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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abica Duck Jul 21. 2021

6월 4주 차

불어넣다 : 어떤 생각이나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영향이나 자극을 주다.

 맑고 투명한 것을 좋아한다. 자연에 대한 상상이나 혼자 웃게 되는 이미지에 대한 상상 같은. 외부에서 나에게 전해주는 것들에 열려있는 것만은 아니다. 나라는 존재는 순수로 남고 싶은데 순수가 자칫 탁해질까 봐 외부 영향이 내 안에 들어오는 것이 우려된다. 내가 옳은지 그른지, 제대로 알고 있는지는 스스로 깨지고 다시 세우기를 반복하며 정립하고 싶지 완성된 것을 내 안에 불어넣어 주면 넙죽 받아들이기는 싫다. 스스로 집을 짓고 싶다. 나는 이것이 순수함이라고 생각한다. 흰 도화지 위에는 무엇이든 그려 넣을 수 있지만 어떤 그림을, 어떤 색으로, 무엇으로 그릴지는 내가 정하고 싶은 것이다. 나의 예술은 1차적으로 나의 예술일 뿐이다. 같은 말을 돌려 말하는 것은 선을 긋는 것이다. 내 안에는 순수만 불어넣고 불순한 그 모든 것은 선을 넘지 말라고. 난 주체성을 갖고 싶어 늘 경계한다. 수동적 존재로 결코 살고 싶지 않아 발버둥 치는 것이다. 


 그렇지만 무엇을 함부로 불어넣는 사람이고 싶지도 않다. 내가 불순한 것을 꺼려하듯 내 안의 불순한 것이 밖으로 새는 것을 경계한다. 사람들이 모두 선한 면만 갖고 산다면 개의치 않겠지만 사람은 제각기 다르고 애석하게도 나를 포함해 사람은 불순함을 지니고 있다. 불순함은 암과 같아 모르는 새 전이해버린다. 내가 불어넣은 것 틈에 끼어있는 불순함이 씨앗이 되어 새로운 재앙이 될까 겁난다. 내가 불어넣는 영향 속에 무시, 경멸, 우월, 시기, 질투, 괴로움, 슬픔, 우울 등이 있을까 조심스럽다. 물방울이 반복해 떨어지면 바위가 쪼개지듯 나의 악이 시발점이나 반복이 될까 싶은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불어넣는 것도 무섭고 경계되고 내가 누군가한테 불어넣는 것도 무섭고 경계된다.


 아이러니하게 글을 쓴다는 것은 영향력을 갖게 마련이다. 특히 최대한 많이 보이려는 글이니 더더욱 그러하다. 글을 쓸 때는 머리로 불어오는 단어의 바람에서 신중하게 선별할 수 있어야 한다. 혹여나의 글이, 아직은 아무도 읽지 않았더라도 언젠가는 읽힐 것을 믿으니까, 갖고 있을 악을 없애고 싶다. 나의 글은 나의 마음, 감정, 생각이지만 그 안에는 순수만 담고 싶다. 역설적으로 누구도 좋아하지 않아도 글이 맑고 투명하다면 되려 나는 만족한다. 글뿐만이 아니다. 나는 결국 사회에 섞여 세상을 살아야 한다. 관계란 주고받음이기에 그 속에서 영향력 행사는 자연히 일어난다. 그렇다면 혼자 고립되어 영화 캐스트 어웨이의 톰 행크스처럼 살 것이 아니라면, 나는 늘 조심해야 한다. 말과 행동에서 선 만이 나타나도록 스스로 점검해야 하는 것이다. 


 그 자체로 맑고 깨끗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사람은 아니다. 산이나 바다, 풀과 꽃들 안에는 생기가 넘치며 생명력의 원천은 거기 있다. 바라보는 것 만으로 자연은 수많은 생각, 영감, 감정을 불어넣는다. 도시 가까이 사는 것을 꺼리는 것은 생기 없는 삶에 대한 거부감이다. 한참 도시에 있을 때면 밤마다 우울하거나 기분이 다운되어야 영감이 스멀스멀 올라와 글을 쓰고 싶었다. 우울감 짙은 글이 쓰였다. 도시를 벗어나 매일 불어오는 자연의 생명력 아래 더 밝고 좋은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자연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 충분하다. 설령 자연이 나에게 무엇도 주지 않아도 태양 뜨면 식물이 스스로 광합성하듯 나도 자연히 채워지는 그런 것이다. 자연을 떠나는 인간은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것이다. 사람은 산을 본떠 빌딩을 짓고, 동물을 본떠 이동수단을 만들고, 나무를 본떠 가로등을 세우고, 구름을 본떠 비행기를 만들고, 파도를 본떠 배를 만들었다. 모두 자연에 영감을 받아 만든 것이지만, 인간의 창조물은 인간에게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지 못한다. 신과 인간의 차이는 신은 영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것을 만드는 반면 인간은 그러지 못함이다. 결국 돌고 돌아서는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인위적인 것 틈에서는 수동적이고 제한적 존재로 전락할 뿐이다. 편의를 위해 만든 것은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할 것을 제한할 뿐이다. 


 상대성의 시대에 들어오면서 세상은 복잡해졌다. 확신할 수 있는 것이 더 제한적이게 되었다. 내가 이야기하는 자연만이 순수를 불어넣는다는 이야기 역시 후대에는 변할지 모른다. 언젠가 모든 게 철로만 이루어진 세계가 도래해 자연을 한 번도 접하지 못하고 사는 세대가 나온다면, 그들은 철을 그들의 자연으로 삼아 영감의 원천이 철에 있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진리만이 나를 넘어 우리의 것이며 세상에 존재하는 진리는 몇 없다. 상대성의 세상이기에 나의 것이 우리의 것이 되는 것은 쉽지 않다. 최소한 나의 것이 나의 것일 수 있도록, 스스로는 스스로의 것에 확신할 수 있는 믿음이 필요하다. 나의 글, 나의 사진은 우선적으로 내가 인정하고 만족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언제까지나 나를 위한 일만 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다음이며 나의 몫이 아니다. 그렇지만 나의 글과 사진은 세상에서 빛을 받아야 하기에 나는 우리를 염두해 오직 선(순수)만 담은 글을 쓰고 사진을 찍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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