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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작가 Sep 15. 2023

온라인에서 좋은 사람 구별법

글 속에서 마음이 나타나기 마련.


L님. 처음 만났다. 보자마자 두 손 맞잡고 "어머, 어머 처음 보는 건데도 이미 여러 본 느낌이에요"라고 말했다.

1년 전 "소리튠 영어" 온라인 밴드에서 알게 된 회원이다. 소리튠 밴드에는 회원들이 자신이 녹음한 소리를 올리고, ACE자격의 선배 회원 혹은 코치들이 피드백을 댓글로 준다. 당시 나는 인턴 코치로서 L님에게 소리 피드백을 드렸었다. 그 인연이 오늘까지 이어졌다. 온라인에서 서로 1년을 넘게 지켜보았다. L님은 늘 내게 피드백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했고, 내 소리를 칭찬해주었다. 짧은 글이지만 글 속에서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내가 코치가 된 후 바빠져서 밴드 활동을 몇 달 쉬었다. 그 와중에 L님은 예전에 내가 올렸던 글을 찾아 그 밑에 댓글을 남겼다. 서로 연락처가 없으니 연락할 방법은 그것밖에는 없었다. 1년 전 댓글이다.

"코치님. 잘 지내고 계시지요? 벌써 가을이 와 있네요. 계절도 변하고 있고 코치님 소리도 다시 듣고 언제나 저의 최애소리셔요. 그러하여 아주 간만에 안부인사 드리러 왔어요. 저는 매일 코치님께 감사함 잊지 않고 훈련하고 있어요. 제법 쌀쌀해지고 있는 날씨, 코치님 가족 모두 건강하시고 오늘 하루 기분 좋음으로 넘 멋진 소리를 가지신 코치님스럽게 하루 시작하셔요."

내가 동기부여 드리고 도움을 드려야 하는데, 오히려 코치인 내가 좋은 에너지를 받았다. 가끔씩 댓글로 소식을 물어오는 L님이 정말 고마웠다.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 한 번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S님. 소리튠 온라인 밴드에서 비슷한 시기에 나와 함께 성장한 분이다. 우리는 이미 전부터 오프라인 만남을 이어오고 있었다. 나이 차이가 조금 난다. 나와 두 바퀴 띠동갑이다. 트래킹을 좋아하는 분이라서 함께 몇 번 산을 올랐다. 만나기만 하면 대화가 끝이 없다. 연령대가 달라도 말이 잘 통하고 가까워질 수 있다는 걸 S님 덕분에 알게 되었다. 만나고 나면 어느새 또 보고 싶다며 금세 또 약속을 잡았다. 




오늘은 S님이 중간에서 연결을 해줘서, L님도 함께 만났다. S님이 특별히 강화도로 운전기사를 자처하며 드라이브를 시켜주셨다. 차 안에서부터 시작된 대화. 어색함은 전혀 없었다. 비록 온라인에서지만 1년 넘게 우리만의 스토리가 있었다. 그동안 궁금했던 것, 말해주고 싶었던 내용 등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말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비 예보와 달리 날씨는 어찌나 맑고 화창하던지, 우리는 날씨 요정이라며 하하 호호 연신 즐거웠다.

맛있는 점심도 먹고, 막 찍어도 그림이 되는 멋진 카페에 들렀다. L님이 말했다.

"우리 실제로 만나면 꿈일 정도로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꿈이 이루어졌어요!"

꿈이 이루어졌다는 말이 참 듣기 좋았다. 꿈이 뭐 별거인가. 이렇게 좋은 사람, 보고 싶은 사람 만날 수 있는 게 꿈이고 행복인거지 싶었다. 

"글만 봐도 정말 따뜻한 분이겠구나 생각했어요. 오래도록 변함없는 모습을 보고 정말 좋은 분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보니 역시 맞네요."

"혹시 글만 이쁘게 쓰는 사기꾼도 있지 않을까?"

"아이고. 사기 치려면 이 힘든 영어 소리 훈련 계속해야 하는데요? 힘들지 않을까요?"

"하하하하하"

우리를 이어준 '소리튠영어'는 훈련하지 않으면 서로 소통하기도 어렵다. 영어에 관심 있고 목표를 향해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강제성이 없음에도 다른 사람을 응원해 주고 칭찬해 주는 분들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우리는 서로를 알아봤다. 단지 '댓글'로 말이다. 


오랜 시간을 보면, 글만 봐도 글쓴이가 어떤 사람인지 느낄 수 있다. 예전에는 온라인에서는 진실되고 건전한 사람을 만나기는 힘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코로나를 겪으며 많은 것들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 갔다. 배움과 소통에 갈증을 느낀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모였다. 온라인에서는 서로의 생각을 주로 글로 표현한다. 말과 글은 같으면서도 다르다. 말을 잘해도 글을 못쓰는 사람이 있는 반면, 말은 잘 못해도 글로는 자기 마음 편히 잘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있다. 온라인에서는 후자가 더 편할 거다. 그러나 중요한 건 잘하고 못하고 가 아니었다. 멋스럽고 논리 정연한 글보다는 마음을 이끄는 글이 더 좋다. 진실된 글은 눈에 보인다. 진실된 사람도 글 속에서 보인다. 오래 보면 더 정확하다. 

"자세히 보아야 이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 글귀처럼.


때로는 온라인 소통이 더 편할 때가 있다. 일상이 바쁘면 누군가와 약속 잡고 만나는 것 자체가 힘들다. 하지만 온라인은 언제 어디서든 소통이 가능하다. 좋은 글로 마음 나눌 수 있다. 글로 사람 마음이 가까워질 수 있다. 글 쓰는 게 어느 때보다 중요한 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 전에 먼저 좋은 마음을 먹어야 한다. 글 속에 마음이 나타나기 마련이니까. 글을 통해 서로 끌리는 인연이 생기고 가까워지는 경험을 했다. 좋은 글을 쓰면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온라인에서도 얼마든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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