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한차례 비가 온 이후 기온이 뚝뚝 떨어지더니 월요일 제법 추워진 월요일 출근길이 되었다. 덕분에 매일 아침 출근 30분전 회사 근처 카페에 들려 하루를 시작하는 나의 커피가 아이스에서 따뜻한 것으로 바뀌게 되었다. 따뜻한 커피 한모금이 나의 입을 지나 칼칼했던 목을 한 번 감싸주고 이어서 몸 전체로 퍼지는 순간 나도 모르게 긴 숨이 입 밖으로 나오며 몸 전체가 긴장이 한순간에 풀려버린다. 치열한 하루의 시작을 준비해야 하는 순간 나의 몸과 마음에 긴 호흡을 불어넣어주는 짧지만 소중한 시간이다. 1년 커피 소비량을 보면 알 듯이 커피 사랑은 대단한 우리나라에서 나 역시 어느 누구 부럽지 않게 커피에 대한 사랑과 부심이 높은 편이다. 오죽하면 회사에서 나의 별명이 '스벅맨'일까.......
커피를 언제부터 마셨는지는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성장기를 고려한다면 고등학교 2학년 정도 부터 였던 것 같지만 그 또한 정확하지는 않다. 지금처럼 원두 기반의 커피가 일반화 되어 있지 않았던 시절이였기에 나의 커피 시작은 동년배들과 비슷하게 인스턴트 커피였다. 식후에 또는 공부나 업무 중 졸음이 몰려오는 순간 마시는 인스턴트 커피의 달달함과 쌉살함의 각성 능력은 전쟁과 같은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힘이였다. 회사 사무실에 믹스커피가 흔하지 않았던 사회 초년기 시절에는 프림과 설탕, 커피의 조합을 맞추는 능력이 지금의 유명 바르스타가 커피를 내리는 능력 이상으로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프림과 설탕, 커피의 비율, 취향에 따라 세대가 구분되고 커피를 마실 줄 아는 사람과 커피를 잘 모르는 사람으로 구분되기 했던, 요즘 생각하면 재미있으면서 조금은 실소가 나오는 시절이 있었던 것 같다. 당시 시대가 어찌되었던 흡연을 하지 않았던 나에게는 특히나 나만의 노하우로 만든 인스턴트 커피 한잔은 하루의 휴식이자 여유를 가져다 주는 중요한 존재였다.
사무실에 커피, 프림, 설탕을 담아 놓은 그릇이 사라지고 탕비실에 비치되어 있는 믹스커피의 종류가 많아질수록 나의 커피 삶에 비중도 인스턴트에서 원두커피로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내가 언제부터 아메리카노라는 이름의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는지 또한 너무 오래전 일이라 정확히 기억 나지 않는다. 나의 지인들은 아마도 스벅에서 처음 먹어봤을 것이라고 말하겠지만 나의 아메리카노 시작은 그리 대단한 카페는 아니였던 것 같다. 처음에는 대학교 내 있는 고급커피 자판기로 시작했을지도 모르겠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며 에소프레스 계열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고 조금 알려졌다는 카페를 다니다가 핸드드립 커피에 맛에 빠져 한참을 유명 핸드드립 카페를 찾아다녔다. 그리고 그 시기 여러 카페를 다니며 나만의 작은 카페에서 손님들에게 커피를 내리며 소소하게 글을 쓰는 삶의 꿈을 처음 꾸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인생을 살며 처음으로 특정 직장, 직업, 학교가 아닌 정말 나의 삶에 꿈을 가지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