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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셩 Aug 25. 2020

8월

아무튼, 새벽


햇볕을 향해



8월의 무더위를 좋아한다.

장마가 지나가고 태풍이 거쳐가는 후의 푹푹 찌는 태양의 열기

여름 내 열기를 받아낸 땅이

다시 복수하듯 뿜어내는 증기

휴가가 끝날 무렵

다같이 시끌시끌 놀다 문득 맞이하는 혼자의 시간

그 시간에 나를 찾아오는 여름의 무더위는

어딘가 멈춘 시간으로 나를 데려다 놓고

찜통 덮개를 덮어놓는다.





강렬한 빛을 받고 걸었던 몇년 전 그 때는 왜 이렇게 생생하게 생각이 나는지.


서울숲의 코끝 찌르는 숲향기

태양 아래서 필름을 바꿔 낄 때의 두근거리는 아찔함과 필름의 향기

지금 가면 절대 먹고 자고 할 수 없을 것 같은

탈춤 전수관의 콤콤한 향기와 내리쬐는 태양

골목길 사이 그늘에서 잠시 더위를 피할 때

빛을 피할 곳 없어 그저 땀이 맺힌 코끝을 찡그리기밖에 더 할 수 없을 때





더운날 찍은 사진에선 더운 향이 난다


무더위 사이를 가로지르는 바람 끝에서

가을의 서늘함이 느껴지기 시작할 때면

나는 부지런히 뙤약볕을 찾아

얼마 남지 않은 여름을 쬐러 간다


에어컨이 그리 흔치 않던 몇년 전엔

오히려 더 무더위를 만끽할 수 있던 것 같다

나의 20대의 여름

선풍기와 바람과 부채로 잠시 더위를 달래곤 했던-





한강과 햇볕은 환상의 조합


30대의 여름은

그때를 그리워하면서

블라인더 사이를 뚫고 들어오는 햇볕을 반기며

시원한 바람을 맞고


산책할 힘이 비축이 될 때쯤

느슨한 옷을 입고 동네 한 바퀴를 돌아야지








#여름 #8월 #에세이 #30대의_여름 #아무튼_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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