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대칭을 이뤄가는 과정
살다 보니 가운데를 접었을 때 완전히 겹쳐지듯 대칭인 것은 거의 없더라.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이룰 수 없는 것이 있고 반대로 내가 그다지 수고하지 않아도 내 노력 이상의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내가 누구를 좋아한다고 상대가 내 마음만큼 나를 좋아해 주는 것도 아니고 나는 관심 없지만 나에게 필요 이상의 관심을 쏟는 이들도 있다. 좋은 의도로 시작했으나 그 의도가 공연한 오해를 만들기도 하고 무심코 한 행동인데 기대 이상의 긍정적 평가를 받기도 한다. 내가 뜻한 바와 결과가 비례한다면 공평할 텐데 세상의 많은 것들은 좌우 균형이 맞지 않고 엇갈릴 때가 많다.
매스컴을 통해서 연예인 누구누구 얼굴이 대칭이네 컴퓨터 미인이네 하는 이야기들을 자주 접한다. 비대칭적인 얼굴보다 대칭적인 얼굴이 더 매력적이라는 것은 많은 연구를 통해서 밝혀졌다 (예, Gangestad et al., 1994; Grammer & Thornhill, 2004; Perrett et al., 1999). 물론 이 연구들에서 전제된 것은 다른 조건들이 다 같다는 전제하에 비대칭보다는 좌우 대칭적인 얼굴이 더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사람들 얼굴을 보고 누가 얼마나 대칭인지 아닌지는 사실 잘 구분도 되지 않는다. 얼굴이 좌우 대칭이냐 아니냐 보다는 오히려 다른 부분들이 그 사람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 때도 많다. 예를 들면 한쪽에만 있는 덧니나 보조개가 아예 없거나 양쪽 다 있는 것보다 더 개성 있고 귀여운 얼굴로 보이게 만들기도 한다. 얼굴 매력은 꼭 대칭만이 아니라 다른 요소들도 함께 고려해봐야 할 것 같다.
나는 경제학에 전무하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자주 활용하는 이론이 있다. 그것은 정보의 비대칭성(information asymmetry)이다. 내가 좀 더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할 때 이 이론을 생각하곤 한다. 정보의 비대칭성 이론은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하고 오늘날 정보경제학을 탄생시킨 미국의 경제학자 죠지 애컬로프 (George Arthur Akerlof)가 1970년에 주장했다. 이 이론은 경제 주체 사이에 정보 격차가 생기는 현상을 말한다. 대표적인 예로 중고차 거래를 든다. 중고차 시장에서는 판매자가 구매자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구매자는 차의 실제 가치보다 차를 비싸게 살 가능성이 커진다. 구매자는 좋은 중고차와 나쁜 중고차를 정확히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나쁜 중고차가 걸릴 확률을 고려해 중간 어디쯤 가격을 정한다. 그런데 좋은 중고차의 가치보다 낮은 가격이기 때문에 좋은 중고차를 가진 사람들은 중고시장에서 거래를 하지 않게 된다. 중고 시장에는 저품질 상품이 많아지고 고품질은 사라지는 역선택(adverse selection) 문제가 발생한다. 결국 정보의 비대칭성이 커지면 좋은 중고차가 중고시장에 더 이상 나오지 않기 때문에 그것은 정보를 더 가진 판매자나 구매자 양쪽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새 차의 경우 객관적 자료들을 통해서 나에게 맞는 합리적 선택을 하기가 비교적 수훨하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감수하면서도 많은 선택과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많다. 나는 이점을 고려해서 거래를 할 때 상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미리 수집하고 브렌드에 대한 평가를 고려하며 다른 요구사항을 만들어서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유도하기도 한다.
얼굴과 정보의 양에만 비대칭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주위를 돌아보면 서로 맞지 않은 것들이 참 많다. 함께 사는 부부가 서로 맞지 않아서 다툴 때가 많고, 부모 자식 간에도 차이가 많으며, 오래 알아오던 친구나 지인들도 어느 순간 서로 너무 달라서 멀어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우리 삶에서 비대칭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고, 상대를 이해하고 맞춰가다보면 서로 닮아가는 것 같다. 인생은 비대칭이다. 그러나 대칭을 이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