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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숙 May 31. 2023

2023. 05. 31 맑음

차곡차곡

'지금보다 초등학교 1학년이 되면 엄마가 진짜 곁에 있어줘야 한대. 챙겨줘야 할 게 많다더라ᆢ 그래서 애들 어릴 때보다 1학년 때 오히려 휴직이나 퇴사가 많다던데?'


남매둥이의 돌 전부터 들어왔던 초등학교 1학년 시기가 딱 3개월 지났다. 지난겨울부터 이 1학년 시기를 잘 넘기기 위해 한글이랑 생활습관으로 아이들과 꽤나 투닥거렸다. 처음엔 긴장과 혼란으로 아이들도 버벅대나 싶더니 지금은 가방과 준비물을 스스로 챙기면서 나름 학교생활에 잘 적응해가고 있다.


나 역시 등하굣길에 만나는 엄마들끼리 안면을 트고 초보 학부모로서 친절하고 개방적인(?) 태도 유지하고 있다. 엄마들끼리 할 얘기라곤 수학, 영어, 독서 등 교육 정보나 학교대한 것들인데,  이상하게 정보가 많아지면 많아수록 불안해진다. 내 아이들이 늦은 것 같고, 내가 게으른 것 같고ᆢ 그러다가 문득 학원에서 돌아와 힘 없이 소파에 누워버리는 아이들을 보면, 이런 쓸데없는 불안과 걱정으로 이 시간을 흘려보내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놀다 지쳐서'를 빼고(심지어 그 조차) 뭘 해도 지치지 않을 나이에 벌써 이러니 안쓰럽기까지 하다.


어디선가 본 글에서 인간은 7세 이전의 기억들이 대부분 사라진다고 한다. 물론 무의식에 자리 잡아 성격을 형성하고 마음의 기본틀을 만들테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기억들은 8세부터일 거고, 지금 우리 아이들의 일상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을터. 그 기억들이 매일 행복할 순 없겠지만 따뜻하길 바란다. 아이들이 하루에 한 번은 웃었으면 좋겠다. 그런거 보면 아이들이 엄마 곁에서 안아줘, 뽀뽀해줘, 사랑해줘 하는 마지막 시기가 1학년은 아닐까? 그래서 이 시기에 엄마가 아이들 곁에 있어야 할 진짜 이유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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