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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기로운 생활 Aug 18. 2023

수요일 4시가 기다려지는 이유_무빙

최근에 어린 왕자를 다시 읽었다.


파리 1구에는 영어 원서 서적을 판매하는 Galignani 갈리냐니라는 유명한 서점이 있다.

살아생전 샤넬의 칼 라거펠트가 종종 방문하기도 했던 서점이다.

패션 업계에 종사하는 아는 지인은 자주 그와 마주쳤다고 하던데. 퇴근 후에 자주 들른다고 하는데 나의 생활 패턴과는 맞지 않는지. 또 퇴근 후에 그를 보기 위해 갈리냐니 갈 열정까지는 없어서 파리에 있을 때 그를 보지는 못했었다. 아직도 조금은 아쉬움이 있다.

어쨌든. 파리에 있을 때 유럽의 몇몇 서점을 취재하고 관련자들을 인터뷰했었다.

아직도 글로 옮기지 못한 인터뷰들도 있다. 끄응...

감사하게도 갈리냐니 매니저 분께서 인터뷰에 응해주셨다.

(칼 라거펠트가 자주 오나요?라고 물었더니 자주 온다고 한다.)

인터뷰 중 그분께 책 한 권 추천을 요청했었다.

어린 왕자를 추천하셨다. 읽으면 읽을수록 새로운 것들이 와닿는다고. 30년 된 책을 가지고 있다고 하셨었다.

우연인지 한국에 돌아왔을 때 불어 과외를 아주 잠시 받았었는데 그때 그 선생님(아주 젊은 학생)이 해보자고 했던 것이 어린 왕자 원서 공부였다. 초반에 나오는 편지까지만 하고 끝냈지만...

종종 오디오북으로 어린 왕자를 듣는데 책 내용이 잘 기억이 나지 않아 연결이 잘 안 됐다.

그러던 차 이번에 어린 왕자 책을 주문했다.

글쎄. 나에게는 그렇게까지 감명 깊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허영심 많은 사람, 모든 것을 소유한다는 왕, 가질 수도 없는 별을 세며 소유권을 주장하는 사람 등등 그렇게까지 와닿지는 않았다. 내가 세상에 너무 익숙해진 것인가. 나도 이런 어른인 것인가.

유독 와닿는 부분. 종종 생각나는 부분이 있었다.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길들이기에 대해서 설명해 주면서 이런 말을 한다.

자신을 보러 매일 와달라고. 아무 때나 오지 말고 특정한 시간에 오라고.

특별히 꼭 집어 4시에 오라고 한다. 그럼 3시부터 여우는 어린 왕자의 방문에 설렐 수가 있으니까.

이 부분이 공감이 됐다. 하나의 의식.

무언가 어떤 일이 같은 시간에 반복되면 우리는 무엇인가를 기대하게 된다.

그게 좋은 일이라면 설레게 되겠지.

우연인지 필연인지 디즈니플러스에서 무빙 업로드 시간은 오후 4시다.

그러고 보니 내가 수요일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머나 오늘은 수요일이니 무빙이 업로드되겠군.

어라. 3시네. 곧 업로드되겠군.

이제 5시네. 곧 볼 수 있겠군.



삶의 즐거움을 위해 의식이 있는 것도 참 좋은 것 같다.

수요일은 무빙이 업로드되니 즐겁고.

금요일은 내일이 주말이니 즐겁고.

내가 의도한 것은 아니나 이런 이벤트로 나의 삶은 조금 더 즐거워진다.


다음 주 무빙을 기다릴 수 없어서 난 결국 웹툰을 결재하고 말았다.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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