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셋 딸 셋을 둔 외할아버지는 자녀들에게 항상 마을 사람들의 근황 이야기를 조곤조곤 설명해 주시곤 하셨습니다.
또 가끔 그런 말씀을 하셨답니다. 누구누구네 손자 손녀 플래카드가 마을에 걸렸더라라고 당신은 언제 걸어볼까 하셨답니다.
뚜렷하게 모든 것을 잘 기억하시던 할아버지가 연세 때문인지 요즘엔 이전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이셔서 엄마가 안타까워하시곤 합니다.
그러는 중 저의 졸업이 다가왔습니다.
할아버지의 말들을 마음에 담아뒀던 막내 이모는 마을 입구와 면사무소 근처에 플래카드 두 개를 설치 주문했습니다.
할아버지 이름과 함께 외손의 서울대 약학박사 축하 플래카드.
할아버지는 플래카드 사진만으로는 실감이 안 나서 본인이 직접 보셔야겠다며 아들과 손자를 대동하시고 마을 입구와 면사무소에 직접 다녀오시고 사진을 찍으셨다고 합니다.
그게 그렇게 기쁘셨나 봅니다.
요즘 몸이 안 좋아지셔서 힘이 쭉 빠지셨었는데 그 플래카드를 보시고는 회춘하셨다고 합니다.
그렇게 좋아하셨다고 합니다.
외갓집을 나오는 길에 할머니가 제 손을 꼭 잡고 할아버지가 플래카드 보고 너무 좋아하셨다고 여러 번 말씀하셨습니다. 고맙다고.
할아버지의 기쁨이 될 수 있어서 참으로 다행입니다.
할아버지에게 활력을 주는 이야깃거리가 생긴 것 같아 참으로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