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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기로운 생활 Feb 02. 2024

중고마켓에 잘 팔리지 않는다면 그건 아마도

전에 이사 준비를 하면서 중고마켓에 물건들을 팔기 시작했다.


웬만하면 싸게 내놓고

그래도 잘 안 팔리면 가격을 내리고


그런데도 잘 안 팔리는 것들이 있다.


팔려고 하다가도 불발이 되기도 하고


가격을 더 내리고 싶지 않기도 하고


그럴 바엔 그냥 내가 갖고 있자.


또는 안 팔리는 기간에 지쳐서 그만 팔고 싶지 않게 되기고 하고.


그런 물건 중 하나가 이것이었다.


헬로 키티 히터.

작은 것이 바람도 아주 쌩쌩하게 따뜻하게 불어준다.

그리고 그 예쁜 산리오 수십 년간 롱런 캐릭터 아닌가. 게다가 분홍색.


평소 근무 부서였으면 하도 움직여서 전혀 추위를 못 느낄 텐데(추위를 아주 많이 타는 나임에도 겨울에 얇은 스타킹만 신어도 괜찮을 정도. 어떤 이들은 겨울에도 맨다리를 유지한다. 그만큼 약사들은 분주히 움직여서 겨울에도 여름이 따로 없다) 문서를 많이 보거나 컴퓨터를 많이 보는 업무를 하게 될 때 비로소 사무실의 한기를 느끼게 된다.


사무 업무를 하면 너무 추워서 따뜻하게 입지 않으면 나중에 등이 뻐근하고 아프다.


그렇게 사무직(?)으로 전환 시 몸이 추위에 못 이겨 한 번씩 아프곤 한다. 물론 업무 전환에 따른 스트레스도 있겠지만. 지난번에는 감기를 세게 앓기도 하고 이번에는 두 번째 코로나에 걸렸다.


그래서 몇 년 만에 다시 꺼낸 이 아이.

다시는 안쓸 줄 알았는데.

언제나 쓰려나 했는데.


그렇게나 안 팔리더니.

아마도 나와의 인연이 아직 끊기지 않아서 그랬나 보다 했다.

언젠가는 다시 쓸 아이이기 때문에 그랬나 보다 요즘 문득 깨닫는다.


따라서 지금 그 물건이 팔리지 않는다면 아직 그 아이와 못다한 것이 있기 때문일 수 있다.

언젠가 그 필요하게 될 그때를 위해 지금의 안 팔림이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너무 좌절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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