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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숙 Aug 20. 2020

2020. 08. 20 맑음

아직 소녀

이미지 픽사베이

가 언제부터 내렸는지 모르겠다. 내가 눈을 떴을 때도  비가 계속 내리고 있었다. 서둘러 등교 준비를 하고 학교로 향했다. 학교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신발은  젖었다. 양말까지 스며든 비는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푸지직 소리를 내며 뱉어졌다. 이상하게 그 느낌이 좋아서 발걸음을 자주 내디뎠다.


'아, 근데  학교가 다 바뀌었지? 1학년 2반이 도대체 어딨는 거야?'


그렇게 한참을 제 반을 찾지 못하다가, 수업에 들어가시는 다른 반 선생님의 도움으로 1학년 2반을 찾았다. 늦었다. 이제 신발은 물을 뱉어내지 못하고 점점 뜨끈해졌다. 냄새도 나는 것 같았다.


그 찝찝한 기분으로 내 자리에 앉았다. 다행히 선생님은 날 보지 못하셨다. 조별 수업인지 아이들은 책상을 돌리고 있었고,  나도 덩달아 책상을 돌렸다. 내 뒤에 앉아있던 그 남자아이가 내 옆 자리가 되었다. 말이 별로 없었고 늘 음악을 듣고 는 아이였다. 책상 밑으로 젖은 치마 끝을 매만지고 있는데 그 아이가 내 손을 살며시 잡았다. 어쩔 줄 몰랐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내 심장소리가 밖으로 들릴 것 같았다.


겨우 눈을 돌려 칠판을 보니, 8시 37분이었다.

8시 37분? 9시에 나가야 유치원 버스를 탈 수 있는데!


"주원아, 소원아! 일어나. 늦었어!"


서른여덟 살에 뭐 이런 설레는 꿈이람! 난 여중여고를 나왔는데, 꿈속에 그 남자아이는 누구였단말인가? 분명 남편도 아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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