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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우맘 Jun 03. 2024

요가 10개월, 글쓰기 2개월

조급한 내 마음

도합 12개월이다. 1년을  두 가지에 몰두하고 노력한 중간고사의 결과를 기다리는 조급한 마음에 일이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았다. 며칠 전 공모전에 여행기를 올렸고 오늘 그 결과가 나오는 날이었다. 이제나저제나 혹시나 결과가 기다려져서 홈페이지에 계속 들어가 봤다. 그러다 그 결과가 메일로 날아왔는데 ‘미선정’이라는 단어와 함께 평가의견이 다음과 같이 첨부되어 있었다.

                    


첫째, 서사의 흐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1화에서 갑작스러운 여행 결심과 감정의 전환이 다소 급격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둘째, 구체적인 사건과 배경 설명을 통해 독자의 이해를 돕는 것이 좋겠습니다. 향일암 여행 시 겪은 어려움을 더욱 세밀하게 묘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셋째, 문장의 일관성과 흐름을 보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다양한 사건이 병렬적으로 나열되기보다는 논리적 연결이 강화되면 좋겠습니다. 이 세 가지 보완을 통해 작품의 완성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사료됩니다.



 더욱 세밀하게 감정묘사를 하라고 하는데 어느 정도까지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문장의 일관성과 흐름, 그리고 논리적 연결…. 내 지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첨삭이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피드백까지 해주는 심사단이 고맙다가도 더 친절하고 알기 쉽게 조목조목 내 것이 왜 틀렸는지 따지고 싶은 미묘한 감정이 교차했다.

선정이 된 글들은 얼마나 흐름이 매끄러운지 비교해 보고 싶었고, 전문가들이 만약 나의 글을 수정 보완해 쓴다면 어떻게 다시 탈바꿈할 수 있는지 직접 다시 써서 보여달라고 하고 싶었다. 글에는 수학처럼 정답이 있는 것일까?      

애당초 기대를 한 내가 잘못인 건지도 모르겠다. 자꾸 자기 비하와 그냥 글쓰기를 그만둬버릴까 하는 마음도 들었다. 더군다나 어제는 <뇌를 확장시키는 황인선의 글쓰기 생각력>이라는 책을 읽고 나서 내가 지금까지 브런치에 올린 글을 삭제해 버리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운 글들이 많았다. 하지만 아까워서 차마 그러진 못했다. 여기 책에서 발췌한 나에게 도움이 되는 대목에는


첫째, 여행기에는 공부+사랑이 들어간 글을 써야 한다는 점-자랑, 수다, 셀카 사진, 브랜드가 난무하는 글을 쓰지 말라고 했다. 글에 설렘이 있어야 하고 과정이 자세히 소개가 되어야 하며 대상묘사, 가치전달, 특별한 감상이 있는 글이 좋은 여행기라고 했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답사기>가 좋은 예라고 했다.     

둘째, 책을 내려면 세상에 선물해야 한다는 점- 책의 탄생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했다. 알고 있는 분야의 글을 쓰지 말고 내 지식을 베이스캠프로 삼아 모르는 분야를 공부해서 글을 써야 한다고 했다. 너무 편한 글을 쓰지 말 것! 독자는 저자에게 뭐라도 배우기 위해서 책을 읽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에세이 글을 읽으면서 위안을 얻는 건 잠깐이라고 했다. 이 대목이 내 글이 잘못되었음을 한마디로 설명해 주었다. 푸념, 일기, 끄적임이 아닌가, 너무 쉽게 써 내려간 건가, 그렇다고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쓴 건 아닌데 반은 끄덕임도 있었고 써먹을 수 있는 점도 있는 책이었지만 수필이란 분야가 갑자기 어렵다, 쉽게 되는 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내 마음을 짓눌렀다.     


그렇게 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요가 수련을 하러 갔다. 요가 수업이 시작되기 10분 전까지도 그놈의 평가가 머릿속에 맴돌다가 요가 매트의 얼룩들을 보고 밟아온 시간을 손가락으로 따져봤다. 내가 요가를 시작한 건 작년 8월부터니까 이제 10개월 정도 됐다. 그리고 글쓰기는 2달째다. 요가를 10개월 했다고 하면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짧은 기간이다. 요가원에는 기본은 3년 이상 된 회원분들이 많다. 브런치 작가님들은 더하다. 나는 이제 겨우 30편 정도의 글을 내었을 뿐인데 도대체 뭘 바라는 건지, 너무 욕심이 크고 허황된 꿈만 꾸는 그리고 무모하고 무식한 나 자신이 요가 교실 옆에 붙어 있는 거울에 비쳤다. 기본도 없는 주제에 그냥 허세로 글쓰기를 하는 것 같아 낯이 뜨거워졌다. 복권도 사지 않으면서(책도 많이 읽지 않고 글쓰기에 관한 공부도 하지 않으면서) 1등이 당첨되기를 바라는(어디 내 글이 뽑히기를 바라는) 도둑심보를 가진 것 같다. 더 웃긴 건 물구나무도 아직 서지 못하면서 요가 자격증을 따려고 또 조급함에 한두 달 전부터 이곳저곳 알아보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조급하게 짧은 기간에 뭔가를 이뤄보겠다는 것은 애초에 잘못된 생각이라고 옆에서 아무리 알려줘도 사실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내 가족들은 회사 다니고 살림하고 그 바쁜 와중에 되지도 않는 글을 쓴다고 그만두라고 한다. 사실 그렇기도 하다. 82년생으로 40대 중반을 향해 가고 있는 지금 이뤄놓은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아 (꼭 업적을 남겨야 해?) 어디 하나만 걸려라 하고 문어발을 걸쳐놓은 게 한두 개가 아니다. 또한, 엄마로서 책임감을 저버리고 있는 거 같아서 딸에게도 미안해진다. 공부도 한창 봐줘야 할 중요한 때인데 사춘기가 온 딸을 가르치면서 울화통이 터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 요즘은 그 핑계로 더욱더 나에게만 더 집중하고 있어서 이런 삶의 패턴이 옳은지, 왜 요가는 시작해서, 또 왜  글쓰기까지 발은 담가 가지고 이런 감정을 느껴야만 하는지 모르겠다며, 다시 옛날 엄마 역할에만 충실히 하는 본모습으로 돌아가 무미건조한 삶이 차라리 나았는지 온통 잡생각을 하며 겨우 요가 수련을 끝내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글쓰기와 요가- 내가 생각하는 이 둘의 최종목표는 무엇인가. 솔직히 말하면 자기만족만은 아니다. 평가를 받고 싶다. 비록 지금은 이러이러해서 탈락했고 이런 점이 부족하다는 심사평이 날아왔지만, 결국에는 잘 썼다는 이 한마디를 듣고 싶다.

조급하고 불안하다. 곧 죽을병에 걸린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남보다 더 잘되고 더 빨리 성과를 내고픈 욕심이 큰 게 사실이다.

철도 없고 계획도 부족하고 충분한 준비 없이 마음만 급한 내가 잔뜩 밉고 미련하다.

빨리 이 마음을 글로 적으려고 또 서두르며 컴퓨터 전원 켜고 키보드 끌어당기며 두드리는데 단어 선택이 괜찮은지 흐름이 논리적인지 마지막 문장까지도 알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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