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등산 중인 40_Part 1.

by 신상우

쓰던 글을 다 지워 버렸다. 무려 열흘 간 고민 고민하며 써 내려가던 글이 갑자기 막혀버리더니 단 한문장도 나가지 못한체 2~3일을 재자리 걸음을 하다가 돌파구를 찾아보고자 중간중간 쓰던 것을 지우고 내용 추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나의 글은 보름만에 누더기가 되어버렸다. 내용의 흐름은 산으로 가는지 강으로 가는지 알 수가 없고 문장 문장 뭐가 주어고 뭐가 서술어 인지 종 잡을 수가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2년전 한 달에 한 편씩 글을 쓰는 것을 목표로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쓰던 글을 전부 지워버렸다.

23년 겨울부터 한 달에 하나씩 글을 쓰겠다는 목표 아래 나는 매일 아침 15분의 틈을 만들어 글을 쓰고 있다. 매일 아침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15분은 글을 쓰기에는 너무나 짧다. 한 편의 글을 완성하지 못 하는 것은 기본이며 때로는 단 한 문장도 완성하지 못하는 날도 다반사 일 경우가 많다. 어떤 날은 이야기의 시작이 너무 좋아 쓰기 시작한 주제가 정작 시작만 좋고 그 이후 무엇을 써야 할지 몰라 이번처럼 방향을 잃어버린체 내가 만들어 놓은 문장 속에서 해매기도 한다.



그러한 시간들이 글을 쓰기 시작한 첫 해는 넛달에 한번 정도 그러다가 두번째 해는 두 세달에 한번, 3년차가 되는 시점에는 거의 매달 나에게 찾아오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요즘은 아침에 나에게 주어진 짧은 15분 동안 거침없이 글을 써내려가는 날이면 그날 아침은 운수 좋은 날인 것 같은 기분에 괜시리 들뜬 마음에 하루를 시작하곤 한다. 대단한 글을 쓰는 것도 아닌 내가 창작의 고통을 느끼고 있다니, 민망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나의 글짖기 능력에 한계가 오는 것일까 싶은 생각이 들면서 잠시 글을 쓰는 것을 멈추어야 하는 시점이 온 것인지 고민도 빠지기 시작했다.

20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하고 부모의 지붕에서 벗어나 내가 만든 새로운 지붕에서 나의 가정을 꾸리며 정신없이 달려온 30대를 거쳐 40대 정상에 올라 왔을때 이전에는 보지 못 하고 느끼지 못 했던 것들이 어느 순간 나에게 한꺼번에 밀려 들어 왔고 갑자기 쓰나미 처럼 다가온 감정, 감성. 사념들을 밖으로 표출하고 싶었다. 그리고 다시 글을 써야 겠다고 마음을 먹고 노트북 앞에 앉았을 때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았고 그래서 쓰고 싶은 주제, 쓰고 싶은 문장들이 넘쳐났었다. 매일 아침마다 보는 풍경과 마주했던 상황, 현상들이 40대 정상에 도달하자 때로는 새롭게 보이고 때로는 또 다른 깨닭음을 주었으며 때로는 아쉬움과 반성을 느끼게 해주었다.


마치 주변에 어떤 풍경이 어떤지 알 수 없는 우거진 나무들이 가득찬 급경사의 등산길을 따라 올라가다 갑자기 탁트인 능선을 만났을때 마주하게 된 조금은 낮설지만 아름답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풍경을 바라보듯이 40대 고개 정상에서 바라보는 나의 과거와 현재는 너무도 낮설고 새로웠다. 그리고 지난 1년 반 동안 내가 바라보는 지금 인생의 풍경을 사진 찍듯이 글자 하나 하나, 문장 한 줄 한 줄에 적어 나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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