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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abica Duck Oct 18. 2021

2021년 매일의 기록

07.10.21

이번 주내 글은 올릴 예정입니다. 대신 최근 쓴 일기를 올립니다.

오늘 백신 맞고 몸이 무거워 쭉 쉬었습니다. 모두 건승하는 매일 보내세요.



07.10.21


나의 졸업에 대해


졸업은 그렇게 지나가 버렸다. 지난 일을 한 번 돌아보자니 그곳에는 텅 빈 운동장 같아서 아무도 없음에도 눈물이 남아있는 그런 곳이다. 어떤 축하도 어떤 기쁨도 어떤 환호나 다짐도 있지 않고 후련한 빈자리만 남아있는 그런 것이 나의 졸업이다.

사람을 좋아하지만, 사람을 부담스러워하고 사람을 그리워하면서 사람을 귀찮아하는 나의 인간상은 나의 졸업에 내가 있지 않게 했다. 선뜻하지 못했고 귀찮아하지 않았다. 괜찮다고 생각하고 괜찮다고 믿었다.

돌아보면 삶에는 아쉬움이란 얼룩이 군데군데 묻어있기 마련이건만 난 그런 얼룩은 나의 모양으로 삼아 흠이라 꼬집지 않는다. 그 속에서는 곰팡이도 피기도 하고 그대로 얼룩지기도 해 나는 괴롭다가도 괜찮다.

웅크리기. 졸업 전부터 나의 스탠스, 자세는 웅크리기였다. 웅크리고 있으면 나는 세상을 다 가진 풍족함도 느끼고 내 안에만 집중할 수 있다. 외부는 차단할 수 있고 작게 난 틈들로 빛과 함께 세상을 관망할 수도 있다. 그렇게 웅크리고만 있는 삶을 보냈다.

졸업하니 웅크린 나는 세상이란 곳에 대뜸 굴러내려가 버렸다. 좁은 강물이 넓은 바다를 만나듯, 그 교통체증 같은 느림 속에서도 나는 넓은 바다에 놀랐지만, 나의 소스라침은 웅크린 내 안에서만 뛰어다녔다. 천천히 천천히 흘러 대양으로 나아가는 나는 감히 웅크린 팔과 다리를 펴지 못하고 있다. 그대로 펴버리면 어릴 적 배운 수영으로는 이 사회에서 익사하지 않고 살아있지 못하리라.

난파선은 누군가를 죽음으로 이끈 조각이지만 나에게는 그런 난파선이라도 기댈 수 있다면 희망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나는 허우적거리는 것을 아직도 못하고 그냥 이리저리 둥둥 떠 있기만 하다.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상대적인 것으로 각자의 생존 방법은 존중받아 마땅하며 생존 앞에는 잘하고 못하고 가 없다. 생존은 어떻게든 생존이다. 사후적인 평가는 신경 쓸 것 없지만,

나는 바다에 떠 있는 사람들의 수영과 발버둥과 편안한 휴식의 시선이 부담스럽고 부끄럽다. 내 몸은 삭혀둔 지방과 구겨놓은 뻣뻣함으로 가득 차 남 보이기 부끄럽다. 중요한 것은 생존임에도.

생존은 그렇게 중요할까. 철학적 질문도 사실은 중요하지 않고 의미가 없다는 것을 이제 알겠다. 생존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이는 생존을 위한 발버둥을 치고 있으니 얼마나 부질없을까.

내 졸업, 나의 끝과 나의 시작. 그 연결점에 걸칠 틈 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나는 이렇게 오늘도 생존에 성공한 삶을 살았다. 땅에 충만하라 인간이여, 그리고 나요. 그게 하나님의 지상명령이라 나는 내 편협하고 조각난 지식으로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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