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만물은 어찌도 이다지 한결같고 부지런한지.
무슨 일이 있어도 내일의 태양은 떠오르고
제 시간이 되면 기차는 떠난다.
추운 것 같아도 제 때가 되면 꽃은 올라온다.
동물들도 먼가 게으르게 움직이는 것 같지 않다.
자기가 할 일은 때가 되면 항상 한다.
어쩜 이렇게 자기 할 일들을 잘하는지 참으로 놀랍다.
그에 비하면 나는 일어나고 싶지 않고
가만히 있고 싶고
그런 의지를 깨고 일어나고 무언가를 하는 것인데
참 자연은 부지런한 것 같다.
그 부지런함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 요즘 나의 집에 있는 먼지.
참 신기하지.
아무것도 안 하는데 어쩜 먼지들이 쌓이는 것일까.
그렇게 꾸준히 일관적으로 계속 쌓일 수 있는 것인지.
놓쳤다가 보면 먼지가 쌓여있다.
이 먼지가 또 놀라운 것이
소파 뒤에 문득 보면 먼지들이 모여 덩어리를 형성한 것이 아닌가.
아. 어떻게 이렇게 큰 먼지가 생길 수 있지.
정전기로 이 먼지들이 한 데로 모이는 것인가.
이제 이 먼지는 하나의 생명체로 보인다.
어딘가 눈코입이 달려있을 것만 같다.
아. 이 먼지는 어쩜 이렇게 잘 생기는 것인지.
구석구석 생긴 먼지를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아. 이렇게 관성적으로 먼지는 생기는 것이구나.
없애지 않으면 점점 더 많아진다.
나의 게으름을 이겨내고 이 아이들을 어서 치워야겠다.
으쌰. 움직이자.
내 눈에 보이는 먼지
아니다. 이런 춘식이 표정보다는 좀 더 부지런한 표정으로
먼가 하울이 움직이는 성의 루시퍼가 생각나는 군.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