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도파민 단식
요즘 내 인생책을 연달아 만나고 있다.
도파민 단식을 시작한 것도 <도파민네이션>이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아니, 사실 유튜브 영상이 계기였다. 새벽에 알고리즘을 따라 본 영상으로 알게 됐고, 이후 책을 구매해서 봤다. 지금 나에게 딱 필요한 책이었다. 잴 것도 없이 바로 도파민 단식에 들어갔다.
내가 도파민 단식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른 글들로 풀어내려 한다. 중요한 건 도파민 단식이 내게 굉장한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새벽에 자서 낮에 일어나는 생활 패턴을 고쳤고, 내 시간을 무자비하게 잡아먹는 많은 것들을 끊어냈다. 그 과정에서 '이게 이렇게 쉽게 되는 거라고?'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옛날부터 습관, 시간관리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스케줄 다이어리로 하루 계획을 세우는 걸 군대에서부터 8년째 해오고 있다. 하지만 여태까지 내가 세운 계획을 완벽히 지킨 날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거의 없다시피 했다. 좋은 습관을 만들기 위한 책들도 별 소용이 없었고, 미라클 모닝은 단 한 번도 이틀을 넘긴 적이 없었다.
그런데 도파민 단식을 하면서 내가 그전에 왜 안 됐는지를 알게 됐다. 자꾸 꽉 차 있는 통에 뭘 더 쑤셔 넣으려고 하니까 안 되는 거였다. 하루는 24시간이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그렇다. 그런데 내 하루는 온갖 잡다한 것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많은 것들에 중독되어 있었다. 이 중독들을 먼저 '비워내지' 않는 한, 새로운 무언가가 자리 잡을 수가 없던 것이다.
도파민 단식 이틀 차에 난 심심함에 온몸을 비틀었다. 그리고 동시에 내 하루 안에 시간이 이렇게 많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바로 거기에 새로운 무언가를 채워 넣으면 되는 것이었다. 이때 내 인생책을 만났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이었다.
이 책을 도파민 단식과 연계해서 보려고 산 건 아니었다. 최근에 '몰입'이라는 키워드에 꽂혀 관련된 책을 5권 정도 샀는데, 그중 하나였다. 결과적으로 <도파민네이션>을 보고 <몰입>을 본 건 최고의 선택이었다. 내가 심심함에 몸을 비틀던 그 시간을 어떻게 채워야 하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도파민 단식만 했으면 아마 일주일이 채 가기 전에 실패했을지도 모른다. <도파민네이션>도 분명 좋은 책이다. 이 책은 지금 나의 상태를 인지하고 변화를 '시작'하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그럼에도 내가 <몰입>을 인생책으로 꼽는 이유는 단순히 도파민 단식을 보완해 주어서가 아니다. 이 책은 내가 앞으로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야 할지를 알려주었다. 내가 지금까지 간절히 바라고 원하던 답이 이 책에 쓰여 있었다. 난 그렇게 느꼈다. 말 그대로 내 앞으로의 인생에 강력한 영향을 줄 책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몰입>을 보게 된 타이밍도 운이 좋았다. 정말로 운이 좋았다. 만약 내가 도파민 단식을 하지 않는 상태에서 이걸 보았다면 이 정도로 감명 깊게 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도파민 단식을 통해 내 시간을 비워내지 않았으면 나는 이전처럼 몇 번 시도하다가 실패해 좌절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이 두 권의 책을 순서대로 보게 된 것은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우주의 기운이 나를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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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문득, '이 좋은 걸 나만 느끼기 아깝다. 다른 사람도 이걸 느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 친구들은 관심도 주지 않을 테였다. 우리 팀에 이를 열렬히 알리고 싶은데, 내 설레발이 될까 겁이 나기도 했다(겨우 도파민 단식 5일차였다). 그래서 전혀 모르는 사람한테 이게 통할까 먼저 실험(?)을 하기로 했다.
그날 바로 소셜링 어플을 설치해 소셜링 공고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난생처음 내 의지로 사람을 모으는 일이었다. 긴장이 됐다. 뭐라 쓸까 고민도 많았다. 그간 사업을 하며 익힌 설득 스킬을 슬쩍 사용하기도 했다. 대신 진심을 다해 썼다. 내가 하는 이 경험을 당신도 느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썼다. 공고를 다 쓰고 올리기만 하면 되는 상태였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다른 소셜링을 둘러보다가 같은 주제의 소셜링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도 소셜링 클럽을 운영하면서 주기적으로 소셜링을 여는 전문가의 소셜링이었다. 내면에서 갈등이 일어났다. '내가 열면 오기나 할까?' '그냥 내가 열지 말고 여기 참가할까?' '아, 그냥 하지 말까.' 온갖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아무도 신청하지 않으면, 그것도 경험이다라고 생각했다. 냅다 등록 버튼을 눌렀다.
신청은 불티나게 오지 않았다. 공고를 올리고 3~4일이 지났을 때까지 아무도 신청하지 않았다. 몇몇이 좋아요를 눌렀지만 신청은 없었다. 그간 익힌 설득 스킬이 헛되었나 싶기도 했다. 괴로움을 참으며 공고를 수정했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덧붙이고, 모집 인원을 나 포함 4명에서 3명으로 줄였다. 1/4하고 1/3은 느낌이 다르니까. 그리고 4명은 나를 제외하면 3명인데, 한 명 한 명에게 집중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쫄렸다. 이후 1명이 신청을 했고, 모임 전전날에 마지막 한 명도 신청을 했다. 여차저차 사람을 다 모았다.
소셜링은 도파민 단식으로만 주제를 잡았었다. 몰입까지 설명하기에는 너무 장황할 것 같았고, 당시 나도 아직 몰입을 열심히 읽고 있던 중이었다. 몰입을 포함해서 공고를 쓰기엔 아직 그에 대한 내 정리가 덜 된 상태이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소셜링을 연 이유는 내가 최근 하고 있는 이 경험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가가 궁금해서였다. 그리고 내가 하고 있는 경험의 핵심에는 <몰입>이라는 책도 상당한 영향이 있었다. 아니, 제일 중요한 핵심이었다. 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똑같은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책을 2권 더 사서 오는 사람들에게 선물하기로 결심했다. 약간의 망설임(꽤 비싸다.)은 있었지만 책을 준비했다. 그리고 오늘 모임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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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긴장한 채로 시작했지만, 나는 모임 내내 플로우를 느꼈다.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3시간을 떠들었다. 맙소사, 내가 처음 보는 사람들과 3시간을 떠들다니. 모임 내내 열심히 떠들었다. 너무 많은 말을 하다 보니 내용이 잘 정리될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책을 준비한 건 참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보면 내가 한 말이 전부 있기 때문이다. 나는 책에 있는 내용을 열심히 내가 이해한 대로 떠들었을 뿐이었다.
모임에 나온 이들은 각자 자기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었다. 지금 온전히 그런 삶을 살고 있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그런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니까 오늘 모임에도 나왔을 것이다. 마치 내 모습과도 같았다. 서로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사람들에게서, 나는 내 모습을 보았다.
모임을 마치면서 1달 뒤에 다시 모이기로 했다. 도파민 단식은 30일을 기본으로 한다. 그래야 뇌가 정상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내 실험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으니 나는 너무나 좋다. 하지만 그 결과물을 내가 만든 건 아닐 것이다. 각자가 스스로를 위해 만들 것이다. 어느 날은 잘 안되는 날도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30일 중에서 29일을 지켰으면 30일을 지킨 것과 효과는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29일과 28일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건, 대부분의 날을 내 의지대로 살아갈 수 있는가이다. 내가 이 오지랖을 통해 확인하고 싶은 것도 그것이다.
나 또한 계속해서 도파민 단식을 해나갈 것이다. 그리고 나중엔 도파민 단식이라는 족쇄가 아니라, 내가 내 의지로 살아가는 삶이 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다가오는 7월 1일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