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80년대 선배들이 말하는 풍요로운 세대에 살아온 우리는 사회적으로 이전 세대에 비해 혼동과 혼란 속에 살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어느 정도의 경제 발전이 이루어져 있었고, 나름 안정적인(?) 교육 정책 속에 기본적인 가름침도 받았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사회의 다양한 교통, 문화 인프라도 영위하며 살았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유년기 10년을 뺀 30년 넘는 우리 40대의 인생은 엄청난 내적 격동기를 겪으며 살았지 않았나 싶다.
처음 이야기 했던 음악을 듣는 것만 해도 우리는 큰 전축(?)이라는 기기를 통해서 카세트 테이프로 노래를 듣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워크맨이라는 것을 썼고, CD 플레이어가 나올때는 형들의 CD에 기스가 나면 혼날까봐 조심스럽게 노래를 들었다. 여러가지 모양의 MP3 플레이어는 패션 중요한 요소였고 음원을 얼마나 잘 찾아 넣는가는 나름 자랑할만한 기술이였다. 그러던 것이 어느 순간부터 핸드폰으로 음악을 듣기 시작하고 이제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었다.
친구들과 펜팔이라는 것을 했고 공중전화와 삐삐를 거쳐 손바닥만한 핸드폰에서 지금은 접히는 핸드폰으로 가지도 다닌다. 8비트, 16비트 도스를 배우기 위해 학원을 다니다 386,486, 586 등 컴퓨터의 사양과 함께 우리의 학년도 같이 올라갔고 지금은 노트북이 아닌 태블릿 하나로 모든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 모든 시대의 변화를 어떤 세대는 성인이 되서 겪었고 어떤 세대는 이미 어느 정도 앞 세대의 시행 착오가 끝나 안정화된 시점부터 겪었다. 하지만 우리는 오롯히 그 변화와 함께 성장했고 그 변화의 시행착오를 함께 겪으며 나는 아직 성장 할 준비도, 변화에 맞추어갈 준비가 되지도 않았음에도 그 변화 속에 따라가고 흘러가야만 했다. 때로는 새로운 것을 배우면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업그레이드 된 것을 다시 배워야 하는 경우도 있었고 때로는 열심히 시간을 투자하여 배운 것들이 사라져 쓸모없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유년기부터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이 된 지금 이 순간까지도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엄청난 변화를 매 순간 순간마다 온몸으로 흡수하며 정신 없이 40년을 살아왔다.
하지만 그 변화를 흡수하는 과정에서 뒤쳐지면 안된다는, 남들 보다는 조금 더 앞에 있어야 한다는, 최소한 남들이 아는 것 만큼은 해야 한다는 그 압박과 중압감, 스트레스를 우리는 스스로 알지 못한체 40년을 축적해오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든다. 마치 기왓집 처마 밑으로 오랜 시간 빗물 방울이 떨어져 알지 못하는 사이에 돌에 구멍이 생기듯 우리 40대도 지난 수 많은 변화에 적응하고 맞춰 살면서 각자 자신들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상처를 알지 못한체 40대를 맞이하고 또 흘러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혼자, 외로이 그리고 스스로 그 빠르고 혼란스러운 변화를 감내하며 40년 넘는 시간을 버텨야 했기에 우리는 격동의 시대를 살고 있었음에도 친구들과 함께, 동료들과 함께,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과 함께 노래 부르고, 토론하고, 고통과 고뇌를 나누고 투쟁하였던 70,80 시대를 동경하고 낭만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까?
80년에 때어나 60년대 어른들에게 가르침을 받고 70년대 선배들에게 사회 생활 노하우를 전수 받으며 90년대 생들 경쟁하고 이제는 2000년대 생을 가르치고 또 키우고 있는 우리 40대에게는 한번도 살아 보지도, 경험해 보지도 그래서 알지 못하는 70,80년대 시절의 낭만이 나 홀로, 시대의 변화와 풍파 버텨오며 우리 깊은 내면 속에 상처 받아 지쳐 있는 또 다른 나에게 안식처가 되어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도 일상에 나를 몰아 세우며 지친 하루를 마무리 한다. 그리고 다시 한번 라디오 속에서 지친 나를 달래 줄 낭만을 찾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