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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abica Duck Aug 30. 2021

8월 1주 차

새롭다 : 지금까지 있은 적이 없다.

 상상이 실제가 되든 다른 실제가 되든 우리의 경험은 어릴수록 새로운 것이 많다. 누군가는 이미 해탈의 경지에 이르러 세상 모든 일에 초연한  보여도 그런 그마저도 막상 경험하면 새로운 것이 많은 곳이 세상이다. 엄밀히 말하면 평행세계에 사는 이와의 기억을 공유해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기억을 전해주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의 매초는 미지의 영역으로 같은 동작도 그저 새로운 경험이 된다. 다만 여기서 이를 논할 것은 아니니 접어두자. 소민에게 학교를 간다는 것은 새롭고, 기대되고, 궁금증을 자아내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소민이 학교에 입학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소피는 즉각 기뻐하며 그녀의 친구들에게 소민이 온다며 기대의 씨앗을 나눠줬다. 씨앗이 발아하는데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았고, 어릴수록 편견과 미움, 시기, 질투가 없기에 소피와 친구들이 소민이라는 꽃이 나타났을   꽃을 좋아할 것은 예상할 거리도 되지 않았다.


 소민이 학교에 입학하던 날 소민이 가질 법한 긴장은 초보 부부 로랑-엘레느가 대신 가져 소민이 학교는 잘 갈지, 선생님, 친구들, 분위기, 수업 등에 위화감이나 어색함을 느끼지는 않고 적응을 잘할지 등 불안에 바짝 쫄았다. 소민은 전에 그녀의 또래 아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홀로, 낙엽을 밟으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학교로 향했다. 바스락 부서지는 소리 속에는 소민의 기대가 담겨 콧소리는 점점 높아졌고 걸음에는 흥분이 담겨 학교에 들어가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하고 싶어 뛰어갔다. 그녀의 친구 소피도 있었기에, 소피는 소민을 만날 때마다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이야기해주곤 했는데 그때마다 소민은 그림 그린다고 귀담아듣지 않았지만 어렴풋이 소피가 즐거운 이야기를 말해줬던 기억은 있었다, 새로운 친구 만나기는 더더욱 쉬우리라 생각했다. 소민이 교실 문을 열었을 때 시선은 소리를 향해 그리고는 소민에게 쏟아졌고, 응축된 시선을 받아내는 얼굴에는 미소가 지어졌다.

‘안녕, 난 소민이야 잘 부탁해, 난 그림을 좋아해 같이 그리러 다니면 좋겠어.’ ‘와아아-‘


 소피가 먼저 친구들을 소개해줬다. 쟝, 미쉘, 오드리, 샬롯. 소민의 기억에는 없지만 늘 소피가 소민에게 학교 이야기를 할 때 언급되던 친구들이었다. 쉬는 시간에 소민은 학교 복도를 걸어 다니며 창문 너머 나무, 운동장에 뛰노는 아이들을 보며 나뭇잎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아이들의 시끌벅적함과 뒤섞이며 들려오는 소리에 절로 미소 지었는데 영락없이 어린아이는 또래 속에서 행복한 법이란 것을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학교 수업보다는 친구들과 노는 것에 더 관심 있던 소민은 쉬는 시간 친구들의 떠드는 소리를 듣는 것을 좋아했고, 수업 중 선생님의 한 마디에 보이는 친구들의 반응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학교를 마치면 신분에서 해방된 노예들이 자유라는 꿈을 얻어낸 것처럼 친구들과 곧장 교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어떤 날은 공원에서 놀기도 하고, 쇼핑몰에 가기도 하고, 강을 따라 걷기도 하고, 역에서 오가는 사람들을 보며 이 사람은 어디에서 왔는지, 저 사람은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며 놀곤 했다. 소민이 이런 사소함을 좋아했던 이유는 그전에는 혼자 혹은 가족과 해오던 것을 새로운 친구들과, 심지어 또래인,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가끔 샬롯이나 오드리가 집에서 인형을 가지고 놀자하거나 쟝이 술래잡기를 하자고 할 때는 상당히 지루할 때도 있었지만, 다행히 아이의 장점으로 몰입하면 금세 지루함을 잊고는 놀 수 있었기 때문에, 친구와 함께 놀 수 있음은 좋았다.


 하루는 수업을 마치고 소민과 친구들은 공원에 놀러 갔다. 소민, 소피, 미쉘은 돗자리에 앉아 이야기하고 쟝, 샬롯, 오드리는 뛰 다니며 놀고 있었다. 소민이 이야기에 끼지 않고 늘 그래 왔듯 공원의 가장 나이 많은 나무와 연못을 멍하니 바라보던 중 쟝, 샬롯, 오드리가 나무를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소민에게 정적이던 나무는 이제는 동적인 나무와 친구들이 되어 소민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고 소민은 이를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 정적인 것만, 자연, 정물 등, 그리던 소민에게는 새로운 도전이 되어 몇 백 년 전 반 고흐가 그랬듯 인상파 화가들의 영역으로 첫 발을 내디뎠다. 소민이 반 고흐처럼 그리지는 않아도 움직이는 것을 정적인 그림으로 만들기 위한 새로운 연구가 시작되었다. 이에 따라 소민은 학교 생활보다 그림 그리기에 더 신경을 쓰게 되었는데 학교를 마치면 친구와 노는 날보다 곧장 집으로 와 그림 그리기에 집중을 한다던가, 입학 첫날 말했듯 친구들과 놀러 가서도 소민은 친구들이 노는 모습을 그리려고 집중하기 바빠졌다.


 즐겁고 질리지 않는 것을 찾기 전까지는 새로움이 가장  즐거움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반복해 찾기 마련이다. 여전히 소민은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고, 학교에서 친구를 만나 같이 노는 것이 즐거웠다. 다만 돈을 쓰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하며 하고 싶은 ,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것처럼 그림 그리고 친구와 놀기 위해 소민은 학교 수업을 들어야 했다. 친구에  관심이 있던 소민은 학교 생활에 익숙해지자 수업 시간은 지루해져 흥미나 관심을 끌지 못했는데 그녀의 선생님 마리는 소민이 학교 수업에 소홀한 것에 우려해 소민과 자주 이야기하려 했다.  처음 학교에 들어왔기 때문에 적응을 잘할  있도록 이끄는 것이 그녀의 역할이라는 생각으로 마리는 소민에게 학교는 마음에 드는지, 친구는 많이 만났는지, 평소 무얼 하고 지내는지, 수업은 따라오기 어렵지는 않은지  물었다. 소민은 마리가 자신에게 다가올 때마다 보이는 친절에 고맙다고 말하면서도 대화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서둘러 소피와 미쉘  그녀의 친구를 찾아 떠났다. 그녀는 친구들이 즐거워하는 모습 바라보는 것이 가장 즐거웠고  모습은 그녀의 그림 대상으로 생각하며 자신의 그림 연구에 관심을 가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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