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하기
도파민 단식 가이드 (1) - https://brunch.co.kr/@ssy23ssy/11
도파민 단식 가이드 (2) - https://brunch.co.kr/@ssy23ssy/12
도파민 단식 가이드 (3) - https://brunch.co.kr/@ssy23ssy/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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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단식은 크게 <준비-진행-이후> 3개의 스테이지가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첫 번째인 '준비' 과정에 대해 작성해보겠습니다.
본격적으로 도파민 단식을 준비하기에 앞서, 당신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아, 벌써부터 듣기 싫고 꼰대 같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그만큼 중요한 걸요. 그냥 제가 훈수 두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닙니다.
우선 당신은 고통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해야합니다. 이때의 고통은 맞고 꼬집혀서 아픈 그런 류의 고통이 아닙니다. 육체적 고통 보다는 심리적 고통에 가깝습니다. 바로 '뒤지게 심심함'입니다. 겨우 좀 심심한 게 뭐 얼마나 고통스럽다고 유난을 떤다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태까지 당신이, 그리고 과거의 제가 번번히 중독을 끊지 못했던 것은 바로 이 '심심함' 때문이었습니다.
이 심심한 느낌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겠습니다. 이건 직접 느껴봐야 압니다. 그래서 제 버전의 도파민 단식 가이드는 첫 이틀 동안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않고 진행하는 걸 기본으로 합니다. 그냥 평소 보내던 하루대로 보내고, 평소 내 시간을 잡아먹던 중독들'만' 하지 않는 겁니다. 이틀이 우습게 보이실지도 모르겠네요. 해보면 알게 됩니다.
다음으로 알아두셔야 할 것은, 하루는 겨우 하루일 뿐이라는 겁니다. 도파민 단식을 진행하면서 어느 하루를 잘 보내지 못했다고 상심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30일 중 겨우 1일인 겁니다. 하루 잘 못 보냈다고 여태 쌓아온 날들은 무너지지 않습니다. 실패 한 번에 놓아버렸을 때 비로소 0으로 무너지는 겁니다. 29/30은 30/30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28/30도 29/30과 별반 다르지 않구요. 하지만 0과 2x/30은 정말 다릅니다.
그렇다고 오늘을 포기하고 내일부터 해도 괜찮다는 게 당연히 아닙니다. 진짜 지키려고 노력했는데, 심신미약 상태로 잘 안 됐을 때를 말하는 겁니다. 오늘을 미리 포기하라는 게 아니라, 하루의 끝에서 오늘을 돌아봤을 때 잘 보내지 못했다면 그냥 자고 일어나서 계속하면 된다는 겁니다.
마음의 준비는 이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이 이상 제가 떠들어 봐야 와닿지도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라도 그럴테니까요.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도파민 단식을 준비하기 위한 과정을 밟아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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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도파민 단식을 하기 위해서는 도파민을 과도하게 분비하는 행동들을 그만두어야 합니다. 이 가이드를 보고 있다면 아마 본인이 그만두고 싶어하는 행동이 무엇인지 인지하고 있을 겁니다. 하나일 수도 있고 여러개일 수도 있겠죠. 내가 어떤 마음으로 중독적인 행동을 하는지, 그게 내게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를 잘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그런데, 무엇을 그만둘지 정하기 위해서 좀 더 곰곰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독적인 행동을 끊었을 때 나타나는 가장 흔한 증상은 무엇일까요. 바로 다른 중독적인 행동을 하는 겁니다. 과거 제 시간을 가장 많이 잡아먹던 게 게임이니까 게임만 그만뒀으면, 제 문제가 해결됐을까요? 아마 아닐 겁니다. 제겐 아직 웹소설과 게임 방송이 남아있으니까요. 게임을 하던 시간을 고대로 다른 것들이 확장해 차지했을 겁니다. 즉, 중독성이 있는 것들은 가능한 '모두 한 번에' 끊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한 번에 끊지 않으면, 원래 끊으려던 한 가지도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쾌락 회로가 강력하게 작동하기 시작하면, 다른 중독적인 쾌락 회로들 또한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중독적인 행동 A, B, C가 있을 때, A, B를 끊어도 C를 계속 하게 되면 A, B의 회로를 계속해서 자극하게 됩니다. C만큼(혹은 그 이상)이나 기분 좋게 해주는 A, B가 자꾸 생각이 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그래서 흡연자들이 술을 먹으면 담배 생각이 나는 것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제가 게임, 게임 방송, 웹소설, 유튜브 등을 한 번에 끊은 이유도 그래서입니다. 저는 심지어 도파민 단식 기간에는 자위까지 끊기로 했습니다. 정말 힘든 결정이었죠. 그러니 가장 많은 시간을 잡아 먹는 중독 외에도 자잘하게 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면, 전부 한 번에 끊으시길 권장드립니다. 남아 있는 중독들이 빈 시간을 차지하게 될 확률이 높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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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어낼 것들을 정했다면, 이를 미리 차단하는 작업을 해야합니다. 이때 차단은 단순히 의지를 다지라는 게 아닙니다. 의지는 30분이 넘어가는 일에는 쓸모가 없습니다(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당신은 중독과 당신 사이의 '물리적' 차단을 구축해야 합니다.
중독과 나 사이의 물리적 차단에는 2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직접적인 차단'이고, 두 번째는 '계기의 차단'입니다.
직접적인 차단
직접적인 차단은 말 그대로 그 자체를 없애버리는 겁니다. 담배를 끊고 싶다면 일단 담배를 다 버리세요. 아직 반갑 정도 남았다구요? 그래도 버리세요. 제 웹소설 계정에는 3만 원이 넘게 있었습니다. 게임을 그만하고 싶으면 게임을 지워야 합니다. 그리고 계정도 삭제 해야죠. '쓰읍, 계정 삭제는 좀..' 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좋습니다. 도파민 단식 이후 게임을 중독이 아니라, 정말 취미로서 내 통제하에 즐기고 싶을 수도 있으니까요. 중요한 건 내 의지 보다 더 튼튼한 방어막을 구축하는 겁니다. 의지는 휴지 반겹 정도의 방어력을 갖고 있습니다.
계기의 차단
다음으로는 계기가 되는 것들을 차단해야 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노노그램이라는 퍼즐을 풀곤 했습니다. 그래서 노노그램 사이트를 차단해 버렸습니다. 그리고 새벽에 팥빙수를 시킬 때에는 저녁을 걸러 장시간 공복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끼니를 나눠 하루 4끼를 먹어서 공복감을 느낄 시간이 없게 했습니다. 이처럼 생각 보다 사소한 계기들이 중독적인 행동을 갈망하게 만듭니다. 이를 잘 생각해서 적절하게 차단해야 합니다.
하지만 계기를 차단할 때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스마트폰과 PC입니다. 아무리 SNS를 지우고, 사이트를 차단하고, 게임을 지워도 스마트폰과 PC를 없애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현대인에게 스마트폰과 PC는 일상 필수품입니다. 그래서 스마트폰과 PC를 없앨 수 있다해도 별로 권장드리진 않습니다. 디지털 디톡스는 분명 우리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겠지만, 평생을 스마트폰과 PC 없이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사전에 내가 스마트폰과 PC를 어떨 때 사용하나 파악해두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나중에 계획을 세울 때 시간을 정해 사용하기로 정해야 합니다. 제 경험상 의지는 손가락 놀림을 잘 못 막습니다. 이후에 다루겠지만, 지금 이 시간에 할 행동(traction)을 인지하고 암시하기만 해도 딴짓(distraction)으로 빠지는 걸 막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여기까지 도파민 단식을 진행하기 전에 준비하는 과정을 다루었습니다. 다음편에는 도파민 단식을 실제로 진행하면서 어떤식으로 해야하는지를 다루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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