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 회사는 신입 연봉이 얼마라고?
또다시 자발적으로 백수가 되었다.
그곳에서의 근무를 마무리할 때 즈음에서야, 떠날 직장에 이제 막 입사한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동료들이 보였다. 짧은 시간 여러 이야기를 나누면서(주로 본 조직의 욕을 하면서) 우리가 결이 비슷하다는 걸 서로 느꼈던 것 같다. 오랜만이지만 오랜만이지 않은 동료들과(마지막 근무일로부터 약 1주일밖에 안 지났던 시점이기에) 저녁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는데, 돌아오는 길에 내게 남는 대화는 연봉 얘기였다.
연: "진 님 연봉이 3천이래요. 인턴일 때 2700이었는데 정규직 되면서 오른 게 3천이래서 깜짝 놀랐잖아요."
나: "엥? 진 님 3천 받는대요?"
연: "네! 진짜 내가 할 말이 없었다니까요?"
나: "많아서요? 적어서요?"
연: "적어서요!!"
나는 그 회사에 들어갈 때 사회생활 8년 차였다. 당시 공공, 비영리의 영역에 있던 내가 처음으로 영리의 영역으로 확장하고 싶어 이력서를 넣었던 회사였는데, 계약직 자리였다. 그때 내 연봉은 3350이었다. 그렇게 8개월을 연봉 협상 없이 일했는데,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지원의 연봉이 3천이라니. 내 기준엔 많은 돈이었다. 하지만 더 많은 연봉으로 일하다 온 연의 기준에는 3천은 낮은 연봉이었다.
자격지심을 느끼고 싶진 않았는데, 결국 내게 남은 감정은 아쉬움이었던 것 같다.
심지어 나는 전 직장인 비영리 기관에서는 3100을 받고 일했었는데..
내 기준이 잘못되었던 걸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내내 돈이 내 삶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 아니라고, 나는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사람이 아니며, 돈이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이 아니라고 말하고 다녔으면서 신입이 3천을 받는다는 말에 아쉬움을 느꼈다.
그리고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온 연에게는 3천이 신입에게 작은 돈이구나. 그럼 8년을 일했던 나의 연봉은 어떻게 생각하게 될까.라는 궁금이 생겼지만 구태여 입 밖으로 질문을 꺼내진 않았다.
별 수 없이 경력직에게 중요한 건 직전회사의 연봉이라는 사실인 것 같다. 그래서 직장인들이 그렇게 연봉에 목메는구나. 공공기관은 대부분 연봉제가 아닌 호봉제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급여에 대해 생각할 일이 없었는데, 이제 나도 영리의 영역으로 넘어왔으니 자유로울 수는 없겠구나.
왜인지 조금 슬퍼졌다.
예전엔 이 정도면 충분하지,라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충분하지 않다고 느낄 일이 더 많아져버렸지 때문이다. 직장인에게 하는 만큼, 혹은 그보다 더 능력을 인정받는 가장 빠른 방법은 연봉이니까.
경력을 쌓고, 경험을 쌓고, 노력해서 몸값을 띄워야지. 하는 말이 나는 여전히 불편하다. 그럼에도 신입이 3천을 받을 때, 나의 연봉은 얼마지?를 생각하면 조금은 더 노력해야 하는 게 맞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근데 나는 무슨 노력을, 어떤 경험을 해야 하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이젠 9년 차가 되어버렸고, 더 이상 했던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아 졌고, 그렇다고 새로운 일을 신입으로 시작할 수도 없어진 애매한 위치에서 나는 어떤 기준을 만들어가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