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포스팅에서는 전세계에서 열리고 있는 다양한 미술 축제들을 소개해드릴까해요~ 그중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매년 관객을 맞이하는 아트페어(Art Fair)들을 중심으로, 각각 특징들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요?
1. Art Basel
첫 번째 아트페어는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큰 규모의 시장을 확보하고 있는 아트 바젤(Art Basel)입니다.
Art Basel 전경(우: David Ziwner Gallery) ⓒ Art Basel
아트 바젤은 '바젤'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스위스의 바젤이란 도시에서 처음 시작한 아트페어입니다. 이후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면서, 2002년에는 Art Basel Miami(매년 12월 개최), 마지막으로 2013년부터 세계 금융도시인 홍콩에서 Art Basel Hong Kong(매년 3월)을 개최하며 유럽부터 아시아까지 다양한 컬렉터층을 확보하게 되죠.
아무래도 큰 규모의 행사인만큼, 각 지역의 컨벤션 센터에서 열리는데, 일반적으로 첫날은 VIP Preview, 그리고 둘째 날부터는 Public open을 합니다. 특히 홍콩 같은 경우엔 사전에 티켓을 미리 예매해두지 않으면 최소 1시간은 줄을 서서 입장해야 할 만큼, 어마 무시한 인파가 해마다 몰리며 전 세계 아트 러버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죠. 작년에는 한국에서 이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약 만 명 정도 다녀갔다고 하니, 행사기간에는 주변의 모든 호텔 투숙비가 최소 2배씩은 뛴다는 말이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쌓아온 명성만큼, 매 해 페어가 열릴 때마다 다양한 방면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데, 꼭 컬렉터를 위주로 한 아트마켓이 아닌, 학술적으로도 의미 있는 실험적인 작품들을 선보이는 섹션이 있습니다. 바로 'Unlimited'인데요~
Art Basel 'Unlimited' 섹션 출품작 ⓒ Art Basel
Unlimited라는 단어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말 그대로 '한계를 두지 않는' 작품들이 대거 등장합니다. 사실 이곳에서 작품을 선보이는 것만 해도 언론의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매년 갤러리 간의 경쟁이 엄청나다고 해요...
이런 현장 사진들을 보고 있으니, 자연스레 패션위크가 생각납니다... 마치 다양한 브랜드들이 이날만큼은 디자이너의 아이덴티티를 더욱 잘 드러낼 수 있고, 트렌트를 보여주기 위해 무대에 심혈을 기울이듯이, 갤러리도 마찬가지로 일반 부스보다 한층 더 폭넓은 작품들을 선보이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인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미술시장이라는 별칭을 가질 만큼 상업적인 행사다 보니, 보통은 컬렉터들에게 팔릴만한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나, 집에 걸어두기 적합한 사이즈, 또 보았을 때 색감이나 형태가 보편적인 미적(?) 기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작품들을 주로 선보이지만, 이 섹션에서 만큼은 일반적인 재료나 사이즈에 구속받지 않고, '옳다구나~! 하고 작가들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거죠.
저도 아트 바젤 홍콩에 가면, 300여 개의 갤러리들이 모여있다 보니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펴보진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언리미티드 섹션만큼은 최소 두 번은 방문할 만큼 많은 미술인들에게 현대미술의 흐름을 제시하는 중요한 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내 아트페어에서는 이를 보통 특별전이라고 부르는데요, 특히 다음 포스팅에서 살펴볼 '아트부산(ART BUSAN)'의 경우에는 첫회부터 매년 '아트 악센트(Art Accent)'를 진행하며 부산&경남 작가들의 협업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평소 전시공간이나 여러 방면에서 제약을 받다 보니, 이런 특별전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이 확실히 더 색다르고, 생동감 넘치는 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2. Frieze
두 번째 아트페어는 바로 영국 런던에서 시작된 프리즈(Frieze) 아트페어입니다!
Frieze Art Fair 2019 실내외 전경 ⓒ Frieze Art Fair
프리즈 아트페어는 다른 곳과 달리, 1991년부터 영국에서 발간되고 있는 현대미술 매거진 '프리즈 매거진'에서 출발해 2003년 런던에서 '프리즈 런던'을 처음 개최하고, 이후 2014년과 2019년 미국에서 새로운 아트페어를 열며 그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는 페어입니다.
프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의 아트페어와 달리, 영국 갤러리스트들이 yBa(Young British Artist) 작가들의 아주 실험적인 작품들을 과감 없이 선보이며 그 유명세를 더해온 것인데요. 그러면서 짧은 기간 내에 동시대 미술이 미술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게 될지 방향성을 제시하는 주요 아트페어로 자리 잡게 됩니다. 과연 잡지사에서 시작한 아트 페어답다는 생각이 드네요...
또 다른 특징을 꼽자면 바로 프리즈 런던과 같은 기간에 열리는 '프리즈 마스터즈(Frieze Masters)'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기존에 판매하는 현대미술 작품뿐만 아니라, 미술사적으로도 가치 있는 고대에서 20세기 후반까지 아우르는 명작들을 다루고 있죠... 거의 박물관 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 위엄에 숙연하게 작품을 감상하게 된다고 합니다:)
Frieze Masters 설치 전경 ⓒ Frieze Masters
3. West Bund Art & Design
마지막으로 살펴볼 아트페어는 바로 상하이에서 매년 개최되고 있는 웨스트번드 아트페어입니다.
이곳은 가을을 중심으로, 각기 다른 전시와 미술행사들이 관객들을 맞이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시내 중심에서 열리는 ART021과 외곽에 자리 잡은 웨스트번드 아트페어, 이 두 축을 중심으로 중국 미술시장을 주도해오고 있죠... 방금 우리가 살펴본 기존 아트페어 형식의 '프리즈 런던'과 조금 더 큰 규모나 명작(masterpiece)들을 주로 선보이는 '프리즈 마스터즈'가 있다면, 상하이에선 두 아트페어가 각각의 역할을 가지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정말 첫날에는 웨스트번드에서 작품 감상을 하고, 마지막 날에 아트 021에서 컬렉팅 할 작품을 결정한다는 말이 있듯이, 두 아트페어의 특징이 극명하게 나뉘는 것 같습니다.
좌: West Bund Art & Design, 우: ART021 입구 전경
사실 아트 바젤과 프리즈와 달리, 상하이의 아트페어는 창설된 지 10년이 채 안되었다고 해요...
홍콩과 중국 경제가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아시아의 금융권과 미술시장이 싱가포르에서 중화권으로 많이 넘어오게 되죠... 이에 아트 바젤이 홍콩에 시장 진출을 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엔 국제도시 상하이와, 또 대만의 타이베이에는 '당다이 타이페이(Taipei Dangdai)'가 2019년부터 개최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최근 10년간 새롭게 생겨난 아트페어의 흐름만 보아도 아시아의 미술시장이 큰 주목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죠.
하지만 작년부터 중국의 정치적인 이슈(?) 때문에, 그리고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중국인 컬렉터를 중심으로 행사를 개최하거나, 아예 내년으로 미뤄지면서 일부는 아시아의 미술시장이 다시 싱가포르 중심으로 갈지, 아니면 또 다른 제3의 국가와 도시가 탄생할 것인지 많은 얘기가 오가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각 지역의 경제와 매번 연관 지어질 만큼, 아트페어 기간 동안 수많은 유동인구가 생겨나면서, 단순한 전시를 넘어서 관광 부분에서도 굉장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기 때문인데요.
한국에서는 매년 가을마다 서울에서 열리는 키아프(KIAF)와 따뜻한 봄과 함께 관객들을 맞이하는 아트부산(ART BUSAN)이 두 축을 이루고 있죠...! 개인적으로 비유를 하자면, 키아프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아트페어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화랑협회에서 주최하는 행사라는 면에서 프리즈를 조금 닮은 것 같고, 아트 부산의 경우에는 시작 기점은 다르지만, 항구, 무역 그리고 국제관광도시라는 지역에 걸맞게 아트 바젤 중에서도 아트 바젤 홍콩이 자연스럽게 연상됩니다. 올해는 아트 부산이 처음으로 가을 에디션 버전을 선보인다고 하니, 어떤 매력을 펼칠지 기대가 되네요~
자! 오늘 제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 입니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대부분의 아트페어들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온라인 뷰잉 룸(Online Viewing Room)으로 대체되면서,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는데요. 하루빨리 아트페어에서 여러분을 만나 활기차게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상황이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