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구가 아기였을 때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 작은 팔에 링거를 연결하기 위해 큰 주사 바늘을 꽂는데 같이 울었다. 아이가 독감 걸린 게 다 나 때문인 거 같아 미안하기만 하다. 그리고 한참을 열이 내리지 않고 칭얼거려 입원해 있던 3일 동안은 계속 안고 있었고 결국엔 계속 붙어 있던 나도 독감에 걸렸다. 짱구가 태어나서 신생아였을 때부터 진료해 주셨던 선생님이라 그러다 엄마가 쓰러지겠다며 나에게도 링거를 맞으라 처방 내려 주셨는데 그럼 낮에 짱구를 안아줄 수 없으니 밤에만 맞겠다 해서 혼나기도 했었다.
그다음부터 짱구가 열이 나면 나는 초긴장이 된다. 이제는 좀 커서 면역력이 생겼는지 열이 나도 하루 이틀 해열제를 먹이면 괜찮아지는데 좀 더 어렸을 때는 열이 안 내려 꼭 병원신세를 져야 했다. 그래서 한동안 짱구가 미열이 나거나 기침 소리가 이상해도 초기에 병을 잡아야 한다고 고집을 부려 항생제를 잘 사용하진 않지만 환자가 너무 많아 붐비는 예약하기도 힘들어 진료 한번 받으려면 한나절은 족히 걸리는 대학병원을 찾았고, 하필이면 진료가 끝난 저녁시간이나 밤에 아파 다음날 아침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응급실을 찾은 적도 있었다.
남들 보기엔 잘 먹게 생겼다 부러움도 샀지만 아직까지도 입이 짧아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는걸 극히 꺼리고 (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탕이나 과자는 내가 안 챙겨줘도 덥석 덥석 먹는 거 보면 참 신기할 따름이다) 분유도 한꺼번에 많이 먹지 못해서 여러 번 자주 조금씩 줘야 했고, 이유식도 나트륨 많이 먹으면 안 된다고 직접 만들어 먹여서인지 잘 먹질 안아 고생했고, 짱구가 2돌이 지날 때까지도 아기들이 먹는 과자나 음료 안사먹이고 다 내가 만들어 먹였다. 그렇게 조심을 했는데도 딱 한번 설사를 해서 기저귀를 하루에 몇 번이나 갈아야 했고 장에 좋다는 분유를 구하러 하필 일요일에 차로 30분을 가서 겨우 열린 약국에 들어가 분유를 찾았을 때의 심정이란 잭이 콩나무를 타고 올라가 거인의 집에 있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들고 나오는 기분이랄까!
가끔 TV에서 희귀병에 걸려 아이는 물론 부모까지 모두 고생하는 것을 보며 우리 짱구 건강하게 태어나줘서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 생각하지만 그래도 가끔 아프고 나면 짱구에게 미안한 마음을 이렇게 고약하게 전한다.
짱구는 엄마가 이렇게 건강하게 낳아줬는데 왜 마음대로 아프고 그래? 앞으로 조금 할 거야 안 할 거야?
어디 아이인들 아프고 싶어 아프겠나! 그런데 가끔은 아프고 싶어 하는 거 같기도 하다. 작년에 한번 결막염에 걸려서 유치원에 일주일 못 간 적이 있었다. 본인은 정작 불편한 게 없는데 유치원에도 안 가고 맨날 노니 너무 좋기만 하다.
그리고 올봄! 태권도 다녀와서 샤워를 하니 너무 상쾌하고 기분이 좋았던지 소파가 트램펄린도 아니고 그 위에서 뛰다가 갑자기 재주를 부린다고 바닥으로 뛰어내리는 순간 터져 나오는 울음! 다리랑 팔이랑 움직여봐도 별 이상이 없는 거 같아 괜찮다고 달래 봐도 계속 울음이다. 그래서 결국 또 응급실로 갔고 하필이면 오른쪽 팔에 붕대를 감았다. 2주를 그렇게 하고 있는데 오른쪽 팔을 다쳤으니 밥도 먹여줘야 하고 옷도 입혀줘야 하고 그런데 이번엔 유치원 가지 말란 말을 안 하니 궁금했던지 짱구가 묻는다.
엄마! 짱구 팔이 다쳤는데 왜 선생님이 유치원 오지 말라는 말씀을 안 하셔?
얼마나 궁금했을까 싶어 웃음이 나오는 것을 감추며 짱구가 평소에 엄마 말 안 듣고 소파에서 뛰다 다친 거라 유치원 가야 하는 거라고 했다. 아침에 등원하면서 유치원 부원장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선생님 말씀이 압권이다.
괜찮아 짱구야! 참사랑반 친구도 킥보드 타다 넘어져서 한 달 동안 붕대 감고 다녀야 한데. 어서 들어와!
이상하게 그즈음 봄이라 날씨가 좋으니 바깥에서 활동을 많이 해서 그런지 붕대를 하고 다니는 아이들이 눈에 많이 띄어 그렇게 주의를 줬건만 결국엔 다쳤고 한동안은 조심하고 소파에서도 가만히 앉아 있더니 한 달도 채 못 가고 또 뛰기 시작한다.
그래서 점점 우리 집 약을 넣는 서랍에는 짱구를 위한 비상약이 한가득 들어있다. 짱구가 아플 때마다 사다 놓은 것들이다. 어느 날 내가 아파서 비상약을 찾는데 내건 하나도 없고 다 짱구 거였다. 그중엔 최첨단(?) 의료기구도 있다. 짱구가 어렸을 때 샀던 체온계가 고장이나 얼마 전 비접촉식 체온계를 구입했고 기침하면 목이 잘 붓는 짱구를 위해 LED 의료용 펜라이트도 구입했는데 평소에는 짱구의 장난감이다. 심하진 않지만 아토피가 있어서 결국엔 들통이 나는데도 엄마 몰래 호시탐탐 사탕이며 과자를 먹는 짱구를 위해 알레르기성 비염이라 감기를 달고 살았던 짱구를 위해 비염이나 아토피에 좋다는 음식이며 약재를 사서 물처럼 매일 끓여 마시게 했더니 많이 좋아진 것 같긴 한데 가끔 몸에 열이 많아 추운 겨울에도 이불을 안 덮고 자는 짱구가 갑자기 춥다며 침대에서 이불을 돌돌 말아 누우면 또 열감기 아닌가 간담이 서늘하다.
아이들은! 약을 먹고 잘 버틸 수 있을 만큼 자랄 때까지는 아프지 말았으면 좋겠다. 쓴 약을 먹기 싫다고 손으로 입을 가리고 도망가는 아이에게 약을 먹어야 낳는다고 어르는 일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열이 나서 오들오들 떠는 아이의 옷을 벗겨 물수건으로 온몸을 닦으며 연신 열이 떨어지는지 확인해야 하는 것이 힘든 게 아니라 이렇게 열이 계속 오르다 다른 데까지 아프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이 엄마를 힘들게 한다. 그러니 전국에 계시는 아니 이 지구 상에서 지금 이 시간에도 고생하시는 많은 소아과 의사 선생님들께는 정말 죄송하지만 아이들이 태어날 때 얼마간은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지내다 나중에 커서 잔병치레도 할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 그런 법이 만들어진다면 정말 정말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