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고 싶은 40_Part2.

by 신상우

생각을 해보면 내가 여행을 열심히 다니던 시기에는 지금과 같이 인터넷 기반의 다양한 정보도, 모바일이라는 편리한 도구도, 혼자 하는 것이 익숙한 사회 분위기가 아니었다. 안전한 해외여행을 위해 2명~4명이 한 팀이 되어 계획을 논의하고 함께 준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해외여행을 가기 위한 첫 필수템은 성경책 두께의 여행 정보책이었다. 현지 이동 방법, 음식점, 주요 관광지 등 여행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한 권의 책에서 모두 얻었다. 책 속에 별책 부록으로 담겨 있던 지도는 그 당시 최고의 네비게이션이었다.

여행을 위한 현지 정보를 얻는 방법도 내용도 극히 제한적이고 신뢰성 마저도 낮았던 시절, 혼자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준비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은 엄청난 용기와 함께 주변 사람들의 걱정과 존경을 한몸에 받는 일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정보를 얻는 방식이 책에서 PC로 그리고 모바일로 변해가면서 이제는 내가 원하는 정보를 누구의 도움 없이 시간과 장소, 여행 경험 등에 관계없이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꼭 출발 전에 모든 정보를 가지고 갈 필요도 없다. 떠나기 전 대략적인 계획과 필수적인 예약만 하고, 세부적인 곳은 모두 현지에서 실시간으로 검색해도 된다. 과거에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극히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정보의 신뢰성이 떨어졌다면, 요즘은 정보가 너무 넘쳐나 정보의 신뢰성이 떨어지고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시대가 바뀌고 사회가 변화하면서 나홀로 여행은 어느 순간부터 용기가 필요한 도전이 아닌 일반적인 것이 되어 버렸다. 어쩌면 변해버린 우리 사회와 시대가 40대 고개를 넘고 있는 나에게 나홀로 여행에 대한 뜬금없는 용기와 자신감을 불러일으켰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매달 매달 늘어나기보다는 줄어들기 바쁜 통장의 잔고와 삶의 여유는 넘쳐오르는 나의 용기와 자신감에 하염없이 찬물을 부어 갈증만 남게 하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시대의 변화가 나에게 용기를 준 것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20대, 30대 초반만 해도 나의 여행은 오로지 나의 여행이었다. 여행의 목적지를 정할 때도 내가 중심이었다. 내가 보고 싶은 곳을 가고,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었으며, 내가 쉬고 싶은 장소에서 나를 위한 여행을 계획하고 만들어 나갔다. 여행의 시간 동안 나만을 위해 시간을 투자할 수 있었고, 수많은 사진과 여러 장의 여행 일기로 나를 위한 기록과 추억을 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가 계획하고 만드는 여행은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이 되어 가기 시작했던 것 같다. 배우자가 원하는 곳, 나의 아이들이 생애 한 번은 가 봤으면 하는 곳을 정하고, 네 가족 모두가 먹기에 부담 없는 식단을 고민하며, 고단한 일정이 끝나면 가족이 평안하게 쉴 수 있는 장소를 찾아야 했다.


여행의 시간 내내 가족을 챙겨야 하고, 일정에 차질 없이 이동해야 하고, 가족들이 불편함 없도록 신경 써 주어야 한다. 나보다 아이들의 기록과 추억을 남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여행이 끝나고 돌아오면 여행의 기록을 보며 순간순간을 회상하고 아쉬워하기보다는 가져갔던 짐을 정리하고 비어 있던 집을 정리하고 가족들의 컨디션을 챙기다 다시 일상으로 복귀해야 한다. 그렇게 40대의 정상에 있는 나에게 여행을 준비하고 떠나는 것은 설렘과 기대보다 걱정과 불안, 피로감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나의 여행에서 나는 점점 사라지고 어느 순간부터 나라는 존재 자체가 없어져 버렸다. 나를 위한 여행, 나만의 여행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한 여행, 내가 없는 여행이 이제는 일상이 되어 버렸다. 어쩌면 그래서 나의 여행 인생의 절정기였던 20, 30대 시절조차 가져보지 않았던 "나 홀로 여행하기"에 대한 갈증과 열망이 40대를 넘어서는 이 시점에 끊임없이 생기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요즘은 "모든 것을 던져 버리고 연기처럼, 바람처럼 어디론가 홀로 떠나고 싶다"라는 말이 너무 마음에 와닿는다. 홀로 떠나는 여행, 어떻게 보면 참 쉽고 언제라도 할 수 있는 그 여행이 점점 나에게는 꼭 한 번 해 보고 싶은 하나의 꿈이 되어 가는 것이 조금은 서글퍼지는 40대의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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