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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퍼 Jul 16. 2024

여전히 나는 나를 아직 모르고

합리화여도 괜찮을지도?

요즘은 '나'에 대해 생각할 일이 많아졌다. 왜 나는 이런 성향을 가지게 되었고, 내가 눈치를 많이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나는 쉽게 만족하지 못할까. 나는 왜 말에 상처를 많이 받을까. 내 강점은 무엇이고 약점은 무엇일까. 나는 어떤 일로 먹고살고 싶어 할까. 어떤 것에 재미를 느끼고 잘하고 싶다는 마음을 느낄까. 등등. 


무언가 정답을 찾을 수 없어 마음이 내내 답답하다. 스스로 무언가 때문이구나 라는 정답을 찾다가도 근데 이건 나 스스로의 합리화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이내 또 답답해진다. 


이런저런 생각을 얼마 전 소피와 나눴었다. 

소피: "언니는 언니 스스로에 대한 기준이 너무 높은 것 같아. 쉽게 만족하고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잖아." 

나: "그런가? 근데 나는 내가 기준이 높은 것 같지 않은데?"

소피: "아냐. 언니 기준 높아. 그러니까 스스로 만족을 안 하잖아. 당연히 해야 하는 정도라고 생각하지."

나: "근데 그게 나는 자기 합리화인 것 같아."

소피: "언니, 누구나 자기합리화해. 누구나 본인 기준으로 살아."


생각해 보니 나는 내가 한 무언가에 쉽게 만족하거나, 스스로를 잘했다고 잘 생각하지 않는다. 스스로의 잘함을 느끼는 것보다는 주변에서 "잘했다"라고 평가받으면 그래도 할 만큼은 했나 보네.라고 생각한다. 그마저도 스스로 만족을 느끼기엔 주로 충분하지 않았다. 나는 왜 이렇게 스스로를 칭찬하는 일에, 스스로 만족하는 일에 미숙하고, 남의 칭찬에도 미숙할까. 


어릴 때, 나는 겉으로 강한 척하는 여린 아이였다. 

아빠가 내가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걸 극도로 싫어하셨던 것 같은데, 그래서 나는 아빠 앞에서는 이를 악물고 울음을 참곤 했다. 아빠 앞에서 울면 더 혼났으니까. 그래서 주로 밖에서 남몰래 많이 울었다. 그때 내게 눈물은 약함을 보이는 일이었고, 나는 약한 사람으로 보이면 안 되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스스로를 돌보지 못한 채, 누군가 내게 상처 주는 말을 해도 상처받았다고 말하지 못하고 삼켜냈었다. 그렇게 나는 겉으론 씩씩했지만 속으론 너무 어리고, 미숙했다. 그러면서 자존심은 또 얼마나 쎈지, 내가 어리고 미숙하고 여리다는 걸 많이도 감추고 싶어 했다. 그래서 누군가 내게 "너 여린 사람이잖아."라고 하면 아닌 척했지만 속으론 알아봐 줘서 고맙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부끄럽다고 생각하기도 했었던 것 같다. 아마 그래서 승쌤이 그런 내게 "너는 자존감이 너무 낮아."라고 말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늘 상처받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겉으로 나를 더 그럴싸하게 포장하고 싶어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곤 그게 정말 나일 거라고 철썩 같이도  믿어왔나 보다. 사실 지금도 내가 되고 싶은 모습과 진짜 내 모습을 구분해 내기 쉽진 않다. 


전 직장 동료 중 유독 내게 신경 쓰이는 동료가 있었다.  나보다 다른 동료랑 더 친하게 지내는 걸 질투하고, 친했던 동료들과 모이는 곳에 나를 포함시키지 않은 것에 실망했다. 그리고 동료의 기분이나 말에 영향을 스스로 꽤나 많이 받았다. 가만히 이유를 생각해 보니 그 동료에게 내가 잘 보이고 싶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 동료에게 잘 보이려고, 일을 잘하는 사람으로 보이려고 꽤나 노력했다는 걸 이제야 깨닫고 나니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그게 뭐라고. 


이런저런 생각들을 예전엔 그냥 덮어두고 싶었는데 요즘은 점점 들춰내고 싶어 진다. 조금은 나에게, 내가 관계 맺는 사람들에게 조금은 더 솔직해지고 싶다. 그 사람들이 '바라는' 내가 되기보단 그저 나로 보이길 원한다. 무언가를 애써 꾸며내지 않고 인연을 맺어가고 싶다. 그런 나를 맞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애쓰지 않고 인정해내고 싶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 하기보단 스스로가 단단해졌으면 좋겠다. 그런 내가 스스로 조금은 멋지고, 대견해졌으면 좋겠다. 아직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글로 먼저 솔직해지는 것도 방법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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