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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월애 Mar 02. 2021

짱구야! 학교 가자!

올해는 제대로 다닐 수 있을는지...

드디어 개학이다. 그리고 짱구가 2학년이 되었다. 지난해 초등학교 갓 입학한 아이를 둔 부모들이 느끼는 몽글몽글함을 전혀 느끼지 못한 채 집에서 짱구와 전쟁을 치러야만 했다. 그리고 올해는 학교생활 적응을 이유로 전국에 초등학교 1, 2학년생들의 매일 등교를 정부가 발표했지만 학교를 3개월째 못 가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제대로 갈 수 있는 건지도 의문이었다. 그러다 잠잠했던 학교알리미가 지난주에 갑자기 폭주를 하며 준비물과 각종 설문조사와 시간표, 담임선생님 안내까지 한 시간마다 울리는 알람에 이번엔 학교를 가긴 가는 모양이구나 싶다.


신학기 준비물이 갑자기 그리도 많은지 지난 며칠은 정신없이 지나갔다. 평소 학교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학용품에 더해 코로나 19로 인한 개인 소독용품까지 정작 첫날 교과서는 안 가져 가는데 저 많은 것을 어찌 다 들고 가나 걱정이 된다. 그러면서 1학년 학교생활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한 짱구에게 장난치는 것도 놓치지 않는다.


짱구야! 내일 1학년 4반 교실 가면 안되는 거 알지? 2학년 3반으로 가야 해.

짱구도 자기를 놀리는 말인 줄 알면서 

엄마! 그런데 내가 1학년 4반으로 가면 어떻게 돼?
글쎄! 동생들이 외계인 보듯이 쳐다보겠지?
걱정 마. 내일 2학년 3반 교실로 갈 거야.


며칠 전 짱구가 왜 1, 2학년만 매일 가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래서 초등학교 생활 적응이 필요하기 때문에 1, 2학년들이 우선 학교를 매일 가는 것으로 결정된 모양이다라고 답했더니 짱구의 말이 마음 아프다.


EBS 보면서 하면 돼지


그렇다. 작년 짱구는 거의 대부분을 EBS로 수업을 대신했다. 담임선생님보다 EBS 선생님들을 더 자주 보고, 반 친구들이 모두 모여 수업한 적이 별로 없어 친구들 이름은 커녕 얼굴도 잘 기억 못 할 테다. 소풍, 체육대회, 현장학습도 없었고, 체육도 딱 2번 한 것 같다. 운이 좋게 짱구와 같이 등교했던 친구들을 사귀게 되어 EBS 수업이 끝나면 만나서 신나게 놀았지만 그마저도 코로나 2.5단계로 격상되면서 5인 이상 소모임 금지가 되고 날이 추워지니 소원해져 다시 서먹해지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아이들 특유의 친화력으로 매일 만난 듯 잘 노는 게 신기하고 고마울 지경이다. 그런 나에게 짱구가 묻는다.


엄마! 학교는 꼭 가야 해?
그럼. 학교는 꼭 가야지.
왜? 


나도 왜 학교를 가야 하는지 몰랐다. 그리고 나도 그랬다. 학교 다닐 때는 학교 가기 싫었다. 하지만 친구들 만나서 놀고 점심 먹으러 가더라도 학교는 가야 한다. 왜냐하면 학교가 가기 싫어 그만둔다면 후회하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내가 마음먹고 다시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는 곳이 학교이다.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기도 하다. 물론 지금 학생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학교를 졸업한 많은 분들은 이해하리라. 학교의 의미를... 학창 시절의 소중한 추억을...


나는 가끔 학생들에게 이야기한다. 다시 고등학교 1학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그러면 정말 학교생활 잘하고, 공부 열심히 할 것 같다고... 언제나 학생들의 야유가 이어지지만 난 진심이다. 솔직히 학교 생활을 잘하는 게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고, 공부만 열심히 한다고 다 인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지만 난 진심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돌아가고 싶다. 그래서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학창 시절을 보내고 싶다.


나에겐 마음 아픈 학생이 있었다.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이 지나고 그 학생은 기어이 학교를 나왔다. 공부도 잘하고, 꿈도 있었다. 다만 학교를 다녀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했고 시간낭비를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혼자서 공부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믿었었고, 그 학생의 부모님도 지지해주셨다. 그 학생은 또래의 친구들보다 1년 일찍 원하는 대학을 들어갔지만 나중엔 후회했다. 그리고 나를 원망했다.


선생님! 그때 저를 왜 좀 더 설득해주지 않으셨어요.


학교는 그런 곳 같다. 



짱구가 학교를 가는데 마냥 행복한 것은 아니다. 계속 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 초등학교라도 안전지대는 아닌 거 같다. 몇몇 남자아이들이 이유 없이 아이들을 때린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등골이 오싹하다. 그러한 행동이 관심이 필요하고 친해지고 싶어서라고 치부해버리지 말고 어른들이, 부모님이, 선생님이 그러한 행동을 하면 안 되는 이유를 정확히 이야기해 줬으면 좋겠다. 


내가 예전에 너무 놀랐던 것은 우연히 학교 폭력의 가해자 학생의 부모들이 모여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는데 피해자에 대한 미안함이나, 자녀들의 잘못된 점을 꾸짖는 게 아니라 징계를 피하기 위해 자녀들의 행동을 정당화시키기 위한 대책회의 같았다. 너무 화가 났고, 그들의 뻔뻔함에 놀랐지만 그 당시엔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었기에 비겁하게 속으로만 욕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 마냥 설레기만 하지 못하다. 

솔직히 말하면 마음이 무겁다.

하지만, 짱구야! 학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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