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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작가 Aug 23. 2023

아이에게 책 읽어주다 울어본 적 있나요?

가까워지는 이별의 시간




아이에게 책 읽어주다가 울어 본 적 있나요?

네, 제가 그랬습니다.




<<만약 온 세상이>>

글 조지프 쿠엘료 / 그림 앨리슨 콜포이스 / 옮김 서애경

2019년 IBW(Independent Bookshop Week) 어워드 그림책 부문 우수상 수상 도서


'봄이에요.'

봄을 알리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4계절 동안 할아버지와 주인공 손녀가 함께한 추억을 그린 책이에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저도 어렸을 때 제 손을 잡고 여기저기 다니시던 할아버지 생각이 났어요.

페이지를 넘기는데, 아이가 고개를 숙이고 울고 있습니다. 저는 어떤 일이 생긴 지 직감적으로 알았습니다.


 "하지만 더는 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남았어요. 만약 온 세상이 기억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그 방에는 온통 할아버지가 계실 거예요. 그러면 나는 언제든 그 방을 찾아갈 수 있겠지요."


찬이에게 책을 읽어주는데 제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그립기도 했고, 이별을 맞이해야 하는 상황이 슬펐습니다. 책을 읽다가 제가 울면 아이가 놀랄까 봐 겨우겨우 마음을 달래며, 책을 끝까지 읽어주었어요.


2년 전, 제 첫째 아들에게 읽어줄 때는 그랬습니다.




어제, 둘째 딸에게 다시 이 책을 꺼내 읽어주었어요. 어떤 내용인지 이미 아니까 이번에는 괜찮을 거라 생각했어요. 이번에는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생각나는 게 아니라, 살아계신 제 친정아버지가 떠올랐습니다. 가슴이 먹먹해지며 책을 읽어주는 제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어요. 울컥 터지려는 눈물을 간신히 참아냈습니다.

그림책 속의 할아버지와 손녀가 마치 내 아버지와 딸 같았거든요. 윤이는 친정에서 유일한 손녀예요. 그래서 외할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답니다. 매주 주말마다 제 아버지는 딸을 데리고 공원, 놀이터에 나갑니다. 딸은 할아버지에게 애교도 많이 부리고, 참 잘 따릅니다.

언젠가는 그림책 내용처럼 이별을 맞이해야 할 날이 올 거예요. 그걸 알기에, 딸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제 목소리는 다시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할아버지의 빈자리는 곧 제 아버지의 빈자리를 의미하니까요.


이제 내가 나이를 먹을수록 앞으로 내 주위 사람들과 이별할 일이 많아지겠죠. 한 명씩 떠나보낼 때마다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요. 감히 상상해 볼 수가 없어요. 경험이 쌓여도 절대 적응되지 않는 일 중에 하나일 거예요. 누구보다도 내 부모와 이별해야 할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게 가장 두렵습니다.


딸과 함께 읽은 책은 색감이 참 따뜻했어요. 그래서 페이지 한 장 한 장을 빨리 넘기고 싶지 않았어요. 더 오래 시선을 두고 싶었습니다. 내 부모님과의 앞으로 함께 할 추억 페이지도 빨리 넘기고 싶지 않습니다. 따뜻하고 다채로운 색상으로 채워서 천천히 더 오래 보며 함께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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