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투른 할아버지 사랑 표현법

서투르지만 솔직하고, 어색하지만 깊고 넓은.

by 디 마이너 윤미선

일주일 간격으로 찬이와 윤이가 차례로 입원했었다. 찬이는 맹장 수술을 했고, 윤이는 장염과 코로나로 치료를 받았다.


퇴원 며칠 후, 친정 아빠가 돈 봉투를 주셨다. "이거로 윤이 약 좀 해 먹여라."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전신마취에 수술까지 한건 찬이인데? 윤이는 코로나였을 뿐인데, 굳이 몸보신해야 할 사람은 찬이 아닌가?'

친정에는 죄다 손자 녀석들 뿐이다. 그래서 막내 손녀 윤이가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다. 그래도 수술한 찬이 걱정을 덜 하는 것 같아 좀 서운한 마음이었다.


며칠 후 시아버님에게 전화가 왔다.

"찬이는 좀 어떠냐? 어린 녀석이 수술받느라 고생 많이 했네."

찬이 걱정 한가득하시길래, 이제 많이 회복하고 괜찮다고 말씀드렸다.

"그래. 다행이네. 알겠다." 그렇게 통화는 끝났다.

'아니... 아버님? 윤이는요? 윤이 안부는 안 물어보고 끊으시는 건가요?' 혼자 허공에다 중얼거렸다.

찬이는 시댁에서 유일한 손자였다. 아버님에게는 찬이가 1순위였다.


두 아버지들 왜 그러시나요? 특히 이뻐하는 손주만 너무 티 내고 챙기신다. 어머니들은 안 그런데 아버지들의 어설픈 편애는 티가 나도 너무 났다. 남편에게 있었던 일을 말했더니, 아이들이 양가에서 각각 사랑받으니 좋은 거 아니냐며 웃었다. 내 남편도 나중에 똑같아지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양가 아버지 모두 경상도 분이다. 덕분에 남편과 나는 어릴 때 다정한 아버지의 품은 느껴보지 못하며 자랐다. 아버지의 무뚝뚝한 말투와 행동이 오히려 친근하다. 사나이 아버지들이 나이 드시며 드세던 기운 많이 약해졌다. 그동안 남편과 자식 뒷바라지로 힘든 세월 보낸 어머니들은 혼자만의 시간을 가장 좋아하는데, 아버지들은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항상 기다리신다. 자식에게 못해준 다정한 관심은 손주에게로 갔다. 서투르다. 하지만 애정 넘치는 속마음이 다 느껴진다.


아버지들의 행동과 말 표현을 내가 굳이 이해할 필요는 없었다. 불만을 가질 이유도 없다. 내가 생각하기 나름이다. 설마 다른 손주 걱정 안 하는 건 아닐 테다. 단지 한 명이 너무 소중했고, 표현이 서투를 뿐이었다. 어쩌면 가장 순수하고 솔직한 사랑 표현일 수도 있겠다. 있는 그대로만 받아들이면 된다. 생각하시는 마음, 주시는 마음만 감사하게 받으면 된다. 내 새끼들 이렇게 챙겨 주시니 얼마나 감사한가. 아버지들이 뒤에 딱 버티고 전적으로 지원해 주시고 걱정해 주시니 힘이 난다. 힘든 일이 있어도 아버지의 큰 사랑을 밑바침 삼아 잘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서투르지만 솔직하고, 어색하지만 깊고 넓은 아버지, 할아버지의 사랑이다.


*그림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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