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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abica Duck Feb 08. 2021

1월 5주 차

구상하다

구상하다 : 작품의 골자가  내용이나 표현 형식 따위에 대하여 생각을 정리하다


-구상하다 : 낮은 탁자에 9명이 앉기에는 너무 많다

0.
오늘도 평소와 다를  없는 날이었다. , 오늘은 무슨 일인지 엄마가 막내 아이 이마에 뽀뽀를 하고는 둘이 귓속말로 쑥덕거리더니 뭐가 그리 웃기는지 막내가 볼록  드러내며 웃었다. , 잠자기  막내가  사람  뽀뽀해줄 때마다 활짝 웃었다. 다만 사춘기 아이는 세상과  떨어져 사랑을 느끼지 못하고는 그저 홀로 있다.  어색한 거리감을 이기기란 쉽지 않고 막내 역시 인사가 전부였다.  

1.
아빠 뭐해?’ ‘,, ...’ ‘뭐해!’ ‘아빠 ,,, 졸려, 엄마는?’ ‘엄마 나갈 준비 해, 아빠  피아노!’ ‘너무 일러, 이따가 쳐줄게’
어린 딸에게 거부 의사를 표할  올곧아서는 안된다. ‘지금 해줘어.’ ‘너무 일러, 이따가 하자.’
틀린 답이다. ‘지금, 지금, 지금~~’ ‘그러면 아침 먹고 하자,   먹으면 아빠가 피아노 쳐줄게.’ ‘약속이다, 아싸!’
선행 조건을 넣어야 한다. 지능 싸움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 이후에 아이가 잊으면 이기고 기억하면 지는 거다. 부모가 커가는 자식을 이기지 못하는 것도  이상 자식의 얍삽함이 부모 못지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괜찮다. 아직 이길  있는 상대다.
일어났어?’  ‘ 잤어?’ ‘, 그럼.’ ‘아침은?’ ‘가는 길에  가려고, 먹을 자리도 없고, 늦었어. 봄이가 출근한다고 화장실을 먼저 쓰는 바람에.’ ‘에구,,, 서둘러야겠네, 준비는  했어?’ ‘,  해가, 당신은,  먹어야지.’ ‘다솜이 먹고, 먹어야지.’ ‘고생이네.’ ‘고생은 , 다솜이는 축복이지.’ ‘아빠   조오.’ ‘그래 그래.’
틈만 보이면 남녀의 사랑을 끊어버리는 아이는 축복인가. 사랑의 훼방꾼, 사랑둥이.
한수 오빠랑 찬이 오빠 먹고 있으니까 먹고 나면 바로 앉아 먹자 괜찮지?’ ‘    먹어, 빨리 먹고 비켜!’ ‘어유  기다려봐~ 거의  먹어가.’ ‘  배고프단 말이야.‘ 알았어 알았어.’ ‘...’
권력이란 이렇게 좋은 것이다. 사랑 위에 세워진 권력에는 흔들림이 없다.
아침에 테라스에 앉아 커피 마시는 .  커피 향과 아침 공기의 신선한 내음이 어우러져  속으로 소용돌이 치면 한껏 향을 느끼고 따뜻함에 입술을   기대는 . 의자 옆으로 늘어진 팔에 닿는 몬스테라 잎을 만지작 거리는 . 이것이 현대인이 꿈꾸는 ‘커피  잔의 여유’ 일 것이다.
골고루  먹어야지!’ ‘이건 싫어, 맛없어.’ ‘어허. 편식은 안돼.’ ‘싫어  먹어. 에베베~’
상상할 여유 없다. 달래고 회유해야 한다.
쓰흡, 골고루  먹으면 아빠가 다솜이 좋아하는 미뉴에트 연주해줄게!’ ‘정말이지.’
어쩔  없이 숨겨둔 카드를 쓴다. 아빠의 패배다. 하지만 피아노 악보는 3달째 뒷장으로 넘어가지 않고 있다. 무승부다.
헤헤, 아빠 연주 최고.’
,  맛이다.

2.
엄마 갈게.’ ‘엄마 안녕.’ ‘뽀뽀.’ . ‘갈게.’  ‘여보 다녀와.’ ‘.’
아가 .’ ‘, 히히.’ ‘뭔데 뭔데?’ ‘~.’ ‘갈게.’ ‘다솜아 아빠한테  안 해줘?’ ‘엄마랑 약속했어, 안돼.’ ‘.’
.  닫히는 소리가 아니라 비밀의  쳐지는 소리. 선인장 가시처럼 날카로워  묻지도 못하고 그저 바라볼 뿐이다. 아이가 울면 아빠가 아니라 엄마를 찾듯, 아빠와 시간을 보내도 엄마와의 신뢰가 두텁다. 아빠가 가장 두터운 신뢰를 지니는 날도 올까.


3.
오빠 왔다!’ ‘동화 오빠~’ ‘다솜이 뭐하고 놀았어?’ ‘, 아빠 따라 피아노도 치고, 산책도 하고, 책도 읽었어.  이제 한글  읽는다.’ ‘왔니.’ ‘, 왔어요.’ ‘일찍 왔네.’ ‘   읽나 물어봐~’ ‘ 오늘 오전 수업만 해서요. , 다솜이  읽었는데?’
 대학, 최초이자 최후의 자유의 .  손으로 삶을 짜내고 살아가는 . 보다  사회로 입성  누구나 이런 자유를 최대한 누리고 싶을 것이다. 반면 사회란 무섭고 겁나는 . 거실 바닥에 비친 몬스테라 그림자는 웃고 있는 악마 같다.  웃음소리 들리는 날은 사회에  디딘 날이며,  소리 멎는 날은 사회에 물들어 내가 그림자와 같이 돼버린 그런 날이다.’
흥부와 놀부! 놀부 아저씨는 너무 못됐어.’ ‘그치, 다솜이도 흥부 아저씨처럼 착하게 살아야 돼.’ ‘, 착하게 살면 부자   있는 거지?’
아이의 순수함은 때론 성인에게 비수다. 마음의 말을 하지 못할 질문 앞에서는, 침묵이 답이다.
오빠가 다솜이 선물 사 왔는데, 볼까?’ ‘! 뭔데 뭔데?’ ‘, 팔찌야. 너무 예뻐서 다솜이 주려고 사 왔어!’ ‘우와 오빠 !’
,   마디를 위해 매일 얼마나 마음을 쏟아야 할까.  
가을 언니는?’ ‘언니? 글쎄 오빠는 모르겠네. 혹시 다음 계절에 오나, 하하하.’ ‘가을 언니 이제 안 와? 인사 못했는데!’
아이의 순수함에 도리어 눈물 난다. 
에이 농담도, 언니 이따가 와요.’ ‘진짜?’ ‘, 걱정마요.’ ‘ 오빠  거짓말 !’
 소리 나게 아프다.  짜증마저 사랑스럽다.

4.
왔어요.’ ‘, 왔니.’ ‘오빠~’
다다다다, 나와 남이 20년을 함께 보내는 것에는 이웃사촌이라 칭할 깊은 정이 있으며  시간 동안 층간소음을 참는 이웃은 부처라 불릴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내가 떠나거나, 남이 떠나는 거다. 20년이 조각난  채워진 것이다.
다솜아, 오빠가 떡볶이 사 왔다. 먹자 먹자.’ ‘, 오빠 최고 맛있겠다.’ ‘, 포크가   필요하지. 4  다행히  같이 먹을  있겠다.’ ‘다솜이는 조금만 먹어, 매워.’ ‘아니야  이제 매운 거 한수 오빠만큼  먹어!’ ‘한수 오빠보다? 이야 다솜이 어른이네 그럼.’ ‘에이 내가 그래도 다솜이보다는 낫지.’
대화에 행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서로가 있고, 정이 있고, 웃음이 있다면 행복은 가까이 있는 것이다. 이를 느끼며 누릴  있어야 한다. 
맞다, 선인장에  폈더라.’ ‘ 정성 쏟은 보람이 있어.’ ‘나도, 나도  줬어.’
모든 대화에 끼려 하는 정성이 선인장  피운 정성이며  사랑이다.
다솜이가   줘서 이렇게 피었구나. 역시 다솜이야.’ ‘헤헤.’ ‘어우 이뻐.’ ‘아빠 나는?’ ‘, 한수도  생겼지.’ ‘아니야 동화 오빠가  잘생겼어.’ ‘그래 다솜이가 그렇다면 그런 거지, 미안하다 한수야, 내가 너보다 낫다.’ ‘하하하하.’ ‘
아이의 순수함이 이렇게 무섭다. 다정을 갈라놓으니 수많은 () 돼버린다. 모두가 만족하는 말이란 지위 막론하고 불가능하다. 순수한 아이도, 순수하지 못한 대통령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그렇지만 순수함 뒤에 숨은 아이는 여전히 사랑스럽다.

5.
 왔어~’ ‘가을이 왔니?’ ‘가을이 왔뉘~’ ‘누나 왔어?’ ‘가으리 완니?’ ‘  웬일이야   반겨주는 날도 있네.’ ‘그럼~’ ‘설마  잘못한  아니야?’ ‘에이 우릴 뭘로 보고. 다솜이  잘못했어?’ ‘?, 아ㄴ,, , 동화 오빠가 언니  안 온다고 그랬어.’ ‘?’ ‘에이 농담이지 농담.’
농담이란  해괴하다. 어느 순간 돌변해서는 거리감을 만든다. 혹은 농담을 농담으로 받지 못하는 순수 내지는 속좁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들어도 농담을 받지 못하는 미숙함은 여전하다. 이쯤 되면 농담이 아닌 진심이라 그런  아닐까 생각도 든다.
언니가 다솜이 잠옷 사 왔어. 다솜이 빨리 커서 벌써 안 맞잖아.’ ‘ 언니 최고다.’ 입어보고 올까.’ ‘좋아.’ ‘ 패션쇼인가. 그럼 내가  하나 연주해주지.’
아이에겐 무조건 밝음이다. 곡도 오직 밝은 곡만 연주한다. 미뉴에트.
 너무  어울리는데?’ ‘예쁘다 예뻐.’ ‘ 예뻐?’ ‘너무 예쁜 공주님이세요!’ ‘어우, 누나 안목이 좋네 진짜  어울리는 거 샀는데?’ ‘언니가 최고야. 오늘 오빠들도  이것저것 사 왔는데 언니가 최고야 최고!’
어린아이는 언제부터 경쟁을 알게 됐을까. 경쟁 속에 빠진 아이가 얼마나 괴로운지 알면서도  막지 못했다. 경쟁이 아님에도 경쟁으로 변질되어버림 속에는 상처만이 남는다. 승자가 패자를 격려하는 것은 오만이다.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것이다. 차라리 승자의 전리품으로 교만하라.
후훗. 다음번에는 다들 분발하라고.’

6.
. ‘오빠 왔다. 읏자, 다솜이  하고 있었나~’ ‘상하 오빠 냄새나~’ ‘오빠가  쪼금 마셔서 그래. 헤헤. 오빠 공격을 받아랏.’ 으아~~ 내려줘~’ ‘이야압~’ ‘아아, 내려줘어~’ ‘오빠 뽀뽀해주면 내려주지.’ ‘에잉, 오빠 냄새나는데.’ ‘그렇다면 공격이다.’ ‘으아아, 헤헤헤.’ ‘뽀뽀해주면 보내주지.’ ‘으아~ 아빠, 오빠  물리쳐 조.’
하고 싶은 말을 하고,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자존심이 없다면 자유롭다. 아이의 자유를 봐라. 몸은 억압되어도 입은 누구보다 자유하다. 취한 자를 봐라, 몸도, 입도 자유하다. 자유해진 정신이 어딘가 사라졌을 뿐이다.
드르륵, ‘상하야 그만 괴롭혀. 동생들도 나도  읽잖니.’ ‘안돼 다솜이 뽀뽀를 받아야 해.’ ‘다솜아 얼른 뽀뽀해주고 오빠 씻으러 보내버리자.’ ‘아이 싫은데.’  ‘오케이 풀어주겠어.  사회 나오니 다솜이도 있고 최고네!’ ‘오빠 드러워 얼른 씻어.’ ‘아유 알겠어요 씻으러 갑니다요.’
 사이 엄마도, 찬이도 들어왔다.
일을 해도, 하지 않아도, 공부를 해도, 하지 않아도, 누구도 커피  잔의 여유가 없다. 그저 테이블에 앉아 여유인  시늉만 있을 뿐이다. 끝없이 들어오는 집에는  이상 테라스에 앉을자리조차 없다.

7.
왔어.’ ‘어유 우리 봄이 늦었네.’ ‘야근했지 .’ ‘언니  이렇게 늦었어.’ ‘어유 다솜이 아직도 안 자고 있어. 얼른 자야지. 늦었는데.’ ‘언니 보고 자야지.’ ‘어유 고맙다.’
사회는  무섭다. 사랑을 보고도 감흥을 느끼지 못하고 스쳐 지나간다. 

8.
아가 이제 자야지 늦었다. 집에  왔으니까 인사하고 자자.’ ‘.’ ‘오늘 언니, 오빠들이 선물도 사줬다며 고맙다고도 하고, 알지?’ ‘.’ ‘봄이 언니  자께.’ ‘, 다솜이  .’ ‘언니 뽀뽀.’ . ‘언니 잘 자, 오늘 수고했어.’ ‘? ~ 다솜이 밖에 없다 역시 ~.’
몸도 마음도 늘어질 , 사랑이 다가오면 이렇게 녹아버린다.
상하 오빠 잘 자.’ ‘어유, 다솜 공주도 잘 자~’ . ‘오빠 군대 다시 ? 안 가면 안 돼? 가지 마라.’ ‘진짜루?’ ‘ 오빠 가지 마라아~’ ‘~ 오빠 진짜 안 가구 다솜이랑 있고 싶다.’ ‘가지 마라아~’ ‘, 알았어. 오빠 다솜이랑 있을게.’ ‘약속이다.’ ‘, 그래, ~’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는 것이 얼마나 안쓰러운가. 지키고 싶어도 지키지 못하는 약속이 있다. 약속하면 안 됨에도 해버리는 약속이 있다. 사랑 앞에 얼마나 많은 깨져버린 약속들과 깨져버릴 약속들이 있을까. 하지만 사랑 앞에서는 약속해버리게 되는 것이다.
동화 오빠 잘 자.’ ‘, 다솜이도  ~’ ‘팔찌 고마워. 영원히 간직할게.’ ‘어머~ 감동이야 김다솜!’ ‘하하.’ . ‘ .’
이렇게 영원이란 가볍다. 무엇보다 무거워야 할  단어가 너무 쉽고 짧게만 쓰인다. 영원이 영원이기 위해서는 영원해야 하기에 쉽게 뱉어서는 안 될 단어다. 그만큼 본래 무게감이 있어 감동하게 되는 것이다.
가을이 언니 잘 자, 사랑해.’ ‘언니도 다솜이 완전 사랑해.’ . ‘ 그만 크고   구멍날 때까지 입을래.’ ‘어유, 얼른 크면 언니가  사다 줄게 걱정마요, 잘 자요.’ ‘언니 안녕.’ ‘어이구, 아가 때매 산다. 말을 어찌 저리 이쁘게 하나 몰라.’
마음과 마음이 오가는 대화에서는 흐뭇한 미소 말고는 아무것도 찾아볼  없다.
. ‘한수 오빠  잔다!’ ‘어이고, 애기 이제 ? 얼른 자야지.’ . ‘오늘 맛있었어.  언제 사 올 거야?’ ‘글쎄 다솜이 먹고 싶을 ?’ ‘그럼 맨날 맨날 사 와!’ ‘어이고, 다솜이 돼지 되겠다.’ ‘아니야, 괜찮아.  사와 오빠 최고.’ ‘어이고, 고마워요, 잘 자 다솜!’
찬이 오빠도 잘 자.’ ‘ .’
 닫힌 방에는 사랑이 재빠르게 식는다. 비벼지지 못했고, 암울한 이야기는 나이  이에게만 꽂히니, 그는 어찌해야 할까. 얻음에는 포기가 동반된다. 그는 사랑을 위해 무엇을, 얼마나 포기할  있을까.
아빠 잘 자.’ ‘아이고 다솜이도  .’ ‘내일 아침은 뭐야?’ ‘식빵에 딸기잼 바를까.’ ‘그러면, ,  뜨겁게 먹을래.’ ‘ 구워서 발라줘.’ ‘ 그리고  내일은 피아노 쳐죠.’ ‘알았어. 그리고?’ ‘,  식물에  주고, 그림자로 이야기해줘.’ ‘알았어. 다솜이 그러면 얼른 자야겠다. 얼른 자자.’ ‘.’ . ‘아빠 사랑해요.’ ‘, 아빠도, 다솜이 사랑해.’
, 수줍든, 당당하든  말을 듣고 아무렇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9.
아침이지만 꼼짝 않는다. 엄마는 아침부터 바쁘다. 오늘 월차를 냈다.
다솜아, 찬아  먹자.’ ‘엄마, 아빠랑 언니, 오빠들은  자는데?’ ‘, 피곤한가 봐. 9명이 앉기에는 상이 너무 작으니까 우리 먼저 먹자.’ ‘.’

10.
여보세요, , 사망 보험 관련해서 수령하는 금액을 알고 싶어서요. , 사망 사유요? , 자연사요. ,  결에  거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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