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약점이 나였으면 좋겠어.

by 수현

언젠가 누군가가 너무 미울 때마다 그런 생각을 했다. 이렇게까지 나를 괴롭게 하다니, 그렇다면 네게 내 존재 자체가 약점이 되어서 문득 내가 떠올랐을 땐 아무것도 못했으면 좋겠어. 차라리 날 알기 전으로 돌아갔으면 돌아갔지, 날 안 이후로는 절대 사는 동안 나를 잊지 못하게 할 거라고.


그렇게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 중 나를 지독하게 괴롭힌 사람에겐 오히려 미친 듯이 애정을 줬다. 계산 하나 없이, 걱정이 되면 안부를 묻고, 고민이 있다 하면 진심으로 귀 기울였다. 막무가내로 아주 폭력적으로. 나중에는 그쪽에서 오히려 괴롭히는 걸 멈추고 도망가더라도 계속 사랑을 퍼부었다. 내 모든 마음이 소진될 때까지. 그랬더니 모두는 아니지만, 일부에게는 정말 내가 약점이 되었고, 마치 손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가시처럼 틈틈이 찔러왔는지 그럴 때마다 연락을 해왔다.


누군가를 지독하게 싫어할 자신은 없고 그렇다고 저주할 깜냥은 더더욱 없는 내가 택한 살아남는 방법이었다. 사랑 많고 정 많은 성격이 지금 같은 세상에 약점이라면, 그걸 약점 삼는 사람에겐 오히려 내가 약점 그 자체가 되어버리겠다고. 단, 부작용이라고 하면 그러다 정말 대부분을 사랑해 버려서 그렇게까지 죽도록 미운 사람이 거의 없다는 웃픈 사실 정도. 이옥섭 감독님이 말한 것처럼, ‘미워할 바에 귀여워해라’는 말이 이제는 조금 와닿기도 한다. 내가 그러고 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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