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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unQ Sep 16. 2020

6시 땡!하면 퇴근하는 조각 작품

[갤러리 파헤치기] 다섯 번째 에피소드



안녕하세요 '한 점 하실래요?'의 레드썬! 썬큐입니다.



오늘은 지난주에 이어서 회화, 설치, 조각, 퍼포먼스 등 못 다루는 매체가 없는 만능 아티스트!

쉬젠(XU Zhen®) 2탄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지난주는 작가와 메이딘 갤러리의 배경, 그리고 회화와 설치 작품을 위주로 살펴보았다면,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조각 작품을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세상에는 다양한 조각상들이 존재합니다.


고대 시대의 고풍스럽고 선이 우아한 인물 중심의 조각상부터, 오늘날의 다양한 색감과 형태를 가진 조각상까지...


여러분들도 이미 여러 미술관에서 다양한 조각상들을 접해보셨을 텐데요:)


그럼 혹시 6시에 칼퇴하고, 그다음 날 아침에 제자리로 출근해서 다시 관객을 맞이하는 조각품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네... 이 무슨 말장난인가 싶으시죠 ㅎㅎㅎ

그렇지만 정말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Night at the Museum)처럼, 저녁만 되면 살아 움직이는 작품들이 10년 전부터 이미 존재했다고 합니다. 믿어지시나요?


심지어 이 조각품들은 수장고가 아닌, 각자의 집으로 퇴근을 한다고 하니, 도대체 어떤 작품이길래 이것이 가능할까요? 썬큐와 함께, 오늘은 쉬젠의 'Living Sculpture'(살아있는 조각)에 대해 면밀히 파헤쳐보도록 해요.




1. In Just a Blink of an Eye(2005)

2014년, 아트 바젤(Art Basel) 전시장 문을 열고 들어온 관람객들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깜짝 놀라 토끼눈을 뜨고 있습니다. 해당 작품은 쉬젠의 'Living Sculpture'라고 불리는 말 그대로 살아 숨 쉬는 조각인데요.


Xu ZHEN®, In Just a Blink of an Eye, 2005. ⓒ Art Basel 2014


작가는 전시가 개최된 지역의 퍼포먼스 무용수들과 협업해 전무후무한 조각상을 세상에 선보이는데, 사진과 같이 화이트 큐브 사이에 위치한 이 조각무표정을 채로 매우 역동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죠.


이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바로 관객들의 리액션이었는데요, 일단 대부분은 가장 먼저 작품이 실제로 살아있는 사람인지, 아니면 사진/로봇/인형인지 확인을 하려 했습니다. 


또한 작품을 상하는 태도도 두 부류로 극명하게 나뉘었는데요, 조각상과 일정 거리를 두고 유심히 관찰하는 유형과, 좋게 말하면 동심이 가득하지만,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조금은 무례한 관객들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행위 예술가의 코앞까지 다가와 조각을 찔러보며 직접 확인하는 작업을 굳이 거쳤죠. (정말 어딜 가나 이런 관객들은 꼭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쉬젠은 이러한 반응조차 사전에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보통의 전시장 모습과는 다르게 작품 앞에 경계선이 따로 표시되어 있지 않죠. 다시 말해 위와 같은 관객과의 교류 또한 작품의 일부로 여기면서, 굉장히 동시대적인 조각 작품을 창작한 것이죠.




2. Hello(2019)

위 작품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는 작 '헬로' 역시 마찬가지로 관객과의 호흡에 주안점을 둔 작품입니다.


메이딘 갤러리에서 진행된 'Hello展(2019)' 전경


영상에 나온 것과 같이, 기둥의 앞부분(검은색 표시)에는 관객의 이동노선을 인식하는 위치 센서가 달려 있어, 관객의 움직임을 인식하고 그에 따라 움직이는, 거대한 몸짓에 비해 아주 깜찍하죠 ㅎㅎㅎ


전시장을 가득 채울 정도로 엄청난 크기의 이 작품은, 구불구불한 형태가 마치 뱀 같기도 하면서, 표면을 보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기도 합니다.


XU ZHEN®, Hello, 2019. ⓒ MadeIn Gallery


네. 바로 고대 건축물에서 장식으로 많이 쓰였던 코린트식 기둥인데요.


작가에 의하면, 서양에서는 이 기둥으로 지어진 건축물들이 주로 법원, 정부청사였던 반면, 중국에서는 대형 노래방, 찜질방(목욕탕) 건물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 해요.


이렇게 같은 오브제가 문화에 따라 상이한 가치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리는 작가의 메시지를 통해, 동서양의 관람객들은 각기 다른 시사점을 전달받게 됩니다.




3. Eternity(2013)

이번 조각은 어떠신가요?


XU ZHEN®, one of Eternity series. ⓒ National Gallery of Australia
XU ZHEN®, Eternity series, 2013. ⓒ UCCA Art Center


위아래가 너무나도 상반된 모습에 마치 하나의 조각상이 아닌, 완전히 다른 지역에서 가져온 조각의 일부를 억지로 붙여놓은 듯합니다.


자세히 보면 아랫부분은 고대 로마시대의 대리석 조각의 replica, 그리고 윗부분은 동양의 조각상을 뒤집어 놓은 것임을 알 수 있는데요. 이들은 작가가 원본을 스캔해 3D 인쇄기법으로 사이즈를 재제작한 것입니다.


작가는 이와 같은 동서양의 상반된 문화를 포개어 얹음으로써, 이를 바라보는 관객들의 반응을 매우 흥미롭게 관찰하고 있는데요. 전시 도록에서는 아래와 같이 얘기합니다:


이를 처음 접한 관객들은 일단 호기심에 작품을 들여다보게 되고, 그다음으로 자신이 이제까지 알고 있던 조각상들과 다른 모습에 불편함을 느끼지만, 그러나 그 끝엔 이들의 이색적인 조합으로 탄생한 새로운 형태의 문화를 마주하게 될 겁니다.



쉽게 말하자면, 요즘과 같이 다양한 정보가 쏟아지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급물살에 휩쓸려 방대한 정보를 단숨에 접하게 되지만, 이에 대한 이해는 전반적으로 굉장히 얇다는 사실에 많이들 공감하실 텐데요.


XU ZHEN®, Eternity series, 2013.


예를 들어, 위의 오른쪽 조각품을 보았을 때, 사람들은 가부좌상인 것에서 힌트를 얻어 아주 고풍스러운 부처 상을 착안한 것임을 을 쉽게 인식하지만, 이것이 정확히 어떤 시기에 제작된 가부좌상을 착안한 건지, 또 어디서 유래된 것인지는 식별해내기 어렵죠.


하지만 쉬젠는 이러한 현상을 짚어내면서, 우리가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보다, 전반적으로 이에 대해 스치는 듯한 일종의 '스케치 기억력'을 하고 있습니다.


같은 이유로, 작가는 요즘 사람들은 파리, 북경, 뉴욕 등 어디에서 거주하든지 간에, 문화적으로 별다른 차이를 못 느낄 것이라고 덧붙이는데요, 나아가 이러한 '문화 차이'는 소셜미디어와 대중문화를 통해 문화적 가치뿐만 아니라, 취향까지 점차 동일시되어가고 있다고 언급합다.

 



자! 오늘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다방면으로 재능이 넘치는 작가인 만큼, 두 편의 에피소드에 걸쳐 소개해 보았는데요;)


정치와 떼려야 뗄 수 없었던 중국 작가들 위주로 보다가, 이렇게 중국의 '소비문화'에 대해 집중적으로 관찰한 쉬젠의 작업들을 살펴보니 조금 더 색다르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그럼 오늘 썬큐의 글이 도움되셨다면 꼭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려요;)




더 자세한 내용은 내일 연재되는 ‘한 점 하실래요?’에서 마저 전달드리겠습니다.


그럼 내일 네이버 오디오클립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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