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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월애 Oct 29. 2020

아이들이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세상

어른들이 만들어줘야 하지 않을까요?

학교가 끝나고 오늘도 신나게 친구들과 뛰어나오는 짱구가 여느 때처럼 가방 던져놓고 놀이터로 직행을 하거나 자전거에 올라타지 않고 나에게 와서 귀속말을 한다.

엄마! 오늘 무서운 이야기를 들었는데, 2008년에 어떤 아저씨가 초등학생을 아프게 해서 감옥에 갔는데 그 아저씨가 올해 12월에 나온데

아이의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누가 그래?
선생님이 오늘 안전 시간에 말씀해 주셨어. 그래서 학교 끝나고 절대로 혼자 다니지 말고 곧바로 집으로 가라고.
짱구야! 그 아저씨는 우리랑 멀리 떨어져서 살아. 그래서 우리 동네까지 오진 않을 거야.

라며 일단 아이를 진정시킨다. 조두순 이야기를 학교에서 한 모양이다. 짱구네 반 선생님은 그나마 간략하게만 이야기하며 혼자 다니지 못하도록 했지만 다른 반 선생님은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했는지 아이들은 무섭다고 하고 엄마들은 괜찮다며 달래기 바쁘다.   

하지만 혼자 다니는 거는 위험하니까 친구들이랑 같이 다니고, 어디 갈 때는 꼭 엄마한테 이야기해 줘야 해. 알지?
응. 그리고 어떤 나쁜 어른은 아이를 데리고 가서 부모한테 전화를 걸어 돈을 달라고 한데.
그러니까 낯선 사람 따라가면 안 되는 거 알지?
웅.
낯선 사람이 엄마한테 데려다준다고 가자고 해도 가면 안되는 거야. 뭐라고 해야 하지?
안돼요. 싫어요. 하고 소리쳐야 해.

그렇게 짱구와 이야기해야 하는 상황이 마음 아프고 싫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어떤 엄마들은 아이들한테 그렇게 무서운 이야기를 하면 어떻게 하냐고 학교를 원망하는 이들도 있지만,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안전교육을 시켜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교육을 했으리라.


그렇다. 조두순이 올해 12월이면 출소를 한다. 그의 연고지인 안산에서는 "보호 수용법"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시민들은, 국민들은 두렵다. 그래서 청와대에 청원도 올리지만 답변은 국민들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아이는 나라의 미래"라고 외치지만 딱히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솔직히 이 슬로건의 의도가 궁금하기까지 하다.


1. 우리나라는 더 이상 안전한 나라가 아니다.


몇 개월 전 라면 형제의 이야기가 언론에 알려지며 형제를 위한 후원이 이루어졌고 안타깝게도 동생은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의붓아버지의 폭행을 피해 도망치다 시민에 의해 구조가 되었으며,  여행용 가방에 아이를 감금시킨 계모도 있었다. 이 모든 끔찍한 사건이 올해 발생했었고, 이 보다 더 많다는 것이 참담하다.

아이들은 아무 죄가 없다. 코로나로 인한 생활고가 견디기 힘들다는 것은 공감하지만 우리의 아이들이 아닌가! 학교 밖, 집 밖이 위험하다지만 집 안에서 비록 내가 낳아 기른 자식이 아니다 할 지라도 이는 용서받지 못할 범죄이다.


2. 계층 간 사다리가 끊긴 나라.


'모두가 용이 될 필요는 없다. 가재, 개구리, 붕어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SNS의 글이었고, 많이 회자된 내용이다. 사실이지만 슬픈 말이다. 그토록 슬픈 말을 간결하게 정리해주시니 가슴을 저미기까지 하다. 그렇다. 모두가 용이 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용이 되고 싶어도 넌 가재이니 괜한 노력하지 말고 그냥 가재로 살라고 들린다. 정말 기적적으로 용이 될 만큼의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어도 넌 붕어이니 꿈도 꾸지 말라고 들린다.


친정 엄마는 아직도 성공한 '친구 아들' 이야기를 하신다. 시골에서 농사 도와가며, 밥이 없어 굶어가며 공부해도 대학 나와서 의사 되고 변호사 되고 잘 산다더라.... "엄마 그건 옛날이야기야."




우리 아이들은 그냥 아이들의 의지대로 살아갔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뛰어놀고 싶으면 자유롭고 안전하게 놀 수 있도록 어른들이 장소를 마련해 주고, 아이들이 공부하고 싶다면 학교에서, 또 여러 가지 형태의 교육기관에서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어른들이 마련해 줬으면 좋겠고, 아이들이 운동이나 음악, 미술을 하고 싶다면 어른들은 방법을 알려주고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말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른은 아이들을 보호하는 사람이지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다. 설사 내 삶이 버겁더라도 그것은 어른들의 몫이지 그 짐을 어린아이들에게 짊어지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같이 자자며 내 팔을 잡아 끄는 짱구의 손을 차마 뿌리치지 못하고 같이 자리에 눕는다. 그리고는 꼭 앉아주며 아이를 안심시킨다.


짱구야! 엄마는 짱구가 안전하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꼭 옆에서 지켜줄 거니까 걱정하지 마.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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