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으로 띠링띠링 문자가 오고, 거실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들에게 나는 선언하듯이 "결국 결제를 하고 말았어!"라고 말했다. 두 아들은 아빠가 무엇을 했는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봤고, 와이프는 '드디어 했군!' 하는 표정을 지었다. 큰아들이 태어나기도 전 와이프와 유럽을 다녀오면서 쌓인 항공 마일리지를 써 보겠다고 나는 지난 두 달간 정말 생각지도 않은 고군분투를 했다. '그냥 공짜로 주는 것은 없구나.'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비록 제주도이지만, 작은 아들에게는 첫 비행기 여행이라는 설렘을, 큰 아들에게는 첫 제주도 여행이라는 설렘을, 그리고 우리 부부에게는 4식구 첫 장기 여행이라는 걱정을 안겨주는 순간이었다.
여행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설레게 하는 순간이자, 조금은 걱정과 긴장감을 주는 시간인 것 같다. 처음 보는 풍경, 처음 맛보는 음식, 처음 만나는 사람,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모든 것에 '처음'이라는 단어를 붙여주는 것이 여행이기에, 새로움에 대한 기대가 여행을 준비하고 기다리는 우리에게 설렘을 주지만, 또 한편으로 그 새로움이 낯섦이 되어 우리에게 두려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여행을 하는 그 순간은 언제나 행복하고, 여행이 끝나는 그 순간은 언제나 아쉬우며, 여행의 추억은 평생 우리와 함께하기에 우리는 끊임없이 시간의 틈을 만들고 경비를 모아 다음 여행을 준비한다.
그래서일까,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여행을 참 좋아한다. 정확히 나의 첫 여행이 언제였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부모님이 매년 방학마다 가족 여행을 준비하셨기에 유년 시절 꽤 많은 여행을 했고, 내 기억에 남는 첫 여행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 제주도 여행이다. 여행의 추억을 함께 나누었던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족에서 친구로, 친구에서 나 홀로로, 그리고 나 홀로에서 다시 가족으로 돌아왔고, 여행지도 국내에서 해외로, 그리고 다시 해외에서 국내로 범위가 넓어지는가 싶더니 다시 좁아져 버렸다.
그래도 40대 정상을 올라오면서 여행은 남 부럽지 않게 한 것 같다. 유년 시절 부모님을 따라, 학교 수학여행으로 국내 주요 명승지는 다 다녀봤고, 대학 시절 이후 유럽 3번, 일본 3번, 인도 1번 등 나름 해외여행도 잘 다녀왔다. 하지만 내 인생에 있어 혼자만의 여행, 나만을 위한 여행을 해 봤던 기억은 없었던 것 같다. 사실 혼자만의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10대 시절은 너무 어려 혼자 할 엄두도 나지 않았고, 20대는 친구들과 하는 여행이 마냥 신나고 재미있었다. 30대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추억을 만드는 시간이 행복했다. 그렇게 언제나 누군가와 함께하는 여행이 즐거웠고 아쉬움 없이 행복했기에 혼자 하는 여행은 쉽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다 맞이하게 된 40대, 혼자만의 여행을 꿈꾸고 갈망하고 과거를 아쉬워하는 나 자신에게 조금은 갑작스럽고 당혹스럽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