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마라톤? 아니, 요가!

by 연우맘

2025 공주백제마라톤 10킬로 기록이 1시간 3분으로 나왔다. 와! 대박이다!
1년 전 같은 대회-내가 처음 나간 마라톤에서는 1시간 22분대였다. 1년 동안 주말마다 달리는 연습을 한 효과가 빛을 발했다.
기쁨의 눈물까진 아니더라도 하늘의 빗줄기가 불꽃놀이의 폭죽처럼 쏟아지는 듯했다.
(이날은 정말 상당히 많은 비가 왔다.)


기뻤다. 정말 기뻤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니 아무렇지 않았다. 인생은 마라톤과 같다지만 한 끗 차이로 요가가 더 닮았다.

오늘 직장 동료가 요가의 무엇 때문에 빠지게 됐냐고 물어왔다. 순간 할 말이 없었고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등산을 하는 사람들에게 왜 산에 오르냐 물어보면 산이 거기 있으니까, 왜 사냐고 물으면 태어났
으니까 정도로 식상하게 답할 수밖에 없는 복잡 미묘한 질문이었다.
요가를 하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욕심을 내려놓게
된다는데 나의 경우는 정 반대다.
어려운 자세를 하면서 편안해 지기는커녕 나는 이게 왜 안되지? 저 사람은 나보다 다닌 지 얼마 안 됐는데? 승부욕과 질투심이 활활 타오른다. 우르드바다누라 같은 깊은 후굴자세에서는 숨도 제대로 못 쉬어서 꺽꺽댄다. 고요함은 온데간데없고 거친 숨소리로 요가실이 지옥실이 된 적도 있다.

한 시간이 약간 넘는 이런 어려운 요가수업이 끝나면 마라톤 결승선 골인의 짜릿함, 환희는 없다. 요가는...중간 과정이 어찌 됐든 하긴 했고, 그걸로 끝! 기쁨도 없고 슬픔도 없다.(집에 돌아가서 보상심리와 허기짐을 달래려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오히려 인생의 기쁨이 명확하게 다가온다.)
마라톤은 1시간 3분이라는 성적표를 받았지만 요가는 그런 게 없다. 그냥 내가 했나, 할 수 있는 만큼은 최선을 다했나, 그러면 됐다, 그걸로 만족할 뿐이다. 숫자가 아닌 자기 위안의 동정표를 몰아주며 내일 그냥 또 요가원에 가고 말 뿐이다.

마라톤 결승선에서 폭죽이 터지는 화려함이 내 인생에 한두 번이나 있으려나?
마라톤을 하다가 중간에 멈추거나 기록이 안 좋으면 패배자가 된 거 같은 느낌이지만, 요가는 어려운 동작과 마주하면 눈을 감아버리고 그전단계의 쉬운 동작을 하면서 선생님의 10초 카운트가 빨리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마라톤의 마지막은 메달이지만 요가의 마무리는 사바아사나이다.
바로 송장 자세. 두 다리 털썩 쩍 벌리고 손등 바닥에 두고 벌려 대자로 누우면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를 때도 있고 코 골며 깜빡 잘 때도 있다. 한 시간의 요가 여정이 우리의 긴 인생여행처럼 어지간히 피곤했나 보다.
기록 좀 못 내면 어떻고 남들보다 못하면 좀 어때.
마지막 죽을 때 <그래도 나는 했어, 그냥 쉬지만은 않았고 움직였어. 이 정도면 충분해. 후회는 없어.>라고 읊조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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