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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아 Apr 01. 2022

올해의 첫 살충



 날씨가 좋다. 오래간만에 미세먼지 농도도 적은 것이. 퇴근하자마자 말벌 아저씨처럼 밖으로 뛰어나가서 동네 한 바퀴 산책할 맘에 부풀어 있었다. 아니 왜 아직 1시? 아니 왜 아직 2시? 손으로는 일하느라 타이핑을 하는데 마음은 이미 밖에 나가 있었다. (몸뚱이는 일을 하고 있는데 정신이 일을 안 하고 있으면 이건 월급 루팡일까. 그렇다면 사장님 죄송합니다. 이런 사람도 회사의 녹을 얻어먹고 사네요. 근데 제 얼굴 잘 모르시니까 괜찮으시죠?)

 

 스트레칭이나 한 번 할 겸, 메일 하나 보내고 창문을 멍하니 내다봤다. 요즘 집 주변이 죄 공사판이라 볼 거 하나 없지만(가끔 안전모 쓴 아저씨들과 눈이 마주치긴 한다) 이 집에서 정말 좋아하는 뷰가 하나 있다. 창문에 가까이 붙어서 내려다봐야 보이는, 맞은편 단독 주택의 거대한 목련나무. 이 집에서의 두 번째 봄, 두 번째 개화 구경이다. 작년 이맘때쯤에도 저 나무에 꽃이 피고 지고 잎이 돋고 저무는 걸 보며 계절을 따라 살았는데, 올해도 어김없다. 나와는 다르게 자연은 늘 성실하고 꾸준하다.


 아이스로 내린 드립 커피 마시면서 '햐, 좋다' 운치 있게 목련 구경을 하고 있는데. 아.. 봄을 맞이한 건 목련과 나뿐만이 아니었다. 겨우내 마주치지 않아 우리 참 좋았잖아. 작은 날벌레가 창문 위를 기어오르고 있었다. 방충망을 뚫고 들어온, 그 구멍보다 더 작은 날벌레. 시작된 거다. 봄과 함께 부화를 시작한 벌레들과의 (원한 적 없는) 동거.


 미안한 마음 약간 담아 휴지로 불청객을 꾹 눌렀다. 방금 목련 나무 보면서 성실하고 꾸준한 자연 어쩌구 한 게 좀 민망하다. 이 지구에 가장 해가 되는 건 사람이라는 말에 동의. 인구의 절반을 쓸어서 균형을 맞추려고 했던 타노스가 옳았을지도 모르겠다(아니 근데 쟤가 내 아이언맨을...!).


 봄이다. 자꾸만 엉덩이가 들썩대고 구름의 모양을 들여다보게 되고 일기예보에 '맑음' 보이면 어디로든 떠나려 검색하고야 마는 계절.  짧은 낭만을  충실히 즐겨야지 맘먹으면서도 이제부턴 쓰레기통을  자주 비워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든다. 낭만과 현실을 적절히 덖으며 올해의 4월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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