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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unQ Oct 16. 2020

49년째 오로지 물방울에 집중해온 김창열 화백

한 점 하실래요 #김창열 화백



안녕하세요, 한 점 하실래요? 의 레드썬! 썬큐입니다.



오늘은 계속해서 갤러리 현대 에피소드를 이어가고자 해요~




어떤 대상을 변함없이 대한다는 건 또는 무언가를 꾸준히 수행한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죠.


하지만 제가 오늘 소개해 드릴 작가님은 무려 50년 동안 한 주제 그려오셨다고 합니다... 바로 한국의 단색화 1세대 작가이자, 물방울 작가로 알려진 김창열 화백인데요.



작업 중인 김창열 화백



참고로 김창열 화백은 1979년에 개최된 한국현대미술 4인의 방법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0회 넘게 갤러리 현대에서 개인전과 그룹전을 선보여 왔습니다.


일단 한국의 단색화 하면 다들 잘 아시는 박서보, 김환기, 윤형근 화백 등이 죠... 모두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사조이자 작가들로 알려져 있죠. 하지만 이들은 동료 지간일 뿐 아니라, 바로 엥포르멜(Informel)의 영향을 받은 작가들이라고 합니다.



그럼 엥포르멜(Informel)이란?



세계 2차 대전 이후, 전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주변이 황폐화되어 가모습에, 더 이상 유유히 예술에 집중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한 작가들은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됩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미국의 추상표현주의가 부상하게 되고, 이후 팝아트까지 성행하며 이곳은 현대미술의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게 되는데, 이를 시작으로 오늘날까지 주요 경매 기관과 갤러리들은 뉴욕과 또 최근엔 LA 중심가에 위치하게 되죠.


같은 시기에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는, 이에 맞서 엥포르멜 운동이 일어나는데요. 사실 이 '엥포르멜(Informel)'이라는 단어는 형식을 의미하는 formel과 그 반대를 지칭하는 접두사 In을 덧붙여서,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가져온 처참한 현실과 이제까지 이뤄온 문명의 발전이 덧없음을 깨닫고, 누적된 분노와 울분, 그리고 허무함의 감정들이 뒤섞이며 오히려 인간의 원초적인  집중한 작업들을 선보이게 됩니다. 


비록 미술사조의 탄생한 지역과 이름이 다 다르지만, 모두 우연성을 강조하며 자유로운 붓터치를 작업에서 수용하고, 기존에 성행하던 기하학적 추상이나, 대상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구상회화로부터, 물감을 본능에 의해 마구 흩뿌리고, 덧칠하며, 문지르는 비정형화된 화풍을 공통적으로 선보이고 있죠. 미국과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로는 각각 잭슨 폴록과 장 뒤뷔페가 있는데, 아래 작품들을 보면 확실히 왼쪽의 몬드리안의 작품과는 확연히 구분되지 않나요?



왼쪽부터 피에트 몬드리안, tableau-i, 1921/  장 뒤뷔페, grand maitre of the outsider, 1947/ 작업 중인 잭슨 폴록






이처럼 불안전한 정서로부터 탄생한 엥포르멜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한국 작가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게 됩니다. 아시다시피 당시 한국은 625 전쟁을 겪고 있었죠:(


따라서 전쟁을 직접 겪은 박서보 화백을 비롯해, 윤명로, 김종학 화백들의 초기 작업을 살펴보면, 위의 작품들처럼 심리적 억압에서 탈피하려는 일종의 절규와도 같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지나치게 왜곡된 형태와 어두운 색감, 그리고 여러 번 덧대어 표현한 거친 붓터치는 엥포르멜의 전형적인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엥포르멜 시기에 제작된 윤명로, 박서보, 김종학 화백의 작품들. ⓒ 국립현대미술관


엥포르멜  시기 거친 표면을 가진 김창열 화백의 <제사>, 1964-1965. ⓒ Kim Tschang-Yeul Art Museum



이렇게 엥포르멜 운동은 60년대에 열풍을 일으키지만, 70년대부터 작가들은 각자만의 화풍을 구축하면서, 또 다른 사조를 만들어 가게 됩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김창열 화백도 마찬가지로, 한때 한국현대미술가협회에서 활동하며 급진적인 미술운동을 이끌어갔지만, 1961년 파리 비엔날레에 참가하고, 1969년에 비디오 아트 선구자로 알려진 백남준 작가의 도움을 받아 파리에 정착하게 됩니다. 그의 작업 방향 또한 그에 따라 변화가 일어나죠...



김창열 초기작 <현상> 시리즈, 1991. ⓒ Kim Tschang-Yeul Art Museum



오늘날 그를 상징하는 물방울 작품은 1972년 파리 살롱 드 메에서 <밤의 이벤트(Event of Night)>를 출품한 것인데, 이를 계기로 유럽 화단에 등용하고, 현재까지 오직 이 물방울을 소재로 작업하시계시죠. 50년간 이 물방울이라는 한 주제에 대해 한결같이 연구하고 화폭 그려내는 그의 모습에 정말 감탄이 절로 나오게 됩니다.



김화백의 첫 물방울 작품 <밤의 이벤트(Event of Night)>, 1972. ⓒ Kim Tschang-Yeul Art Museum



자! 그럼 이제 작품들을 시대별로 살펴보면서 각각의 특징을 알아보도록 해요. 윗부분에서 1950-60년대 배경을 자세히 살펴보았으니, 1970-80년대부터 이어가 볼게요;)




1970-80년대


김창열 화백은 1970년대 중반부터 파리의 신문을 이용한 작업에서부터 문자를 등장시키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파리의 신문들은 대부분 한국 신문의 지면보다 더 작은 사이즈를 이루고 있는데요, 따라서 작업의 범위에 있어 한계를 느낀 그는, 80년대 중반에 이르자 바탕을 신문지에서 마포로 제작한 캔버스로 옮기게 되고, 그 크기에 적합한 문자로 어릴 적 할아버지로부터 학습한 천자문을 배경으로 삼기 시작합니다.



김창열, 회기, 제사, 1990-1992. ⓒ Kim Tschang-Yeul Art Museum




1990년대


이렇게 90년대 이후 그의 작품에서 본격적으로 천자문을 사용하기 시작하는데, 아무래도 천자문의 특성상 동양 사상(철학)을 더욱 강렬하게 전달하고 있어서 그런지, 해외 미술기관에서는 해당 연작이 그를 가장 대표하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고 해요. 또한 이전까지 해외에선 주로 일본과 미국에서 전시를 선보였지만, 천자문 작품을 중심으로 홍콩의 펄램 갤러리(Pearlam Gallery)의 전속 작가가 되면서 중화권에서도 그의 이름을 알리게 됩니다.


사진과 같이 천자문이 캔버스 전반을 메우고 있거나, 한쪽에 치우쳐 있는 등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지만, 여기서 가장 눈여겨볼 부분 활자가 작품의 주인공인 물방을 항상 뒷받침있다니다. 다시 말해 글자의 선이 물방울을 입체적으로 드러내거나, 또 물방울에 의해 반사된 흔적 또는 물에 스며든 흔적 속의 글자를 찾아내는 소소한 재미를 찾을 수 있죠:)



왼쪽부터 김창열, 회기, 1996/ 물방울, 1989/  물방울, 1973. ⓒ Kim Tschang-Yeul Art Museum




2000년대 이후


2000년대 들어서 김화백은 이전까지 지속해오던 낮은 채도의 배경에서, 이번에는 원색에 가까운 높은 채도의 색감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을 선보이는데요.


시간이 조금 더 흐른 2012년에는 제주도에서 김창열 미술관을 개관하면서, 아래 사진들과 같이, 전시장 곳곳에는 회화뿐만 아니라, 물방울을 오브제로 한 조각과 설치작품 선보이며 관객들을 무궁무진한 물방울의 세계로 인도하고 있습니다...






자! 오늘 제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 입니다.


오늘은 김창열 화백이 50년간 작업해오 물방울 시리즈들을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초기에 하나의 물방울만이 그려진 작품부터, 이제 막 맺힌 작은 물방울들이 캔버스를 꽉 채운 작품, 툭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밑으로 또르르 굴러가거나 캔버스에 스며든 흔적을 품은 작품, 마지막으로 유화물감으로 그림자를 거칠게 표현한 작품까지 정말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의 물방울을 담고 있는 화면의 재료 또한 캔버스에서 신문지, 마포, 나무판 등으로 변화되어 가는 과정을 여러분과 함께 살펴보면서, 매번 심도 있게 탐구해나가는 그의 선비정신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네요...


그럼 오늘 포스팅이 도움되셨다면 꼭 좋아요와 구독 부탁드려요;)




더 자세한 내용은 내일 연재되는 ‘한 점 하실래요?’에서 마저 전달드리겠습니다.


그럼 내일 네이버 오디오클립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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