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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우맘 Jun 13. 2024

엄마 드디어 수술받다! 야호!

엄마도 예쁜 그릇에 밥 먹고, 새 옷도 사 입으셨으면 좋겠다.

“이번 주 토요일에 오이 가지고 갈게.” 엄마에게 문자가 왔다.

아냐 안 돼! 이번 주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중요한 출장이 있다. 무려 한 달 전부터 학수고대해 온 것이다.

바로 요가 원데이 클래스다. 들어보니 엄마의 계획은 아침 일찍 우리 집에 오이 상자와 반찬들을 챙겨주고 공주에서 하는 유구 색동 수국정원 꽃축제에 가는 것이라고 했다.  

    

낮에 뜨거워지기 전에 오전에 보러 가자고 하셨다. 그런데 나의 소중한 요가 수업도 아침 일찍부터 시작한다. 결제까지 다 끝난 중요한 일정이다.

오후에는 더워서 꽃구경하기가 힘들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건 며칠 전 엄마가 눈 수술을 하셨다. 눈꺼풀이 자꾸 쳐져서 시야를 가린다고 했었다. 쌍꺼풀 수술 비슷하게 위로 다시 들어 올려주는 수술인 거 같다. 정확하게는 안 물어봤다.

할까 말까 고민이 5~6년도 더 됐다. 이 수술을 계획한 지가…. 이제야 결단을 내리고 한 것이다. 하시라고, 제발 하시라고, 돈 드린다 해도 이렇게 살다 죽지 뭐, 누구한테 잘 보인다고 하냐, 차라리 네가 쌍꺼풀 수술을 하라는 둥 핑계 아닌 핑계가 많으셨다.

“엄마 저야말로 누구한테 잘 보인다고요…. 그리고 요새는 쌍꺼풀 없는 눈이 인기에요.”

엄마가 수술을 결정하셨을 때 나는 환호의 손뼉을 쳤다. 드디어!

수술 하루 전에는 취소할까 하며 나에게 전화가 왔다.

와~~ 이 고구마 같은 목 막힘!!!

엄마 제발 해!!

이렇게 엄마는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매일 눈의 경과 상황을 사진으로 보내오셨다. 충격과 공포의 눈 사진에 화들짝 놀랐지만 이내 가슴을 쓸어내리며 진정시키고,

“이뻐지기 위한 과정이야. 아무것도 하지 말고 누워만 계셔요. 살살 산책만 해요. 부기 안 빠질라.”

“괜히 했어.”

땅이 꺼지는 후회와 한숨을 쉬던 엄마가 눈에 핏기와 멍, 붓기가 다 낫기도 전에 꽃구경하러 오신다고 한다. 

우리 엄마는 꽃과 물을 좋아한다.

그런데 나 딸년은 엄마도 보고 싶지만, 요가도 중요하고, 아빠가 땡볕에 농사지으신 오이는 풍년이라 받아야 하고, 갈등의 연속이었지만 나는 3초 고민하고 요가를 선택했다.

모처럼 우리 집에 오시겠다는데 이렇게 또 거절했다. 엄마가 서운해하시는 게 아닐까 하여 죄송한 마음에 오늘 다시 전화를 해봤다.


“너 보러 가는 거 아냐, 착각하지 마. 손녀딸 보러 가는 거야. 오이도 주고, 피클도 담아놨어.”

흥! 치! 뿡! 나 보러 오는 거면서. 엄마, 아빠는 오이 주러, 꽃 보러 오기도 하겠지만 딸 얼굴도 보고 싶어 오는 게 아니실까? 실낱같은 기대를 해본다.  

    


우리 엄마는 재택근무로 항상 바쁘시다. 딸내미, 아들놈 반찬 만들랴. 간간이 주식 업무 보랴, 100세를 바라보시는 할머니 돌봐주시고, 삼시세끼 집밥이 중요한 아빠 밥을 차려주신다. 그리고 정작 본인은  가꾸지 않는다. 냉장고엔 유통기한 지난 팩이 한가득하다.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책 <엄마도 엄마를 사랑했으면 좋겠어>에서도 똑같은 장면이 나온다. 옷도 산 옷이 거의 없고 당근 마트에서 구매한 들이 대부분이다.

세상의 엄마들은 다 똑같은가. 나이 들고 외출할 일 많이 없으면 다 이래야 하는 것인가. 나는 절대 못 할 일들이다. 엄마 그러지 마…. 제발!

초등학교 때 잘 꾸미지도 않고 뚱뚱한 엄마가 창피했던 적이 있었다. 참 못났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 엄마가 세상 많고 많은 엄마 중에 가장 고운 얼굴에 마음이 넓고…. 그리고…. 나 때문에 걱정도, 눈물도 많으시다.      


이런 엄마가 눈 수술을 하셨다니 두 손 두 팔 벌려 환영하고 기립박수 쳐야 할 일인데 더 빨리 수술하라고 보채지도 않고, 치료비도 드리지 못하고, 수술하고서도 엎어지면 코 닿는 거리의 친정집에 가서 설거지 한번 못한 내가 너무하단 생각이 들어 다시 전화했다.

“걱정하지 마셔. 너한테 밥 한 끼도 안 얻어먹어. 요양원 가서 살 거야. 너한테 줄 돈 하나도 없어. 내 노후 대비 돈이야.”

이 말씀을 듣고 다행이라고 느끼는 나는 참 못됐다.

서울에서 요가선생님이 오는 토요일 원데이 클래스는 흔하지 않은 기회이다. 이건 죄송하지만 양보 못하겠다. 일요일에 하는 야외 요가 수업을 중간에 마치고 나와야겠다.

예쁜 선글라스를 하나 사드리고 

꽃 좋아하는 우리 엄마랑 꽃길을 걸어야겠다.               

작년 유성 유림공원 국화 전시회때 엄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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