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낮과 밤을 가득 채우는 향기
사진에 향기를 담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귤꽃을 찍을 때 했던 생각이다.
처음 몇 년은 그 계절 향기의 정체를 몰랐다.
그냥 어디서 좋은 향기가 나네... 정도였던 것 같다. 그렇게 자연과 주변에 무심했다.
걸어 다니면서 알게 된 계절의 풍경들과 꽃들. 그리고 귤꽃향기.
예전 이 동네는 딸기밭과 귤밭이 많았다고 한다.
지금 딸기밭은 거의 사라지고, 그 자리엔 빌라들이 우뚝 서 있다.
시내라면 시내인 동네인데, 조금만 옆길로 빠져도 귤밭들이 있다. 그래서 5월이면 귤 향기가 매우 짙다.
한낮에 열기로 꽃향기가 동네를 날아다녔다면, 밤에는 진한 꽃향기가 동네로 차분하게 가라앉아 넓게 퍼져가는 느낌이다.
물론 귤밭천지인 서귀포의 향기에는 못 미치지만, 제주시에 살면서 귤꽃향기를 맡을 수 있는 이 동네가 좋다.
어쩌면 빌라로 변한 딸기 밭들처럼 귤밭들도 빌라촌이 될지도 모르겠다.
동네 안쪽 골목에 있는 귤밭들은 그래도 좀 더 바라볼 수 있겠지만, 큰길에 있는 귤밭을 보면 곧 사라질 풍경 같아 위태하다는 생각이 든다.
6차선 큰 길가 돌담과 귤밭. 길가에 삐죽 나온 귤나무 가지. 사라질 풍경이라는 위기의식에 찍고 그려두었다.
그림으론 한구석에 불과하지만, 나는 그 길, 그 풍경, 그 향기를 그림과 함께 오래 간직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