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Classy

내일은 절대 뛰지 않기로 결심했건만...

어느새 내발은 달달달... 리고 있다.

by 연우맘

내일은 절대 뛰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만...

새벽 5시에 일어나자마자 일어나서 체중계에 올라갔다.

“?”

어제보다 0.5kg이 늘었다. 어제도 10km를 운동하고 왔는데 내가 뭘 많이 먹었나 어제 먹은 음식을 곰곰이 떠올려본다. 달리기를 하고 오면 아침을 먹지 않던 나도 입맛이 돌고 식욕이 왕성해져서 견과류든 뭐든 중간중간 간식을 입에 넣고 오물거릴 때가 많다.

내일이 개학이니 오늘은 나가지 않기로 굳은 결심을 했으나 체중계의 숫자를 보고는 다시 마음을 고쳐먹었다. 잠깐 화장실에 앉아서 큰일을 보는 동안 달리기에 관한 유튜브 영상을 봤다. 화면 속에는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 많다. 한 달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10km를 뛰는 사람, 심박수를 체크하면서 페이스를 조절하는 사람, 심지어 산에서 달리는 사람들까지 달리기 신들이 정말 넘쳐난다. 그걸 보면서 저 사람들도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방바닥에 누워 남들 뛰는 영상만 쳐다보고만 있으면 나태하고 게으른 사람이 되는 것 같아 더 서두른다. 팔토시를 끼고 얼굴에 선크림을 대충 발랐다. 목덜미에는 더 꼼꼼하게 발랐다. 뒷목이 까매지는 게 싫고 목에 생긴 주름은 현대 시술로도 되돌리기 힘들다고 어디서 들었기 때문이다.


아파트 현관문을 나오니 그래도 바람은 조금 선선했다. 가을이 10걸음 정도 온 거 같다. 다이어트 겸 시작한 달리기와 요가가 1년이 막 넘어가고 있고 마라톤까지 신청했다. 변해가는 내 몸을 보며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후회는 1도 없고 참 잘했다고 100점에 칭찬을 더 해주고 싶다.

마라톤이 대략 한 달 정도 남아 주말마다 아파트 헬스장 러닝머신으로 가는 걸음을 금강 변으로 돌렸다. 좀 더 바람이 선선해지면 밖으로 나가 뛰려고 했고 아침보다는 해가 지고 난 저녁에 뛰려고 했는데 아침을 달리기로 시작하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매력에 빠진 지 오래다.


다른 사람은 자는 이른 아침에, 더군다나 일을 가지 않는 소중한 주말에 새벽부터 운동하러 가기는 정말이지 너무 싫다.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에 오늘 달려야 하지 않을 이유가 오만가지가 생각나고 달리는 도중에도 이쯤에서 멈추고 집에 돌아가야 할 핑계가 오천 개쯤 생기는 것 같다. 그만큼 머릿속이 이런저런 생각으로 꽉 찬 채로 달리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목표로 한 10km를 채우게 된다.

내가 신청한 거리는 10km. 마라톤이란 걸 처음 도전해 본 나는 속도와 시간을 조절하기가 어려웠다. 걷다가 뛰기를 반복하니 10km를 이동하는데 겨우 1시간 30분이 나왔다. 대회 규정이 1시간 30분 안에 뛰는 것이다. 지금까지 주말 아침에 대략 6번 정도 금강 변을 이렇게 운동했는데 할 때마다 시간이 미세하게 줄고 있다. 그리고 걷고 뛰는 간격이 점점 벌어지고 있었다. 첫날에는 50미터쯤 뛰고 헉헉거리며 50m를 걸었다면 오늘은 그 세배인 150m를 뛰었다.

목과 얼굴 심지어 손바닥까지 선크림으로 범범이된 흰색 땀이 줄줄 흐르고 있다.

오늘도 뛰길 참 잘했다!

토요일, 일요일 아침이 달리기의 땀 샤워로 시작하지만 뛰고 오면 뭔가 하나는 해냈다는 성취감에 자아도취 돼서 월요일까지 달리기 생각만 한다. 10km 정도 뛰고 오면 사실 손이 달달 떨리긴 하다. 수전증으로 오늘도 설거지하다가 접시 하나를 또 깼다. 밥을 먹고 등을 소파에 붙이기만 하면 입 벌린 채 민망한 모습으로 자기도 일쑤이다. 나도 모르는 어느새 야금야금 머릿속은 달리기 생각이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거의 일주일 내내 나의 기준에서 운동 중독이라고 감히 생각될 정도로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한 것은 작년 2023년 8월부터이다.

그동안 쉬고 싶은 날도 있었고 내가 연예인도 아닌데 이 짓을 왜 해야 하지? 이제 결혼도 했고 이 정도 몸이면 조금은 슬슬 해도 될 것 같은데 주중에는 요가, 주말에는 달리기 그리고 다녀와서 집 안 청소까지 힘든 건 정말 사실이다.


이 핑계 저 핑계로 오늘은 뛰지 말자, 달리지 말자, 이번에는 걷자며 금강 트랙에 도착하니 역시나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거봐, 내가 안 뛰고 그냥 이불 위에 누워있을 시간에 누군가는 뛰고 있을 거였어! 나오길 잘했어, 성희야.’라고 스스로 위안하며 내 발은 어느새 뛰기 시작했다.

오늘도 뛰고 걷기를 반복했지만 어제보다는 뛰는 거리를 늘려보기로 했다. 일정한 간격으로 보이는 마크를 두 개 보일 때까지 멈추지 않고 뛰었다. 그다음에는 표시가 세 개 보일 때까지, 이번에는 저~~ 앞에 보이는 사람들까지, 저기 기둥까지 뛰고 걷기를 반복했다. 귀에 음악도 없고 옆에 같이 달리는 사람도 없으니 금방 지치고 지루해졌다.

유일한 러닝 메이트가 있었으니 그건 바람이었다. 보통은 아침 7시 정도면 뜨거운 태양 빛에 숨이 턱턱 막혔는데, 오늘은 숨이 찰만하면 바람이 한번 시원하게 불어와 기운을 불어넣어 주었다.


이제 거의 한 달 정도 남은 9월 22일이 내 인생 첫 마라톤 뛰는 날! 뛸 수 있는 시간은 주말밖에 없다. 다시 마음이 조급해져서 이번에는 걸어야 할 지점에서 멈추지 않고 한 간격을 더 뛰어보기로 했다. 트랙을 한 바퀴 돌고 두 번째를 돌 때는 다리는 천근만근이고 힘든 이 기분이 이제는 고통스럽기까지 하고 짜증이 수시로 밀려들어 온다.

더위는 이제 포기한 지 오래전이고 마스크도 안 써서 햇빛을 직통으로 맞아 얼굴은 보지 않아도 빨갛게 달아오르고 있을 게 뻔했다. 더운 날씨라 달리는 사람들보다는 이야기하면서 천천히 걷고, 강아지와 산책하는 사람이 더 많이 보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니 부러웠다. 그래서 일부러 그 사람들 옆에서는 더 빠르게 달려서 지나쳤다.


두 다리만 튼튼하면, 아니! 관절염이 있어도 살살 달리면 괜찮을 것이다. 몸이 무거워도 머릿속이 복잡해도 일단 문밖에 나가기만 하면 자동적으로 두 발이 움직이는 달리기!


핸드폰을 넣을 수 있는 러닝벨트도 필요하고 눈을 보호할 선글라스, 기능성 슈즈, 이것저것 필요한 거 다 따지고 들면 한번 달리기 시작하기 위해서 몇십만 원 필요하겠지만 나는 간단히 모자 쓰고 토시 끼고 선크림 쓱 바르고 되도록 아무 생각 없이 돈을 벌러 직장에 나가는 것처럼 나가려고 한다.

달리므로 해서 건강해지는 건 당연하고 내 몸의 두 기둥-다리가 딴딴해지는 걸 하루가 다르게 느낄 수 있다. 새벽 아침 시간을 이리도 알차게 보낼 수 있어서 요즘 너나 나나 말하는 갓(God) 생을 살 수 있다지만 나는 신이 아니고 인간이기에 인생을 산다. 달리기를 하면서 뛰기도 하고 걷기도 하며 이런저런 생각 속에 생각이 많아지는 고통스러우면서도 즐거운 人生말이다.

뛰다가 숨이 턱까지 차서 옆에 강물이 흐르는 걸 바라보며 걷다 보면 숨이 어느새 고라 지고 웬만큼 쉬었을 때쯤 발은 또 저절로 알아서 뛰기를 시작한다.

내 인생도 그런 것 같다. 20~30대 때는 남들처럼 뛰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았고, 다른 사람은 뛰는데 나는 날아야 할 것 같았다. 그런 마음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지금도 운동을 하루라도 빠지면 큰일 날 것 같고 힘들게 키운 근육이 사라질 까 걱정이다. 별거 아닌 일이 부르르 떨 때가 많지만 그런 잡념도 달리기 하는 동안은 잠깐은 안녕이다.


가을이 정말 오긴 오려나 이 상쾌한 바람을 두고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기가 아까울 정도로 아침 기분 최고다. 마라톤이 끝나더라도 그다음 날 딱 하루만 쉬고 동동거리는 이 발을 더 굴려보기로 지금은 마음먹는다. 하루의 기분을 50%는 결정하는 아침 시간을 달리기로 시작하는 아침이 꽤 괜찮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 뛰지 않고 쉰다고 내가 편안히 쉴 수 있을까? 주어진 하루, 1년, 내 삶을 살면서 맘 편히 쉴 수 있는 날, 절대 아무것도 안 하고 아무 걱정 없이 편히 누울 수 있는 때가 오기는 올 것이지만 그때 정말 홀가분하게 눕기 위해서 지금은 천천히라도 달리는 지금에 정말 만족하고 행복하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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