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집과 결혼에 대한 잔소리
이 책 타깃 독자 중에 큰 부류는 결혼을 준비하는 신혼부부일 것이다. 물론 나도 그랬지만, 결혼을 준비할 때는 어떤 선배의 절규 같은 조언도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이 챕터를 쓰는 것에 대해 고민을 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귀 기울이는 현명한 후배가 있을까 하여 지면을 할애해 본다.
내가 결혼을 일찍 한 편이기 때문에, 그 이후에도 많은 친구들과 선배들 친척 등이 신혼집 및 결혼식에 대해 의견을 나에게 물어왔다. 결혼을 하고 나서 가장 후회되는 것 1위가 대부분 이것이다. 결혼식이나 가구 신혼여행 등에 돈 쓰지 말고 집에 보탤 걸. 인생에 한 번뿐인데 뭔들 못하겠어 라며 주인공 부심을 한 껏 부리다 보면 신혼 내내 카드 값을 갚는데 매달리게 될 수 있다. 진짜 창피하긴 하지만 난 첫 번째 웨딩사진이 너무 맘에 안 들어서 웨딩촬영을 2번 했는데, 아 진짜 돈이 아깝다. 물론 2번째 스튜디오에서는 마음 드는 퀄리티를 얻긴 했지만, 지금은 쳐다보지도 않는 사진첩이다. 심지어 우리 아이들은 그 사진을 보며 누구냐며 엄마인지도 모른다. 안 해도 죽지 않는 것들은 과감히 생략할 필요가 있다. 인생에 한번뿐인 것은 아주 많다. 그러니까 결혼식에 돈을 쏟아붓는 일은 시간을 되돌리면 절대 안 할 것이다. 그러니 첫째, 진짜 의미 있는 돈을 쓰자. 남는 건 사진 아니고, 남편과 함께 살 집이다.
두 번째로는 다른 사람의 의견에서 휘둘리면 배가 산으로 간다. 특히 집을 구할 때, 두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1년에 한 번 오실까 말까 하는 부모님들이 살집이 아니고 둘이 매일 살아가게 될 집이기 때문이다. 혹시 부모님께 펀딩을 받는 부분이 있더라도, 각자 집에 대한 디펜스를 해줘야 한다. 이 단어를 꼭 기억하라. 디펜스. 디펜스. 이 책의 모든 부분을 잊어버려도 좋다. 행복한 결혼생활에 최대의 자산이 될 단어이다. 서로의 집에 대한 디펜스는 각자의 몫이다. 디펜스! 신혼집 결정에 대한 부분부터 태클이 들어오고 이거 디펜스 못하면, 평생 모든 결정을 결재받아야 되는 구조가 될 수 있다. 부부 싸움의 50% 넘는 영역은 이 디펜스가 무너진 곳에서 발생한다.
명심 명심 또 명심해라. 이제부터 네가 방어해야 할 측면은 부모님이 아니라 그대의 짝꿍이다. 이것 헷갈려서 우리 부모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는 걸 왜 네가 이해 못하는데 라고 하는 순간, 디펜스를 방향을 잘못 잡아서 자살골 넣는 것이다. 두 사람이 이루는 가정은 독립적이어야 한다. 물론 우리나라는 부모님의 도움 없이 가정을 이루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한 번에 경제적 독립까지 이뤄 내기가 쉽지 않지만, 적어도 방향성을 경제적, 정서적, 물리적 독립으로 잡고 가는 게 맞다고 본다. 절대 한 순간에 되는 일이 아니다. 부모님께서도 자식들이 고생하는 것 보니까 안쓰러워서 다 해주고 싶으시겠지만, 자식들이 자신의 한계까지 발버둥 치는 것을 배운 후에 도와주셔도 늦지 않다. 그리고 혹 도와주시지 못하는 상황에도 너무 미안해하시거나 슬퍼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건강하게 잘 길러주셨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제부터 시작될 이 책의 본격적인 내용이 그러한 여러분의 자녀의 주거문제를 해결해 나갈 팁을 제공할 것이다. 그러니 이 책 한번 읽어봐 하고 권해보시라. 자녀들이 스스로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건 내가 여자라서 하는 말이 아니고, 어차피 결혼하고도 출산 전 까지라도 짧게는 1-2년에서 길게는 출산 이후에도 직장을 다니기 때문에, 여자 직장 가까운 곳에 신혼집을 출발시키는 것이 훨씬 삶의 질을 높여줄 것이다. 글쓴이가 여자라서 이런 얘기하는 것 같은데 싶으면, 반대로 남자 직장 바로 앞에 집을 구해 보면 된다. 전세 한 텀 2년 살고 나면, 두 손 두 발 백기 다들 것이다. 이런 예는 흔히 볼 수 있지만, 불이 뜨거운 줄은 손을 넣어봐야 아니까 말이다. 예신들도 착한 결정 말고 현명한 결정을 해야 된다. 우리 예랑이 힘들게 일하는데, 내가 좀 더 고생하면 되지는 임신상태가 아니고 집안일을 돌보지 않는 지금이나 할 수 있는 이야기다. 우린 공평하니까 정 가운데 지점에 잡자 하면 그것도 나쁜 선택은 아닐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 정말 많은 분들에게 해드린 조언이지만 절대 안 듣고 꼭 후회된다고 하시는 부분이다. 눈높이를 낮춰라. 그리고 다음 단계를 생각한 결정을 해야 한다. 아마 결혼 시작부터 집을 사서 시작할 정도면 이 책을 굳이 읽고 있지 않을 것 같으니, 전월세로 시작하는 집이라 가정해보자. 이 집은 내가 영원히 혹은 꽤 오래 살집이 아니다. 아마 첫째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 살 가능성이 많을 것이다. 2년이라는 전월세 한 텀 안에 아이를 낳을 계획이 더더군다나 없다면, 많은 전세자금 대출을 받는 것보다, 오피스텔에 사는 것도 방법이다. 무조건 오피스텔 월세보다 아파트 전세가 상위 개념이라는 식의 고정관념도 내려놓으셨으면 좋겠다. 집은 이 책의 전제조건처럼 우리 가족에게 현재 맞는 주거 형태로서의 거주지 여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눈높이를 낮추라는 것은 모든 조건을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우선순위에 대한 선택을 해야 된다는 뜻인데, 예를 들어 역세권(역에서 걸어서 3분 안에 있는 ) 1.5룸 오피스텔과 비역세권(버스 타고 10분 이상 소요되는) 방 3개 아파트의 전세금이 같다고 해보자.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지금 책을 읽으면서 머리를 굴려보아서 전자라고 하겠지만, 현장에서 부동산 중개인과 두 집을 직접 방문해서 본다면 아마 대다수가 후자 아파트를 고를 것이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우리 예랑이 컴퓨터 놓은 서재도 필요하고, 내 옷방도 필요해서 방이 3개는 있어야 해.”라고 말이다. 이건 정말 사치스러운 이야기 혹은 극대화된 상상이라고 말하면 내가 설레는 신혼부부에게 너무 잔인할까? 진심으로 조언하지만, 돈이 넘쳐서 아무 집이나 고를게 아니라면, 견딜 수 있을 만큼 작은 집에서 시작하라. 방 3개가 꼭 필요한 집은 아이 성별이 다른 세 자녀 가구라면 간절히 꼭 필요한 아이템이지만, 신혼부부에게 방 3개 사족이다. 냉정히 말해서 말이다.
나는 여러분은 좌절시키려고 이 글을 쓰고 있는 게 아니고 장기적 관점에서 다음 스텝을 고려하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 들어가는 금액은 같을 지라도, 더 넓은 집은 관리비도 더 많이 들고, 버스를 타고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넓은 집에서 시작하면, 더 많은 가구나 물건 등을 갖추고 시작할 수밖에 없게 된다. 신혼 때 또 아무 가구나 사는 게 아니라 좋은 가구를 사지 않는가, 그럼 당신은 다음 이사에도 그 집 정도의 크기 혹은 더 큰 집을 찾아야 된다는 뜻이다. 보통 점점 늘려가는 기쁨과 뿌듯함은 있을 수 있지만, 살던 집의 크기를 줄여야 할 때 오는 상실감에 젖은 분들도 많이 보았다.
그리고 전세든 월세든 자가든 가격이 조금씩이라도 오르기 때문에, 2년 뒤에 당신이 그 돈을 준비하지 못했다면 더 외곽으로 빠져서 집을 찾아야 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둘이 있을 때는 작은 집이어도 출퇴근이 편한 오피스텔에 살고, 보통 빌트인이 되어있으니 가구 살 돈도 향후 집을 위해 아껴 놓으시길 추천드린다. 그리고 이건 비밀 아닌 비밀인데, 아이를 낳게 되면 신혼 때 장만한 가구는 전혀 쓸모없게 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우리 집만 해도 냉장고 세탁기 외에는 다 버렸다. 빌트인 오피스텔에 살다가 아이를 낳게 될 때 아이를 위한 집에 이사를 하면서 가구를 구매하는 것이 좋은 방법인데, 아무리 이렇게 간절히 말해도 그때는 정말로 들리지 않는 애기라는 것을 나도 안다.
그리고 견딜 수 있을 만큼 작은 집에 살면서 다음 스텝을 준비하는 것이다. 이 책을 선택하신 많은 분들의 이유가 임대주택제도를 알고 싶어서 일 텐데, 사실 막 시작하는 신혼부부가 해당되는 임대주택 제도는 현재로서는 행복주택 정도가 될 것 같다. 왜냐하면 다른 제도들은 소득제한에 걸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공급되는 신혼부부 전용 행복주택은 자치구에 사는 사람을 우선순위로 해주고 있다. 그러므로 앞으로 행복주택이 공급될 계획을 살피고 그 자치구에 전입해 준비해 놓는 것도 다음 스텝을 위한 이사가 되는 것이다. 자세한 임대주택에 대한 내용은 왜 임대 주택이 필요한지에 대해 절대 공감 한 이후에 알게 돼도 늦지 않다. 그럼 나의 월세 10만 원 반 전세 신혼집 이야기로 돌아가 보도록 하자.