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어느 덧 만개하여 세상을 핑크빛으로 만들어 버린 벚꽃을 보면 방향을 잃은 체 시작한 나의 4월과 달리, 대지의 4월은 늦어진 만큼 그 시작점에 맞추어 한해를 준비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떨어지는 벚꽃을 따라 멈춘 나의 시선 끝자락에 보이는 새롭게 올라오는 생명들을 보며 나는 순간 생각하게 된다. 가을의 풍요와 그 생명을 거두어 드렸다고 생각했던 그 매서운 겨울이 어쩌면 끝이 아니라 시작였을지도 모르겠다는......
겨울은 1년간 키워온 풍요를 인간과 세상 만물에 나누어주고 남은 생명을 거두어 다시 대지에 축척하고 다음 생명의 시작을 위해 영양분을 만들어 었던 것은 아닌가 싶다. 꽁꽁 얼어 붙은 겨울의 대지는 생명이 자라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땅 속 깊이 준비하며 숨 쉬고 있을 새 생명을 외부의 적으로 부터 보호하기 위해 보호막을 만들어 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차가운 공기와 매서운 바람으로 온 세상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고, 대지의 모든 생명도 용납하지 않을 것 같았던 겨울이 사실은 땅 속 깊은 곳에서 새로운 생명들을 따뜻하게 품으며 다음을 준비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 자연은 겨울로 1년을 시작했으며 다음 1년을 준비하는 것 또한 겨울이였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40의 정상을 올라가는 삶 내내 봄으로 시작해서 겨울로 끝냈던 나의 1년은 자연이 나에게 준 1년의 절반 밖에 쓰지 못하고 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내가 만약 작년 가을의 풍요를 만끽하고 맞이했던 겨울을 한해를 마무리하고 정리하는 시간으로만 사용하지 않고 다음 봄을 위해 새로운 것을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다면, 새로운 한해를 시작했던 겨울을 다가올 봄을 준비하는 시간이 아니라 새로운 1년을 시작하는 시간으로 가졌다면, 4월의 봄을 맞이하는 나의 마음이 조금은 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든다. 비록 심리적인 허무함일지 모르지만 그렇게 부질없이 한달을 잃어버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봄은 찾아왔지만 아직도 따스함은 느껴지지 않는 봄이다. 봄이 그랬던 것처럼 올 여름도 가을도 그리고 겨울도 조금을 늦게 우리에게 다가 올 것 같다. 그리고 내년 봄은 언제 나에게 다시 찾아올지 잘 모르겠다. 40의 정상을 넘는 지금, 나의 삶 속에서 더 이상 사계의 시작이, 한 해의 시작이 봄이 되어서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어쩌면 그 시작이 점점 더 늦어지면 늦어진 만큼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더욱 줄어들 것 같다. 이제 난 사계의 시작을, 한 해의 시작을 잃어버린 겨울에게 다시 그 시작을 되 찾아 줘야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