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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군 Mar 09. 2016

나만의 독후감 쓰기


독후감을 부지런히 써온지도 어느새 10년이 넘었다.

누가 하라고 등떠민것도 아닌데 읽은 책은 한 권도 빠짐없이 짧게라도 써야 마음이 놓였다.

검증되지 않은 나의 독후감이  글쓰기 능력이나 지적 수준의 향상에 얼마만큼의 영향력을 끼쳐 왔는지는 증명 할 수 없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생각의 덩어리는 커지고, 사색의 골은 깊어져 왔다고 믿고 있다.

또한 책은 보면 볼수록 좋은 글에 대한 창작의 욕심을 키워내, 독후감을 통해 그러한 글에 대한 욕구를 어설프게나마 발산하고 있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나 학교에서 요구하는 어떤 정형화된 방법과는 다르겠지만, 지극히 주관적인 나만의 독후감쓰기 방법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가장 먼저 독후감을 잘(?) 쓰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다.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요소인데,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한다!

독후감(讀後感)이라는 말 자체의 의미가 '책을 읽은 후의 느낌'이다.

그런데 책을 읽지도 않고, 어떻게 독후감을 쓸 수 있단 말인가?

과정 없이 결과만을 쫓는 스피디한 시대에 발맞춰 요약본이나 책의 필요한 일부분만 읽으라는 독서법도 있지만, (심지어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이란 책도 있다.) 충분한 독서의 소화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러한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책에 담긴 온전한 의미와 가치를 사유할 수 없기 때문에 불완전하고 소극적인 독서를 할 수밖에 없는 한계에 부딪치게 된다.

그러니 내가 독서의 고수가 아니라면 일단 책부터 제대로 읽자!


독후감을 쓰기 위한 두번째 나의 방법은 책을 읽으며 '좋은 소스(Source)를 많이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려 했을 때, 텅빈 머리속의 공허함은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그렇기때문에 책을 읽으며 스쳐지나가는 작은 영감 하나까지도 소흘히 여겨서는 안된다.

책과 전혀 상관없는 엉뚱한 생각이나 아이디어라 할지라도 떠오를때마다 바로바로 메모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굳이 장황하게 기록하지 않더라도 그 핵심 키워드는 꼭 메모해 놓아야 나중에 기억나지 않는 머리를 쥐어뜯는 일이 없을 것이다. (탈모 예방의 효과까지? )

그럼 나중에 아무리 머리속이 하예져도 더이상 독후감 쓰기가 두려워지지 않는다.

게다가 그 소스들은 다른 누구로부터 얻은 것이 아닌, 바로 나 자신에게서 나왔다는게 아주 고무적인 요소인 것이다. 이 소스들을 가지고 조금씩 책의 내용과 나의 느낌들을 조합시키고 조율해 나가다 보면 어느새 많은 글자들과 문장들로 채워진 나의 독후감을 보게 될 것이다. (비록 아직 완성도가 떨어진다 할지라도..)

여기에 더해 크게 감동 받았던 인상적인 구절들도 표시해 두자.

표시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다시 찾기 위해 책을 통째로 다시 읽어야 할 수도 있다.

좋은 글귀들을 많이 접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새롭게 변형되고 응용되어 스스로도 놀랄 정도의 문구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세번째는 '내 생각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처음 독후감을 쓸 때, 책의 내용을 열심히 요약하고, 그래서 이 책은 '좋았다' 혹은 '싫었다' 라는 케케묵은 표현으로 마무리를 짓고 만다. 이런식의 모호한 표현은 독후감에서 지양해야 할 최악의 표현이다. 무엇이, 어떻게, 왜 좋았는지, 그래서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 있고, 나의 정신 세계나 사회 생활에 어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지까지 계속 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독후감을 쓰는 것은 엄청난 정신적 노동이며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독후감을 쓰면서 책의 내용이 들어가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것이고 당연한 한 부분이지만, 책의 내용만 들어가 있는 건 독후감이 아니다. 요약노트일뿐이다.

독후감의 가장 하일라이트는 '내 생각'을 글로 표현해내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내가 어떤 감정, 어떤 감동,  어떤 감흥을 느꼈는지, 새롭게 배우고 깨닫게 된 지식이나 지혜는 무엇인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나의 가치관과 세계관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책이 별로이거나 내 생각과 상충되는 부분이 있었다면 어떤 것들이고, 왜 그러한지를 신중하게 고민해보고 기록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색과 성찰이야말로 독서의 가장 큰 적용이자 유익이기 때문에 이 과정이 힘들다고 넘어가는 독서가들은 정말 중요하고 큰 부분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독서의 핵심을 간과하고 귀찮아 한다.


네번째는 편견과 두려움을 벗어 버려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 이런저런 내용들을 통해 이런저런 생각들을 해야 하고, 이런저런 숨은 의미가 중요하고, 이런저런 작가의 의도와 주제를 알아야만 한다는 수동적인 올무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러한 것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만이 정답이다'라는 틀은 깨야하는 것이다. 저자의 의도를 뛰어넘는 해석과 상상과 적용이 나올 수 있도록 나를 자유롭게 좀 풀어 놓아 보자.  

자유롭게 내 생각을 가져보는 연습을 해보고, 그것을 독후감이라는 글로 표현해보자.

내 안에 잠재되어 있던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마지막은 독후감을 쓴 후에 있어야 할 요소인데, '다양한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이다.

읽은 책에 대해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쏟아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물론 그들은 듣기 싫어 할 확률이 높겠지만..) 같은 책을 읽은 사람과 토론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내가 읽은 책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만큼이 내가 그 책을 소화한 양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또 다른 사람의 독후감이나 리뷰를 훑어보는 것도 괜찮다. 다만 그 동기가 독후감을 베끼기 위한 수단이 아니어야 한다. 내가 가지고 있던 소스들을 좀 더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분석해 볼 수 있는 방법으로서 활용해야 한다.


허접한 독후감으로 가득한 내가 이런 독후감 쓰기 방법을 마치 내 것인 양 이야기한다는게 다소 어페가 있지만, 나 또한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기 위해 생각을 정리해보는 것이니 '어디 너는 얼마나 잘쓰나 보자!'라고 눈에 쌍심지를 켜시는 분이 안 계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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