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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abica Duck Nov 10. 2021

10월 4주 차

일깨우다 : 일러 주거나 가르쳐서 깨닫게 하다.

안녕하세요, 수요일에 올린 것은 사전에 예정된 일이었는데 이게 공지 시스템 같은 것은 없다 보니 미리 말을 못 했네요, 올해 마지막까지 앞으로는 화요일이나 수요일에 올라올 것 같습니다. 제가 월요일에 근무를 하게 되면서 시간적으로 화요일, 수요일에 올리는 게 가능해질 것 같아 그렇습니다. 양해 바라고 이 자리를 빌려 알립니다. 늘 읽어주셔 감사합니다,;:)





 이른 아침,  밖에 새가 지저귀고  지저귐에  나뭇가지  눈은 몸을 흔들어 넓은 잔디 위에 살포시 눕는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누우며  소리를 내고  파장은 침대 주변 공기를 울린다.  침대와 하나의 ,  넓은 공간은 대자로 뻗어도 채워지지 않는 여백이 있다. 여백의 한기를  호흡에 맞춰 몸속에 담고는  뜨며 느낀 허전함을 얼린다. 늙지도, 썩지도 않고  모습 그대로 마음에 얼려놓고 부엌으로 간다. 빵을 꺼내 프라이팬 위에 올려놓고 불을 켠다. 불은 긴장을 놓으면  순간 통제할  없어 양날의 검보다 날카로웠는데 어느새 칼은 점점 작아져  손으로 다룰 만큼 작고 안전해졌고 불은 버튼으로 조절할 만큼 길들였다. 선반 위의 잼을 꺼내며  벌어진 틈새로 스트레칭을 한다. 빵은 준비되지 않았는데 입은 입은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한다. 작은 소리로 뱉는 단어는 희미하지만 옅게 연결된  문장이다. ‘소민,,, 엄마는 엄마,,, 엘레느,,, 엄마,,, ,,, 소민,,, ,,, 그렇지만,, 가족,,, 중요한 ,,, 소민,,,’ 입이 닫힐 즈음이면 빵이 노릇한 연기를 풍기며 유혹한다. 유혹에 아랑곳 않고 2층으로 올라간다. 계단 오를 때마다 나는 소리는 로랑만큼 나이   신음이다. 그만큼 살이  걸까, 이제는 조심해도 어쩔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생각하며 오른다. 방문을 여니 캔버스 위에는 어두운 색이, 캔버스 주위에는 어두운 물감이 있다. 흔적을 보아 그림은 이미 말라 소민이 밤새 그리다  것은 아님을  로랑은 소민에게 다가갔다. 소민을 깨우는 목소리에는 계단 오르기 전의 불안함은 없고 매일 같은 문장으로 단련된 편안함이 있다.  편안함에 부드럽게 올라타며 눈을 뜨는 소민은 웃으면서 일어나기 싫다며 로랑의 입을 밀어낸다.  온기에 평안을 느끼며 다시 한번 로랑은 소민을 부르며 면도한 자리 꺼슬한 수염을 손등에 비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며 기지개를 켜는 소민은 일어난다고 말을 하며 얼굴을 찡그린다. 로랑이 아침 준비했다는 말과 나가고 소민은 앉은자리로 시간을 확인한다. 평소보다도 일찍 깨운 로랑을 미워하며 혼자 있는 방에서  자고 싶은데 먼저 깨운 것을 두고 투덜거린다.


 빵, 시리얼 매일 아침 바쁜 서로를 위해 준비한 간단한 식사다. 밥 먹으면서도 이야기는 늘 있다. 전날의 무겁던 분위기는 간밤에 어둠과 함께 쏟아낸 듯 아침에 걸맞은 밝은 분위기다. 소민은 잊었다. 학교를 가고, 친구들을 만나거나 그림을 그리다 보면, 또 저녁 식탁 조명 아래 앉아있으면 다시 생각나겠지만, 오늘 아침에는 확실히 잊어버리고 이야기를 한다. 소민이 아침을 다 먹을 즈음 로랑은 커피를 마시며 소민을 보고 있다가 마지막 빵 조각이 영원한 안녕을 빌며 사라지자 말한다.


 ‘소민, 어제 이야기 말이야,,,’ ‘어떤 이야기?’ ‘엄마 이야기,,, 기억나지?’ ‘응.’ ‘엄마한테 그 말을 듣고 무슨 생각했어?’ ‘아, 음,,, 이해가 잘 안돼. 엄마는 원래 하나 아닌가? 그럼 나는 엄마가 둘인 걸까. 그럼 아빠는 결혼을 두 번했나. 그러다가 나도 모르겠어서 아빠한테 물어봤어.’ ‘음,,, 그랬구나, 소민이 아예 모르고 갑자기 들어서 당황했을 수도 있겠다. 음, 소민은 입양이 뭔지 알아?’ ‘응, 원래 내 애기가 아닌데 내 애기로 하는 거잖아.’ ‘그렇지, 그럼 쉽게 이해할 수 있겠다. 엘레느가 그렇게 말한 것은 소민이 엘레느랑 나한테 입양돼서야.’ ‘,,,’ ‘음, 내 생각에 엘레느가 떠나기 전 소민한테 그 이야기를 한 것은 소민이 이제 많이 커서 이런 이야기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한 것일 거야. 아빠도 소민이 많이 커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사실이 아니다. 사전에 로랑은 엘레느와 이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없었고, 로랑 개인으로서는 평생 말하지 않아도 된다면 소민에게 말할 생각이 없었다. 엘레느가 소민에게 친엄마가 아니라고 말할 때 로랑은 속으로 그 이야기를 왜 하는지 물었지만 한참 울고 있는 소민을 보며 눈물은 모든 것을 잊게 해주는 마법 같은 효과가 있다고 돌이켜보면 터무니없는 믿음을 갖고 있어 잊을 것이라고 생각한 로랑이었다. 어쨌거나 소민이 물어본 이상 이에 대해 말을 해야 했고, 이를 최대한 포장하기 위해 선의의 거짓말을 한 것이다. 거짓말은 거짓말이기에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마음이나 생각보다 소민이 더 중요했기에 기꺼이 몇 번이고 더 할 의향도 있는 로랑이었다. ‘소민, 이해할 수 있지?’ ‘,,, 음, 잘 모르겠어,,,’ ‘소민 걱정하지 마. 괜찮아, 나는 언제나 소민의 아빠고 엘레느가 언제나 소민의 엄마인 것은 변하지 않아.’


 소민은 곤혹스러웠다. 입양이란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크게 관심 갖지는 않았고 입양을 왜 하는지 이해가 안 됐다. 그리고 자신을 낳은 부모는 아이를 왜 입양하도록 보내는지는 더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남의 일이라 치부하고 관심 밖에 두다가 그 일이 자신의 일이 되면 혼란이 온다. 자신의 일이라고 100% 믿지 못하고 일종의 꿈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스스로에게 착각에서 깨라고 되뇐다. 그다음으로는 이게 자신 앞에 펼쳐진 일임을 인정하게 되는데 이때는 무너질 수도 있고 이를 견디고 이겨낼 수도 있다. 소민은 생각해본 적 없는 일이 자신에게 펼쳐져 충격을 받았다. 로랑도 출근을 하고 소민도 등교해야 했기에 저녁에 더 이야기하기로 했지만 학교에서도 여전히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학교가 마칠 때까지 아니 로랑이 집에 다시 돌아올 때까지 소민은 내부 세계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혼돈을 받아들이기 위해 반복적으로 엘레느와 로랑의 말을 되새겼다.


 저녁 식탁은 음식만 없다면 취조실 같았는데 무거운 분위기에 소민의 질문과 로랑의 답의 반복됐다. 저녁을 먹으며 계속 묻는 소민은 씹던 음식을 삼키거나 뜸을 들이고 답을 하는 로랑이 하루를 꼬박 기다리는 것보다도 더 기다리기 힘들었는데 이는 눈앞에 가진 자가 부리는 여유 같은 모습이, 사실은 신중히 답하기 위함이었지만 소민 눈에는 마치 그렇게 보였다, 소민에게는 답답했기 때문이었다. 저녁 식사를 마칠 즈음 소민의 입은 더 열릴 것이 없었고 로랑은 설거지를 했는데 그릇 부딪히고 닦는 소리에는 유리가 아닌 플라스틱이 내는듯한 가벼움이 있어 모든 문제를 해결한 로랑의 가벼운 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소민이 저녁 식사 때 알게 된 것은 하나, 소민은 프랑스 출생이 아니며 대한민국 출생이라는 것, 하나, 소민은 돌이 채 되기 전에 입양되었다는 것, 하나, 자세히는 모르지만 소민을 낳는 부모는 소민을 기를 형편이 아예 안돼서 입양 보내진 것이란 점, 하나, 그렇기에 당연하지만 로랑도 친부가 아니란 점, 하나, 로랑-엘레느 부부는 소민을 정말로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하며 실제로 늘 소민을 선물 같은 존재로 생각하고 감사해한다는 점, 하나, 한국이란 곳은 비행기로만 반나절이 걸리며 프랑스보다 작은 나라라는 점. 로랑의 답을 듣고 소민은 혼란 속 진실을 마주하고 이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후 로랑이 저녁 산책을 가자고 해 같이 나가 걷고 있었는데 로랑은 ‘소민, 충격도 받았을 테고 새로운 이야기에 모든 게 낯설고 어려울 수도 있어. 아빠가 모든 것을 이해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빠는 늘 소민 곁에 있다는 것은 잊지 마렴. 지금도 그렇고 이전부터 앞으로도 아빠는 소민 곁에 늘 있을 거야. 비록 엘레느나 내가 소민을 낳지는 못했지만 우리는 단 한순간도 소민을 남으로 생각한 적이 없단다. 언제까지나 소민의 부모로 있을 테니 잊지 말고,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가족으로 함께하자.’고 말했다. 소민은 이 말을 듣고 입양에 대한 모든 것을 떨치지는 못했지만 안개가 겉히는 것을 느끼며 다시 가족의 품에 들 수 있었다. 그 평안과 평온, 따뜻함은 모두 로랑이 소민을 어떻게 보듬을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의 결과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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