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계절이 물러나는 소리를 걷는다
말복이 지나고 8월 11일,
무더위가 한발 물러선 날이었다.
그동안은 기온이 너무 올라
감히 한낮에 산책을 나갈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일상의 작은 루틴이 멈추고 나니
몸은 점점 무거워졌고,
마음마저 뭔가 눅눅하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하늘이 흐리고 바람도 조금 부는 날.
오랜만에 다시 점심 산책을 나섰다.
매미들은 여전히 귀를 찢을 듯 울어대고
그 틈을 타고 새소리가 잔잔히 스며든다.
시끄럽고도 조용한 이 묘한 풍경은
여름과 가을이 맞닿는 어딘가에서만
들리는 소리 같았다.
“가끔은 한 계절이
다른 계절에게 말을 걸 듯
소리로 안부를 전하기도 한다.”
공원 옆 4호선 전철이 지나가자
며칠 전 라디오에서 들었던
‘춘천 가는 기차’ 멜로디가 떠올랐다.
그 노래를 들으면 나는 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기차역 플랫폼에 서 있는 내 모습이 그려진다.
정해진 목적지도 없지만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풍경이었다.
바깥공기는 여전히 후덥고 찐득했지만
걷는 동안만큼은 그것마저도
어느새 반가운 기분으로 바뀌었다.
산책을 마치고 사무실로 들어서자
더위에 데워진 몸 위로
에어컨 바람이 부드럽게 감겨든다.
움츠러들었던 마음이
스르르 풀리는 순간이었다.
“이 짧은 걸음이
오늘의 나를 조금 더 가볍게 만들었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루틴.
하지만 그 안에서 다시 나를 만난다.
이런 순간이 삶을 조금씩 따뜻하게 만든다는 걸
오늘도 걷는 동안 깨닫게 된다.
여름이 끝나간다.
뜨겁고 무성했던 계절은
이제 조용히 물러갈 준비를 하고 있다.
나는 그 곁을 걷는다.
느리지만 분명히,
가을을 향해 나아가며
이 하루를 천천히 받아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