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손끝에서 전해진 따뜻한 마음
며칠 전, 내 생일이었다.
요즘 조경기능사 실기 시험 준비로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다.
그래서 올해는 누군가가 내 생일 미역국을 끓여줬으면 하는 소소한 바람이 있었다.
마침 집에 있던 아들에게 “엄마 미역국 좀 끓여줘” 했더니,
생각보다도 흔쾌히 “좋아요” 하고 대답했다.
고등학생 때도 한 번 끓여준 적이 있었기에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요즘은 유튜브에 검색만 하면 어떤 요리법이든 금세 배울 수 있는 세상이기도 하니까.
나는 식탁 위에 제도판을 펼쳐놓고 도면을 그리면서 부엌 쪽을 힐끔힐끔 바라봤다.
아들은 미역을 물에 담가놓고는 곧장 채반에 건져 물을 빼고 있었다.
“그거 손으로 주물주물해서 여러 번 헹궜어?” 하고 물었더니 그냥 한 번 헹구고 끝냈단다.
웃음이 나면서도 다시 알려주었다.
미역은 짠맛과 냄새를 빼야 하니까 몇 번은 씻어야 한다고.
또 미역을 썰지 않고 그대로 냄비에 넣으려 하길래,
“조금만 잘라서 넣어야 먹기 좋아” 하며 도마 위에 올리게 했다.
소고기 양지를 핏물 제거도 안 하고 바로 냄비에 넣으려 하길래,
이번엔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표면만 익히면 핏물이 덜 나와” 하고 설명했다.
그제야 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의 코치를 받으며 부엌에서 분주히 움직이던 아들의 모습이, 묘하게 듬직하고 낯설었다.
요즘 아들은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처음엔 서빙을 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주방에서 고기를 썬다고 했다.
순간, 괜히 뿌듯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가스레인지 불 다루는 법, 계란후라이 굽는 법,
카레 재료 손질법을 하나씩 가르쳐온 보람이 느껴졌다.
감자 껍질을 필러로 벗기던 작은 손이 이제는 칼을 능숙하게 다루는
어엿한 청년의 손이 되었으니 말이다.
돌이켜보면 우리 세대의 부모님들은 아들에게 요리를 가르치지 않았다.
“남자는 부엌일 몰라도 된다”는 분위기가 당연했다.
그래서 남편도 설거지는 가끔 하지만 요리는 할 줄 모른다.
그게 아내인 나에게는 때로는 답답하고 외롭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아들에게만큼은 달라지길 바랐다.
자신이 먹을 한 끼는 물론, 사랑하는 사람의 끼니도 챙길 줄 아는 사람.
그건 단순한 생활 기술이 아니라,
함께 사는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의 표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날 저녁, 아들이 끓여준 소고기미역국을 식탁에 올렸다.
국물은 조금 진했고, 미역이 약간 질긴 감도 있었지만 그보다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한 숟갈을 떠먹는 순간, 왠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언젠가 네가 사랑하는 사람의 생일에도 이렇게 미역국을 끓여줄 날이 오겠지.”
그날의 미역국은 단순한 한 끼가 아니었다.
내 아들이 누군가의 삶을 따뜻하게 채워줄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가고 있음을 확인한,
소중한 생일의 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