으로 인해 올 한 해는 가장 우울했던 해로 기억이 될 것 같다. 멈춘 세상은 우리의 일상을 바꿔놓았고  다행히도 백신이 개발되긴 했지만 아직까지 풀어야 할 많은 제들이 남아있다. 그래서 내년엔 다시 예전의 우리로 돌아갈 수 있을 거란 기대가 그리고 확신이 없다.


그렇게 지치고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올해도 변함없이 크리스마스가 찾아왔다.


크리스마스는 모두에게 특별한 날이다.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크리스마스는 어린 시절 행복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마법과도 같은 날이다.


그리고  올해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웃픈 소식이 들려왔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시려 입국하셨는데 자가격리 중이라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을 못 준다고 하신다.

오래간만에 크게 웃었던 거 같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도 참 조금만 일찍 들어오시지 왜 늦으셔서 그날만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을 실망시키시는지 참...


내가 왜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는지 궁금한 짱구가 글을 보더니 안타까워한다.


그럼 유치원 동생들 선물 못 받는 거야?
그렇겠지.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자가격리 중이시니.
그럼 누가 가서 선물만 받아와서 아이들에게 나눠주면 안 돼?
글쎄. 그건 안되나 본데?
그럼 자가격리 끝나고 나눠주면 되잖아.
선물은 미리 받는 거지 지나고 받는 거는 아니야.
그럼 어떡하지.


그렇다. 8살이 된 짱구는 아직도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믿고 있다. 그렇다고 이제까지 난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6살 때 유치원에서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오셔서 선물을 나눠주셨는데 체육선생님이 산타분장을 한 것이 아이들에게 들통이 난 모양이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선생님께서 산타할아버지가 너무 바쁘셔서 선생님한테 부탁하고 가신 거라 해서 아이들이 곧이곧대로 믿었다. 또 선물을 미리 준비해서 유치원에 보낼 때 포장지에 이름이 적힌 포스트잇을 붙여 보냈는데  붙여진 채로 받아온 짱구가

엄마! 이거 엄마가 산거야?
아니. 왜? 산타할아버지가 주신 거라며.(원래 거짓말하면 말이 많아진다)
글씨가  엄마랑 똑같은 거 같아서


다음 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낼 때는 선물 나눠줄 때 꼭 포스트잇 떼고 주라고 몇 번을 부탁드렸다.


그렇게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함께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주시는 선물을 받고도 크리스마스이브면 어김없이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과연 우리 집에 오실까 기대를 하기 때문에 몇 년 동안을 한결같이 현관 앞에 선물상자를 놓아두고 아침에 일어나 놀란 척 연기를 해야만 했다.


그리고 올해는 해방이다. 왜냐하면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는 유치원에 가시지만 초등학교에는 오시지 않기 때문에 올해부터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없다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짱구를  납득시켰고 이젠 우리와 상관없어진  산타클로스의 존재가 예기치 못한 기사로 인해 짱구의 걱정거리가 되어버렸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의 자가격리라니... 참으로 신박하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답답한 마스크 착용이 일상이 되어 버린 팬데믹을 1년 가까이 겪어오면서 모두가 점점 지쳐가고 감염 위험에 조금씩 무감각해지고 있다. 연일 1천여 명의 확진자 발생으로 인해 학교가 문을 닫았고 많은 이들이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지만 1년 내내 겨울을, 눈을, 연말을, 크리스마스를 기다린 이들은 결국 밖으로 나와버렸다. 그래서 아직도 집에서 하루 종일 학교도 못가고 있는 짱구, 짱아들과 전쟁을 치러야 하는 이들은 울고 싶은 심정이고 억울하기까지 하다.    


올 크리스마스는... 자가 격리하고 계시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처럼 우리도 자발적으로 자가 격리하면서 서로에게 건강을 그리고 안전을 선물했으면 한다. 자주 못 만나는 친구들과 조금은 특별한 장소에서 맞이하는 크리스마스도 좋겠지만 그보다 가족과 함께 안전하고 감염 걱정 없는 집에서 코로나가 종식되었다는 소식은 아니더라도, 100% 안전한 백신을 모두에게 접종하겠다는 소식은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확진자 수가 크게 줄었다는 기쁜 소식을 들으며 보냈으면 좋겠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올해 가장 큰 크리스마스 선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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