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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파티, 그 낭만에 대하여

복잡한 건 니네집에서

홈파티
밖이 아닌 누군가의 집에서 모여 노는 것



요즘 들어 집에서 노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물론 엄청나게 새로운 트렌드는 아니다. 다만 비싸진 물가와 코로나 바이러스 덕에 모임 장소를 찾을 때 외부의 식당과 함께 누군가의 집을 한번쯤 저울에 올려보게 된 것 같다.


반드시 나이가 들었기에 독립한 친구들이 많아져서인 것만은 아닐 것이다 (엄근진). 사회인이 되기 전이라도 부모님이 안 계신 틈을 타 집에서 노는 경우도 있고, 학교 근처에 자취방을 얻어 지내는 친구를 습격하는 일은 흔한 일이지 않는가? 


야 오늘 너네 집에서 놀건데 너도 올래?



다들 양반다리를 펼치지 못하고 무릎을 팔로 감싸 안은 채 소주잔을 기울여야 할 정도로 비좁은 학교 앞 자취방에 모여 눅눅해질 대로 눅눅해진 종이컵이 찌부러들까 소중하게 손으로 쥔 채 거듭 '짠!짠!'을 외치며 팔을 뻗으면 정말 유리잔이 부딪히는 소리가 귀에 들렸던 것 같았다 (ㅇㅇ 취한거지).


대학시절 동기 5명이서 돈을 모아 작은방 2개 큰방 1개짜리 집을 구했을 때 분명 그 사유는 비용절감과 서로의 공부를 독려 및 장학금을 타기 위한 시너지 효과를 노렸을 터.....는 개소리희망사항이였고 그냥 친구들끼리 같이 한 집에서 사는 로망을 꿈꿨던 게 가장 컸으리라.* 그런데 대학생 때 이런 집 하나가 있으면 어떻게 될 것 같은가? 그냥 홈파티가 아니고 개강파티가 집에서 열릴 수도 있다. 뭐... 그 뒤는 뻔하니까 생략하겠다.


아무튼 하고싶은 이야기는 홈파티라는 것이 그렇게 새로운 건 아니라는 거다. 크흠. 


최근에 방문한 집주인 A씨의 요리 솜씨는 탁월했다


그동안의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홈파티를 하는 사람들은 사람을 좋아하고 베푸는 것에 인색하지 않은 편이다. 큰 비용이 드는 뻔한 부분들이야 당연히 N빵을 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그렇게 해도 사실 집주인들이 희생하는 부분이 반드시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 것들을 잘 알기에 놀러가는 사람들도 작은 선물이라도 하나 챙겨가거나, 집주인이 조금이라도 테이블에 와있을 수 있는 시간을 늘려주기 위해 설거지라도 하려고 서로 앞다투어 자처하는 광경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만약 본인 집에서 홈파티를 했는데 그런 사람이 없었다면 자기 자신을 한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사람이 많으면 유리잔은 싼 게 좋더라

 

홈파티는 집주인의 취향과 센스를 엿볼 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사람에 대해 좀 더 많이 이해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이기도 하다. 작은 인테리어 소품부터 조명, 그릇, 향기 등 많은 것들이 조금씩 집주인에 대해 말해주고 있기에 열린 마음으로 하나하나 관심을 가져본다면 더욱 그와 친해질 수 있게 된다. 


집을 이렇게까지 꾸민 사람을 보면 친해질지 말아야할지 잠깐 고민해보자


홈파티가 주는 장점중에 또 한 가지는 모인 사람들 간의 이야기에 굉장히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밖에서는 안되냐고? 물론 된다. 하지만 전혀 관계없는 타인이 옆자리에 있고, 그로 인한 다양한 소음이 발생하고, 외부라는 공간이 주는 불편함이 알게 모르게 존재한다. 그래서 그런지 집에서 나누는 대화는 훨씬 밀도있고 피곤하고 한편으로 개운하다. 사람이 많으면 많은대로 적으면 적은대로 그 대화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데 정확히 그 이유는 모르겠다. 누군가의 집이라는 것 자체가 일반 식당이나 술집보다는 훨씬 더 리스펙트할 기억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려나.


역대급 16명 홈파티 (좌), 하루만에 다 마신 양은 아닙니다 (우)

혹시나 집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놀러온다면 그냥 정줄을 내려놓는 것이 편할 때도 있다. 어차피 배고프면 누군가 음식을 시키고, 술이 떨어지면 누군가 나가서 사오고, 음악이 필요하면 누군가 DJ를 하며 알아서들 잘 놀기 때문에 화장실에 휴지만 안떨어지게 해놓는다면 적어도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재밌는 것은 홈파티를 하면 집이 훨씬 깨끗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집이 더러워지다 못해 혼돈의 카오스가 될 지경이 되면 극약처방으로 홈파티를 주최한다. 홈파티 일정이 컨펌이 나는 그 순간부터 청소모드로 돌입하기 때문인데 화장실부터 모든 공간이 정리가 된다. (아니 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홈파티가 끝나고 나서도 보통 어느정도는 다같이 청소를 해주고 한번 도구나 식기들이 나왔다 들어가기 때문에 정리가 새로 되는 효과도 있다. 그러므로 여러모로 홈파티는 좋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좋은 홈파티인데 여름이 가기전 한번 친구들을 삼삼오오 불러모아보는 것은 어떨런지. 혹시 아는가, 새로운 역사가 펼쳐질지. (아님 말고)




* 여담이지만 당시 우리가 얼마나 부동산에 무지했냐면 임차인과 임대인을 구분 못해서 계약서에 거꾸로 사인까지 했다. 부동산을 거치지 않은 탓도 있었겠지만 아무튼 집도 없는 주제에 집주인이 되어버렸었다. 우리는 어려서 그렇다 치지만 도대체 집주인은 무슨 생각이셨던 것인지... (심지어 계약 한번 연장함)


Photo by lovesomei / ssuroooo


본 연재물은 비마프(BMAF)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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