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쯤 ‘프랑스적인 삶’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제목과 디자인이 풍기는 느낌이 좀 교양 있어 보여서 읽은 것 같다. 재미도 없고 이해도 안 됐지만 꾸역꾸역 다 읽었다. 불현듯 이 오래된 기억과 느낌을 되살려 준 이 책은 조승연 작가의 프랑스에 대한 고찰을 담고 있다. 프랑스적인 삶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기에 이제야 조금 프랑스적인 삶이 어떤 것인지 알게 해 주었다.
문화라는 것이 개인의 삶에 영향을 주는 정도는 어느 정도 일까? 이만큼 자라고 보니 다른 문화권 사람과는 이만큼이나 달라져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다. 때로는 고착화되고 폐쇄적인 생각들로부터 타문화권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밀려오기도 한다. 그 근본 원인이 내가 나고 자란 문화권으로부터 만들어진 것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며 틀에 박혀있던 내 생각들이 깨지기도 하고 더 단단해지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재밌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했다. 이런 느낌을 강하게 느끼게 할 정도로 프랑스적인 삶과 문화는 상당히 다른 부분이 많아 보였다. 결혼과 동거에 대해서도, 연애와 사랑, 우정에 대해서도, 육아에 대해서도, 성공, 음식에 대해서도 우리와는 전혀 다른 세계관으로 움직이는 곳이었다.
내가 가장 배우고 싶은 부분은 책의 첫 부분인 편리함에 대한 그들의 생각이다. ‘최신=편리’라고 여기는 정보화시대에 역사와 전통을 중요시하고 익숙한 것이 편하고 좋다고 느끼는 그들의 세계관이 멋져 보였다. 이기적인 자아로 똘똘 뭉쳤다고 하는 그들이 친환경적이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파리를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도시로 만들어가고 있는 모습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돌아서면 새 건물, 새점포가 들어서는 서울이 과연 더 편리할 수 있다 말할 수 있을지 자문해보게 된다.
프랑스는 크게 관심이 있던 나라도 아니었는데, 이 책을 계기로 조금 더 관심이 가게 됐다. 프랑스적인 게 더 합리적이고 좋은 것 같다는 뉘앙스의 느낌들이 군데군데 있었기 때문에 좀 편향적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쨌든 프랑스의 문화와 역사적 배경을 통해 프랑스인들의 생각과 행동들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진 것 같다.
프랑스에 갈 일이 있다면 더욱 흥미롭게 다가올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