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하기 전편
도파민 단식 가이드 (1) - https://brunch.co.kr/@ssy23ssy/11
도파민 단식 가이드 (2) - https://brunch.co.kr/@ssy23ssy/12
이전 편에서 준비 과정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도파민 단식을 시작하고, 특히 초반 3일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제 버전에서 도파민 단식은 초반 2일을 무계획으로 시작합니다. 아무렇게나 막 살라는 게 아니라, 평소 일과 그대로 하루를 보내면 된다는 겁니다. 처음 이틀은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든가 일과에 변화를 주지 않고, '중독된 것들만' 안 하는 겁니다. 이틀 정도는 자신의 정신력을 시험해본다고 생각하셔도 됩니다. 겨우 이틀인데, 이정도면 껌이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장담컨대, 당신은 분명 심심함에 온 몸을 비틀게 될 것입니다. '아, 시간이 남네. 근데 그거 하면 안돼.' 되뇌이면 되뇌일수록 더욱 고통스러울 겁니다. 이는 심심함을 넘어, 갈망이라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합니다. 사막을 헤매는 여행자가 오아시스의 물을 갈망하는 그런 느낌입니다. 하지만 일어나서 제자리를 빙빙 돌든, 집안일을 하든, 밖에 나가서 하염 없이 걷든, 이에 굴복하지 않기 위해 몸부림 치시길 바랍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바로 시간에 대한 인식입니다. 저는 이때 내 시간이 이렇게나 많다는 걸 정말 절절히 느꼈습니다. 하루를 비워내야 비로소 그 자리에 다른 걸 채워 넣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걸 처음에 느끼고 깨닫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니, 무계획으로 일단 도파민 단식을 시작했던 것이 결과적으로는 옳았구나 생각이듭니다. 사람이 무언가를 깨닫고 알기 위해서는 고통을 느끼는 게 직방입니다. 운동 자세를 배울 때 근육들이 찢어질 듯 아파야 이 운동이 어느 근육들이 쓰이는지를 알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물론 이는 제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한 것입니다. 생각보다 당신은 초반 이틀을 수월하게 넘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틀을 겨우겨우 버텼다 해도 괜찮습니다. 혹은 이틀을 못 참고 중독적인 것들에 손을 댔다해도, 뭐 괜찮습니다. 제가 전에 말했듯이 그냥 계속하면 됩니다. 겨우 이틀도 못 버텼다고 자책할 필요 없습니다. 이틀을 태연하게 버티는 사람들이 독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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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심심함에 몸부림치는 2일을 보냈습니다. 그럼 이제 차분하게 책상에 앉아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당신은 계획이 없던 2일을 경험했기 때문에 이대로는 4주의 도파민 단식을 성공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을 겁니다. 드디어 계획을 세울 동기부여가 된 겁니다. 이미 계획이 없으면 ㅈ된다는 걸 경험한 당신은 계획을 세우지 말라해도 세우려 할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계획을 '어떻게' 세우냐 입니다.
계획하기의 핵심은 '루틴 만들기'입니다. 계획은 루틴으로 시작해 루틴으로 끝납니다. 그냥 루틴이 답니다. 직장인이라면 루틴이 어느정도 있을 테지만, 대학생이나 취준생, 혹은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 같은 경우에는 강제되는 루틴이 없습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루틴을 강제로 부여해야 합니다. 이는 직장을 다니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사를 다니면 꽤나 많은 시간이 루틴으로 정해지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루틴 없이 비어있는 시간이 분명 존재합니다.
즉, 당신의 하루에 루틴 없이 비는 시간이 단 1초도 있어서는 안 되는 겁니다. 그래야 무얼할지 고민하지 않게 됩니다. '이제 뭐하지'라는 생각이 들때가 가장 위험한 타이밍입니다. 오해하면 안 되는 게, 휴식과 여가도 없이 일과 공부만으로 채우라는 게 아닙니다. 휴식과 여과도 루틴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시간 블록과 루틴
계획을 세울 때 가장 먼저 해야할 건, 하루를 시간 블록으로 나누고 각 블록을 일련의 행동(=루틴)으로 채우는 겁니다. 시간 블록을 나누는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장소나 하루의 어떤 기점을 전후로 블록을 나눠 볼 수도 있습니다. 제 하루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예시)
00-08 수면
08-11 아침 운동 루틴 / 공부 루틴 (공부 2 -> 공부 1)
11-19 회사(평일) / 공부 1 or 공부 2 그때그때 시간 배분(주말)
19-22 저녁 운동 루틴 / 정리 루틴 (집안일 및 세면)
22-24 하루 마무리 루틴
제 하루에는 수면을 제외하면 4개의 시간 블록이 있습니다. 그리고 각 블록 안에 여러 루틴들을 만들어 배치했습니다. 제 평소 이동 경로가 <집-회사-헬스장-집>이라 심플하기 그지 없는 블록 구성을 갖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활 경로에 따라 블록을 나눠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아마 대부분 저 보다는 블록이 많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해를 돕기 위해 제 루틴에 대해서도 좀 더 얘기해 보겠습니다.
저는 아침 8시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아침 운동 루틴을 시작합니다. 푸시업을 하고, 달리기도 하고, 노래를 잘 하고 싶어서 배에 힘을 주며 호흡도 연습합니다. 이후 찬물로 샤워를 하고 밥을 먹으며 오늘 계획을 확인합니다. 아침 운동 루틴을 마치면 9시 정도가 됩니다. 이후 잠깐 한숨을 돌리고 바로 공부 루틴을 시작합니다. 공부 루틴의 전반부는 나서는 지금 당장 내게 도움은 안 되지만, 흥미가 있거나 미리 배워두려는 것들(공부 2)을 합니다. 그리고 일에 관련된 책을 읽거나, 이 도파민 가이드를 작성하는 등 지금 내 삶에 도움이 되는 것들(공부 1)을 공부합니다. 저는 요즘 공부 2로 머신러닝을 배우고 있는데, 학교 다닐 때 진작 배웠으면 참 재밌었겠다 싶은 생각이듭니다.
이처럼 제 하루는 루틴의 연속으로 되어 있습니다. 회사에서도 나름의 루틴을 만들어서 이를 지키고 있습니다. 퇴근 후에도 저녁 운동 루틴(헬스장), 정리 루틴(집안일, 샤워 등), 마무리 루틴(오늘 회고, 내일 계획, 일기 등)으로 이어집니다. 근데 이러면 맨날 똑같은 삶만 단조롭게 사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아닙니다. 제대로된 루틴은 매일이 새롭고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저 또한 예전에는 루틴은 반복적이고 지루한 것으로 생각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루틴 만들기에 실패했던 이유는, 루틴을 '매일 똑같은 것을 정해 놓고 변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니, 루틴이 그게 아니면 된데?'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이에 대한 제 생각을 설명해보겠습니다.
루틴, 정해진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
최근 제가 깨달은 것은 루틴은 '정해진 의미(혹은 범주)'이지, '정해진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루틴은 변할 수 있습니다. 아니, 루틴은 변해야 합니다. 루틴의 의미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발전하거나, 다른 루틴으로 대체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루틴의 의미를 정한다고 해도, 그 안의 일은 매일 달라져야 하고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제 공부 루틴에는 공부 1이라는 범주와 공부 2라는 범주가 있습니다. 제가 공부 1를 하기 위해 한 권의 책만 정해서 매일 그것만 똑같은 내용을 읽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책을 읽을 수도 있고, 지금처럼 도파민 가이드를 작성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나한테 도움이 되는 것'들이 제가 정한 공부 1의 의미니까요.
물론 매일 거의 비슷한 일을 하는 루틴도 있을 수 있습니다. 제 아침 운동 루틴의 구성만 해도 매일 거의 똑같습니다. 하지만 매일 달리기 기록이 늘어나고, 푸시업 갯수가 늘어납니다. 한 달 전의 달리기와 오늘의 달리기는 전혀 다른 달리기가 됩니다. 기록은 한계가 있지 않냐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어느순간 달리기 기록이 잘 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 평소에는 거리를 정해놓고 시간을 측정하며 뛰었다면, 이번엔 시간을 정해놓고 그동안 어디까지 갔다오는지를 측정하는 식으로 방식을 바꿔보면 됩니다. 혹은 그냥 달리는 코스를 바꾸면 됩니다. 매일의 일을 새롭게 만드는 방법은 얼마든지 차고 넘치게 있습니다.
의지는 생각보다 나약해서 이런저런 서포트가 없으면 금방 꺾이고 맙니다. 루틴은 산만함을 근본적으로 막아주고, 내 의지대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하루의 대부분을 의지대로 살아갈 수 있게 해줍니다. 저도 당연히 하루에 단 한 순간의 산만함도 없는 건 아닙니다. 가끔 딴짓에 빠지기도 합니다. 도파민 단식 기간 동안 하루에 평균 50분 정도 산만하게 보냈습니다. 심한 날은 2시간도 있네요. 제가 이 시간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이유는 다음 편에서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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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렇게 계획을 세우는 것에 대해 부담을 가지는 사람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에 따라서 제가 이번 편에 설명한 계획 세우는 방법이 다소 숨막히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걸 아셔야합니다. '한 번에' 하실 필요 없습니다. 아니, 한 번에 할 수는 없는 겁니다. 저는 일일 계획 자체는 이미 8년 가까이 세워오고 있습니다. 문제는 제게 맞는 방법을 찾지 못해서 세워만 놓고 잘 지키질 못했었죠. 그러다 이번에 제게 맞는 방법을 찾게 된 겁니다.
그러니까 조금씩, 자기가 지금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천천히 계획을 발전시켜나가면 됩니다. 시간 블록만 먼저 나눈 뒤에 루틴은 모르겠고 각 블록에 1가지 일만 해보자는 식으로 시도해볼 수도 있습니다. 혹은 다른 시간은 모르겠고, 아침 혹은 저녁 같은 특정 시간에만 자세하게 블록과 루틴을 구성해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자기가 성공할 수 있는 양으로 시작하면 됩니다. 그러다 욕심이 나면 점점 구체화하면 됩니다.
러프한 계획을 세우세요. 대략적인 계획을 갖고 시작만해도 도파민 단식은 절반은 성공했다고 봅니다. 저 또한 러프한 블록과 루틴으로 시작해서 30일 동안 점점 구체적으로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어찌됐든 계획은 지켰을 때 의미가 있는 것이니까요.
이번 편 요약
무계획으로 시작한다.
- 평소 일과에서 중독'만' 끊는다.
- 심심함을 느낀다.
계획을 세운다. (시작은 러프하게)
- 자신의 하루 경로, 패턴에 따라 시간 블록을 만든다.
- 루틴을 만들어 블록에 배치한다.
이 가이드의 초반부에서 도파민 단식의 효과를 설명할 때, 도파민 단식 기간 동안 '우리 뇌에 새로운 회로를 구축'한다 했었습니다. 이 새로운 회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계획한 것을 지켜나가야만 합니다. 그래서 다음 편에는 계획한 것을 실제로 지키기 위한 전략에 대해서 다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