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트로와 소개
도파민 단식 가이드 (1) - https://brunch.co.kr/@ssy23ssy/11
도파민 단식 가이드 (2) - https://brunch.co.kr/@ssy23ssy/12
도파민 단식 가이드 (3) - https://brunch.co.kr/@ssy23ssy/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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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도파민 단식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가이드입니다.
약 한 달 전의 저는 많은 것들에 중독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게임, 웹소설, 트위치 시청에 빠져 제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고, 팥빙수를 먹으며 건강을 망치고 있었습니다. 팥빙수? 진심이냐고요? 도파민 단식을 시작하기 이전 최근 2달 동안, 저는 TFT라는 게임을 6백 판을 했고, 웹소설을 3천 편을 보았으며, 그러는 내내 트위치(게임 방송)을 켜두었습니다. 그리고 팥빙수를 하루에 1번(혹은 2번) 시켜 먹으면서 2달 동안 8kg이 쪘습니다. TFT 6백 판은 약 20000분(약 350시간)이고, 웹소설 3천 편을 보는 데에는 15000분(약 250시간)이 걸립니다. 최소 6백 시간이고, 이는 약 25일이 넘습니다. 2달 동안 잠 자는 시간 15일 정도를 제외하면, 깨어 있는 시간의 최소 50%를 중독적인 행동에 몰두했던 겁니다. 사실 체감상 90% 이상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이런 중독된 삶을 살아왔던 것은 아닙니다. 원래 위의 것들은 소소하게 여가로 해오던 것이었습니다. 10년 가까이 웹소설을 하루 몇 편 정도씩만 보아왔고, TFT라는 게임도 보통 3달에 200판 정도면 많이한 거였습니다. 일이 바빠서 시간을 낼 수 없을 때는 자연스레 참을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겨울이 지나고 일이 한가해지기 시작하면서 발생했습니다. 지금 저희 회사 특성상 가을 겨울 바짝 바쁘고 봄 여름은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시기입니다. 봄이 오자 긴장의 끈이 '탁'하고 풀렸고, 말 그대로 하루 종일 중독적으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요즘 위에 나열한 중독들을 단 1분도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 시간에 운동하는 시간을 늘렸고, 책을 더 열심히 보기 시작했고, 일에 집중도 되찾았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야매 가이드 작성도 하고 있습니다. 우연히 도파민 단식을 알게 됐고, 바로 그날 도파민 단식을 시작한 뒤 <도파민네이션>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새벽 5시에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보던 유튜브가 그 계기였다는 게 아이러니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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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이드는 제 경험을 담고 있습니다. 사실 도파민 단식은 '시작'이고, 제게 더욱 도움이 됐던 건 다른 책이었습니다. 만약 <도파민네이션> 한 권만 갖고 도파민 단식을 진행하고 있었다면, 저는 진즉 실패하고 다시 원래의 중독적인 삶으로 돌아갔을 거란 생각이듭니다. 그럼에도 '비워낸다'는 의미에서 도파민 단식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먼저 하루를 비워내야 그곳에 제가 원하는 것들로 채울 수 있다는 걸 도파민 단식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이런 제 경험들을 담아 처음에 어떻게 시작했고, 어떤 시행착오를 거쳤고(혹은 거치고 있고), 어떤 방법이 도움이 되었는지를 정리해서 안내할 생각입니다. 이 느낌과 감각이 가장 생생할 때에 이를 가이드 형태로 남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이드를 작성하고 있는 제가 뭐 대단한 사람은 아닙니다. 저도 그냥 도파민 단식을 진행하고 있는 사람 중 하나일 뿐입니다. 당연히 제가 작성할 이 가이드는 어떤 과학적 연구를 거쳐 탄생한 것이 아닙니다. 설명 과정에서 이해를 돕기 위해 제가 알고 있는 과학적 지식이 사용될 수 있겠만, 이는 제가 연구한 게 아니고 틀릴 수도 있습니다. 저도 어디서 주워들은 얘기를 합쳐 놓은 것에 불과합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도파민네이션>이라는 책을 통해 도파민 단식을 접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저 또한 그렇구요. 도파민 단식을 해보려는데 어떻게 시작할지 막막한 분들에게 이 가이드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바로 몇 주 전의 제가 봤다면 정말 좋았겠다는 생각에 만드는 가이드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도파민 단식이라는 방법론이 모든 사람에게 효과가 있는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이 가이드는 제 경험과 주관이 강하게 녹아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도파민네이션>을 보고 자기에게 맞는 방식을 찾는 것이 더 적합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맞지 않는 것 같다면 이 가이드는 참고만 하시고 여러분만의 루틴을 만드는 것도 적극 권장드립니다.
도파민 단식: 도파민을 과도하게 자주 분비하는 중독적인 행동들을 끊는 것
중독: 어떤 행위가 자신 혹은 타인에게 해가 됨을 알면서도 그 행동을 멈추지 못하고 계속하는 것
도파민 단식은 단순히 도파민을 모두 끊어버리는 것이 아닙니다. 도파민 단식은 ‘도파민을 과도하게 자주’ 분비하는 ‘중독적인 행동’들을 끊는 것입니다.
중독의 정의는 ‘어떤 행위가 자신 혹은 타인에게 해가 됨을 알면서도 그 행동을 멈추지 못하고 계속하는 것’입니다. 이때 해가 된다는 의미는 주관적일 수 있습니다. 술을 먹고 폭력적으로 변한다면 당연히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것입니다. SNS, 넷플릭스&유튜브 시청, 게임, 담배 이런 행동들은 딱히 남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행동들에 몰두하느라 내가 마땅히 해야할 일들을 못하고, 일상에 집중하지 못한다면 자신에게 해를 끼치는 것입니다.
SNS, 넷플릭스, 유튜브, 게임 같은 것들이 절대적으로 나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자기 할 일을 모두 잘 해내면서 여가 시간에 즐기는 정도라면 나쁠 게 없습니다. 그런데 유튜브를 보다가도 자기가 정해 놓은 일을 할 시간이 됐다고 영상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칼같이 끄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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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도파민에는 좋다 나쁘다가 없습니다. 생산적인 활동을 통해 얻는 도파민이나, 술, 담배 같은 중독적인 행동을 통해 얻는 도파민이나, 어떻게 얻든 도파민은 똑같은 도파민입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도파민을 얻는 수단’입니다.
그럼, ‘중독적인 행동들만 끊으면 되지, 왜 도파민 단식까지 해야하나?’ 하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도 알고 계실겁니다. SNS, 넷플릭스, 유튜브, 게임 같은 중독적인 것들은 생각 처럼 쉽게 끊어지지 않는 다는 걸요.
아마 당신은 많은 것들이 나의 시간을 잡아먹고 있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을 겁니다. 처음엔 ’아~ 내가 아직 결심을 안 해서 그렇지, 결심만 하면 무조건 끊지.’ 생각했지만, 막상 일과가 끝나고 집에 들어왔을 때 내 몸은 넷플릭스, 유튜브, 게임 같은 것들을 격하게 원했을 겁니다. 그러고는 ’그래, 오늘까지만 보고 내일부터 끊자.’ 이렇게 됐을 테지요.
이런 일이 하루 이틀 반복되다 보면 점점 커지는 불안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죠. 이젠 안 되겠다 싶어 이것저것 찾아보았을 겁니다. 그러다 우연히 검색(혹은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도파민 단식을 알게 되었고, 그 결과 이 가이드까지 오게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힘든 하루를 마치고 집에서 편안하게 여가를 즐기는 걸 나쁘다고 하는 게 아닙니다. 문제는 이 여가 활동이 내가 원하는 걸 못하게 방해하고, 밤 늦게까지 조절하지 못해 자꾸 다음날에 악영향을 줄 때입니다. 즉, 그걸 할 때 혹은 하고 나서 내 마음이 편하지가 않는데도 자꾸 하게 되면 문제인 겁니다.
만약 당신이 이런 상황을 겪고 있다면, 도파민 단식은 분명히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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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이 문제가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 뇌의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기 때문입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도파민에는 좋고 나쁘고가 없습니다. 뇌에서 분비된 도파민은 우리의 기분을 좋게 만들고, 우리는 그 기분을 느끼기 위해 행동합니다. 그래서 도파민 체계를 보상 체계라고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최근 뇌 과학자들은 ‘쾌락’과 ‘고통’이 우리 뇌의 같은 곳에서 처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즉, 우리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뇌의 영역이, 반대로 우리를 고통스럽게 만들기도 한다는 겁니다.
이런 쾌락과 고통을 다루는 뇌의 영역을 <도파민네이션>에서는 시소로 비유합니다. 이 시소의 기본 상태는 평형입니다. 그러다 도파민이 분비되면 시소는 쾌락쪽으로 기울어집니다. 그런데 우리 몸은 항상성이 있기 때문에 시소는 다시 평형 상태로 돌아가려 합니다. 그래서 요정(신경체계적응물질? 정확한 명칭은 잘 모릅니다.)들이 나와서 시소의 고통 쪽을 눌러줍니다. 그런데 이때 시소가 평형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일단 고통 쪽으로 더 기울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요정들이 사라지며 평형을 되찾게 됩니다. 우리가 유튜브 알고리즘에 몸을 맡겨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고나서 알 수 없는 자괴감이 밀려오는 건, 요정들이 열심히 시소를 고통 쪽으로 기울인 결과물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중독은 우리 뇌의 구조를 변화시킨다고 했습니다. 중독적인 행동들은 ‘많은 양’의 도파민을 분비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아주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즉,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SNS를 하기 위해 서버의 IP 주소를 알아내고, 커널을 통해 일련의 인증 과정을 거치지 않습니다. 그저 설치된 어플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터치해주면 되죠.
도파민을 많이 분비한다는 것은 쾌락-고통 시소를 쾌락쪽으로 강하게 내려친다는 뜻입니다. 강하게 쾌락 쪽으로 기울어진만큼 더 많은 요정들이 시소의 고통 쪽을 누르기 위해 나옵니다. 또한 중독적인 행동들은 단순히 도파민을 많이 분비할 뿐만 아니라, ‘자주’ 분비 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시소가 평형으로 돌아가기도 전에 계속해 쾌락 쪽으로 내려쳐집니다. 그럼 더 많은 요정들이 고통 쪽을 누르기 위해 나옵니다. 시소가 평형으로 돌아갈 시간을 주지 않는 겁니다.
그렇게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요정들은 아예 시소의 고통 쪽에 죽치고 않아 떠나가질 않게 됩니다. 즉, 시소의 기본 상태가 고통으로 기울어진 상태가 되는 겁니다. 고통으로 기울어진 시소는 도파민이 분비되어도 쾌락 쪽으로 기우는 게 아니라, 기껏해야 평형이 되었다가 고통으로 돌아옵니다. 시소가 쾌락으로 기울기 위해서 더욱 많은 도파민을 필요로 하고, 일반적인 활동들은 이를 감당할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더더욱 중독적인 행동에 몰두하게 되고, 이는 악순환이 되어 시소를 더욱 망가뜨리게 됩니다. 심한 경우에는 쾌락이 아니라 불안함을 없애기 위해 중독적인 행동들에 기대기도 합니다. <도파민네이션>에서는 이 상태가 우울증과 거의 똑같은 상태라고 설명합니다.
도파민 단식은 이 기울어진 시소를 정상으로 되돌려 줍니다. 고통 쪽에 자리잡은 요정들을 살살 달래 집으로 돌아가게 만들어 줍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약 30일이 걸린다고 합니다. 그래서 도파민 단식은 기본적으로 30일을 목표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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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이 우리 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알아보았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도파민 단식 기간 동안 우리 뇌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우리 뇌에서는 ‘시소의 회복’이 일어납니다. 30일의 도파민 단식을 하는 동안 쾌락-고통 시소의 기본 상태가 서서히 평형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고통 쪽에 죽치고 있던 요정들이 하나둘 떠나가고, 굳이 중독적인 행동이 아니더라도 시소를 쾌락으로 기울일 수 있게 됩니다. <도파민네이션>에서는 이 과정을 겪는 초반이 상당히 고통스러운(=심심함에 몸부림치는) 시간이지만, 2주인 14일 정도가 지나면 점점 맑은 정신을 갖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애지간하지 않고서는 진짜 심각하게 고통으로 기울어진 시소를 가진 사람은 적지 않을까 싶습니다. 책에서는 5년 동안 대마에 중독된 사람도 30일만에 회복이 됐다고 합니다. 책에는 이보다 더한 사례도 나옵니다. 저도 처음 일주일 정도나 좀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아니, 사실 4~5일 정도 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대부분이 개같이 고통스러운 시간이 14일 보다는 짧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님 말구요.
두 번째로 우리 뇌에서 일어나는 일은, ‘새로운 회로의 구축’입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우리가 해야하는 일’입니다. 우리 뇌가 태어날 때부터 SNS, 넷플릭스, 유튜브에 대한 도파민 회로를 갖고 있는 건 아닙니다. 다만 이런 것들은 도파민 회로를 구축하기 쉽게 설계가 되어있죠. 이는 과학자, 심리학자 같은 수많은 고학력자들이 엄청난 연구 끝에 만들어낸 기술의 산물입니다. 안 당하는 게 이상한 겁니다.
그런데 도파민 회로는 한 번 구축되면 사라지지 않습니다. 도파민 단식을 통해 시소가 정상으로 돌아온다 해서, 더이상 중독적인 행동들로 도파민이 분비되지 않는 게 아닙니다. 뇌는 이들을 접하면 예전과 똑같이 반응할 것입니다. 하지만 도파민 회로는 ‘또’ 구축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당신이 바라고 원하는 활동, 혹은 일상의 것들이 당신에게 충분한 도파민 보상을 줄 수 있게 회로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새롭게 구축된 회로(혹은 수리된 낡은 회로)가 있어야 더이상 과거의 중독 회로들을 사용하지 않아도 괜찮은 상태가 됩니다. 그렇게 되었을 때 당신은 도파민 단식의 진정한 효과를 경험하게 됩니다.
도파민 단식 동안 뇌에서 일어나는 2가지 일
시소의 회복
새로운 회로 구축 (혹은 낡아 녹슨 회로의 수리)
도파민 단식 가이드 (1) - https://brunch.co.kr/@ssy23ssy/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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