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ncent Bachelet Merusault 2019
몇개월 전 미리 예약하고 찾아간 영국의 한 미슐랭 식당에서 우리는 맛있게 식사를 즐기기는 커녕 일관된 침묵 속에서 불편함만을 잔뜩 맛보고 나왔던 것이 떠올랐다.
음식이 맛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오히려 명성에 걸맞게 평소 먹어보지 못했던 식감과 맛, 그리고 비주얼까지 경험할 수 있어 기분이 좋았어야 했을 터인데 그러지 못했다.
우리는 왜 좋은 레스토랑과 음식 앞에서 기분이 상했을까. 여느 미슐랭 식당을 보고 있노라면 그 때의 식사가 떠오른다.
마주앉아있던 그 사람의 기억은 정작 희미한데, 그 불편한 경험만은 보다 더 선명하게 각인이 되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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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으로 미슐랭 음식을 먹는 느낌을 받을 수 있냐고 묻는다면 이 와인을 추천하고 싶다. 나에게는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기억을 떠올려준 셈이지만, 이 와인 역시 향과 맛만큼은 개인적으로 미슐랭처럼 다가왔다는 반증일테니.
천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는 와인.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더 샤도네이의 본질을 드러낸다.
시작은 다재다능한 어린 천재의 모습이지만, 미처 눈치채지 못할 어느샌가 농염한 여배우의 자태를 내 앞에 자신감 넘치도록 드러낸다. 마치 니가 아는 모든 것 그 이상을 다 소화해낼 수 있다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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