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 관계에 있어 많았던 친구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면서 사회생활에서는 정보 습득 기회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직장 내에서도 나는 언제나 술을 잘 못 마시는 직원, 술자리를 좋아하지 않는 직원으로 평가 받다 보니 일과가 끝나고 직원들끼리 가끔 갖는 술자리에서 항상 열외 대상인 것은 당연한 일이 되어 있다. 같은 팀원 뿐 아니라 팀장, 부서장들에게 역시 동일한 상황이다. 일과 시간 후 직장 술자리는 부서장, 팀장들이 팀원들에게 하지 못했던 회사의 속사정, 현재의 상황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또 다른 자리가 대부분이다. 어쩔 때는 일과 시간 보다 더 중요한 자리에 나는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가끔은 부서 내에서 아는 것 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은 경우를 자주 겪게 된다.
한국의 직장 문화라는 것이 술과 담배가 그 사람의 업무 능력에 일부로 평가 받는, 나와 같은 사람에게는 공평하지 않은, 사회 문화 속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던 나는 동기들과 비교했을 때 언제나 조금씩은 뒤쳐져 있었던 같다. 담배를 피우는 동기들은 언제나 시간 간격으로 부서장, 팀장, 선배들과 함께 담배를 피우며 정보를 얻고 친밀도를 쌓아가며 회사의 정보를 얻었고 힘든 회식 자리에서 1차면 술이 취해서 내 앞가림도 하기 힘들었던 나와 달리 술을 잘 마시는 동기들은 2차, 3차까지 윗사람들과 대작을 해주고 함께 웃으면서 마지막까지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돌이켜 보니 한편으로 뒤쳐질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저 술과 담배를 못했던 것뿐인데 라는 억울한 생각도 든다.
술과 담배를 멀리한 삶이 주변 사람을 점점 줄어들게 하고 직장 생활과 사회생활 모두에서 아싸가 되어버린 40대를 만들었지만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봤을 때 후회가 된다던가 손해를 봤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하지만 마흔 즘에 접어들어 아쉬움이 있다면 술과 담배와 거리두기를 한 나의 인생이 너무 재미가 없었다는 점이다. 성인이 되고 20년이 넘게 남들은 한 번씩 가봤다는 나이트클럽에 가서 놀아 본 적도, 부킹이라는 것도, 하다 못 해 친구들과 노래방의 추억도 별로 없다. 소희 밤 문화에 대한 추억이 나의 기억 속에는 남아 있지 않다. 물론 그러다보니 특별히 성인이 되어 티끌만한 사고를 친 것도 없다. 하지만 밤 문화 속에서 나오는 추억만큼 즐겁고 기억이 남는 것도 없기에 친구들, 직장 동료들이 서로 재미있고 기억이 남는 추억을 공유하며 웃을 수 때 나는 그 이야기 속에 항상 없었다. 요즘도 같은 회식을 하고 다음 날, 나는 그냥 출근이 힘들기만 한데 다른 직장 동료들은 그 힘든 출근 속에서도 어제 내가 알지 못하는 즐거운 일에 웃고 떠들며 기억을 회상하고 있다.
그렇게 서로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시간 속에 내가 없다는 것을 느낄 때 소외감과 서운함은(나 스스로 선택한 상황이지만) 알 수 없는 쓸쓸함과 슬픔이 몰려오게 만드는 순간으로 찾아온다. 그리고 그런 쓸쓸함과 슬픔을 느낄 때면 언제나 나 스스로 인생을 너무 재미없게 살고 있다는 것이 후회스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한다.
과거 20~30대에는 술과 담배가 아니어도 나 스스로 즐거움과 행복을 찾으면 된다는 신념에 후회와 아쉬움은 없었다. 하지만 마흔 즘에 접어 들어 인생에 있어 술과 담배가 가져다는 주는 재미와 즐거움, 사람들과의 추억이 별로 없는 다소 무미건조한 삶이 종종 후회감이 들 때가 생긴다. 그러면서 요즘은 가끔 혼자서 "나도 좀 재미있게 살아봤으면.......", "나도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다." 라는 말을 반복하는 경우가 생긴다.
어쩌면 과거에는 나 혼자만의 추억, 행복, 기억이 소중하고 중요했다면 점점 나이의 숫자가 올라가면서 누군가와 함께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추억, 행복, 기억이 소중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 안 나가던 모임, 동창회를 나가고, 산악회, 조기 축구와 같은 동아리를 찾고, 교회, 성당 등 종교 참여의 빈도가 높아지는 것일 수도 있겠다.
술과 담배와 두었던 거리를 좁히기는 이미 늦은 감이 있지 않을까 싶다. 예전처럼 주량을 늘릴 수 있는 체력도 되지 않고 기껏 40년 넘게 유지했던 호흡기 건강을 무너트리는 것도 억울하다. 지금 시점에서 그 동안의 무미건조함을 없애고 삶에 있어 새로운 즐거움과 기쁨을 찾아야 될 것 같은 새로운 숙제가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나게 된 것이 당황스러운 것은 나만의 문제일까? 인생의 반환점을 돌고 있는 지금 나의 삶에 방향성도 잡지 못한 상황에서 또 다른 인생의 과제가 나의 마음을 조금 더 무겁게 하는 40대의 어느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